아니, 바로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난 시험을 보는 입장이었지, 내는 입장이 아니었다고. (..) 처음으로 수험자가 아닌 출제자, 그리고 평가자로서 시험을 치렀다. 가뜩이나 어렵다고 원성이 드높아서 (엉엉 내가 뭘 어쨌다고) 출제에 상당히 끙끙 앓았다. 풀 만한 문제가 하나는 있게 문제 여럿 중 하나를 선택하는 식으로 내기도 했고. 자세한 얘기는 다음번 수업에 듣겠지만, 일단 어려워서 못 풀 정도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수업시간에 다 한 얘긴데 어려워서 못 풀면 좀 문제가 심각하기도 했을 테고.
학생 하나는 시험에 30분쯤 늦게 들어와서 날 당황하게 했다. 11시에 했어도 1~2분에서 30분까지 늦게 들어오는 학생들이 있는데, 애들 대다수가 원한 대로 9시 반 목요일로 옮겼으면 어떻게 될 뻔했어. 맞을 매는 빨리 맞는 게 낫다고, 중간고사 하나라도 빨리 끝난 걸 지금쯤 다들 안도하고 있을 거다.
어쨌든 늦게 들어온 학생이 참 딱하더라. 차분하게 풀라고 얘기해주고, 시험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준 다음에 '괜찮아? 침착하게 할 수 있지?' 하면서 등도 좀 쓸어주고, 약간 훌쩍거리길래 (얼마나 놀랐겠어, 시험에 늦다니) 휴지도 갖다주고 하니까 좀 차분해지는 것 같았다. 그 학생 생각해서 끝에 전원에게 시간을 5분 더 주긴 했지만, 그 5분이 끝난 다음에는 단호하게 그만 쓰라고 끊었다. 안된 건 안된 거고 원칙은 원칙이니까.
그래도 나중에 시험 끝나고 찾아왔을 때 고마워하데. 부족한 시간에도 답안지를 꽤 빼곡하게 채웠던데, 생각보다 잘 봤을지도 모르고 기말고사 때 열심히 하라고 위로해줬다. 늦은 건 어쩔 수 없지만, 불쌍하긴 참 불쌍하더라. 나도 특히 아플 때는 온갖 엉망인 짓을 다 해서리 남 얘기 같지 않았다. ;_; 최소한 시험은 다 봤었고 그래서 어찌어찌 졸업은 한 거지만.
어쨌든 이런 식으로 새로운 경험이 하나씩 쌓여간다는 기분이 든다. 그 속에서 뭔가 배우고 변해가는 게 있겠지? 모두 중간고사 잘 보기를 (내 시험 잘 못봤으면 주거써..ㅡㅡ++),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나도 더욱 성장하기를. 그래서 경험이야말로 나의 교실이고, 나의 학생들은 나의 선생이다. 그리고 배움이란 언제까지나 끝나지 않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