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만 더.

2008/04/05 16:07
한 번만 더 얼굴을 볼 수 있다면, 한 번만 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한 번 만 더 끌어안고 사랑한다고 할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변호사가 못 돼도, 장래가 없어도, 지금 가진 걸 다 내놓아도 좋아. 다시 뵙고 싶다, 너무나. 이게 슬픔의 셋째 단계, 거래인가. 모든 게 '엄마가 보고 싶은 나' '엄마가 없는 나의 삶' 생각이라니, 죽음에 대한 슬픔이란 얼마나 이기적인가. 하지만 아무리 이기적이라도 아픈 건 사실이야. 삶에 너무나 깊이 파고든 나의 일부가 뜯겨나간 건 적응 과정이 필요해.

나한테는 알리지 말라고 이순신 장군처럼! 얘기하고 돌아가신 엄마 마음도 그런 슬픔을 막아주려는 거셨겠지. 낮에 같이 얘기한 분 말로도 외국에서 공부하는 사람에게 안 알리는 건 종종 있는 일이라고도 하고. 내가 직접 여쭤봤을 때도 천연덕스럽게 거짓말한 아빠의 연기력은 정말 짱이었다. (개사기 신문으로 몰렸던 ㅇㅇ일보에는 나름 미안..(..))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비밀이란 없게 마련이라네 훗훗..(?!)

난 대체 왜 외국으로 나온 걸까... 2년 반을 더 같이 보낼 수도 있었는데. 아니,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 해도 엄마가 아프신 후에는 휴학할 수도 있었는데. 물론 엄마부터 시작해서 다들 반대했겠지. 엄마가 말기 암이셨던 건 나만 빼고 다들 알고 있었으니까. 일찌감치 결혼이라도 했더라면 지금도 국내에 있을지도 모르는데. 엄마 돌아가시기 전에 손주를 안겨드릴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보고 싶어. 보고 싶어. 하지만 다시는 볼 수가 없어. 그것이 죽음의 최종성. 누구나 어떻게든 끌어안고 살아가는 존재의 유한함. 칼릴 지브란이 말했듯 죽음은 삶의 중심에 있으니까. 이렇게 있다 보면 괜찮아지겠지. 그저 지금은 아파하고 자신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해. 웃고, 떠들고, 공부하고, 놀고, 글쓰고, 책보고, 생각하고, 울고. 그 모든 것은 그저 생활, 나의 하루. 그리고 잠들고, 그리고 죽고. 하지만 난 아직 잠들지 못하고 있다.


기쁨과 슬픔에 대하여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중

너희 기쁨은 너희 슬픔의 참 얼굴이니라.
너의 웃음이 떠오르는 우물은 종종 너의 눈물로 가득했으니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슬픔이 존재를 깊이 파낼 수록 너는 더 많은 기쁨을 담으리니
포도주를 담은 잔은 도공의 아궁이에서 불로 구운 바로 그 잔이 아니며
음악으로 혼을 위안하는 류트는 칼로 비워낸 바로 그 나무가 아니더냐.
기쁠 때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면 너에게 슬픔을 준 바로 그것에 네가 기뻐함을 알게 되리라.
슬플 때 다시 마음을 들여다보면 기쁨 준 것을 위해 눈물 흘리고 있음을 깨달으리.

혹자는 슬픔보다 기쁨이 크다 하고 또 혹자는 슬픔이 크다 하나
말하노니 그 둘은 분리할 수 없는지라.
둘은 함께 찾아오며, 하나가 너와 둘이 식탁에 앉으면 다른 하나는 네 침상에서 자고 있음을 기억하라.

진실로 너희는 슬픔과 기쁨 사이에 천칭처럼 걸려 있도다.
텅 비었을 때에만 움직임 없이 평형에 있으니
보물지기가 그의 금과 은을 재려고 너를 들어올릴 때면 너의 기쁨과 슬픔도 오르고 내리는지라.

죽음에 대하여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중

너희가 죽음의 비밀을 구하나
삶의 중심이 아니면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
밤에만 보며 낮의 빛 속에 눈이 먼 올빼미는 빛의 신비를 깨달을 수 없나니
죽음의 영을 보려고 한다면 삶의 육신에 마음을 활짝 열라.
강과 바다가 하나이듯이 삶과 죽음은 하나이나니.

희망과 욕망의 깊이 속에는 초월의 고요한 지식이 있으며
눈밭 밑에 꿈꾸는 씨앗처럼 너의 마음은 봄을 꿈꾸느니라.
그 꿈을 믿으라, 그 속에는 영원의 문이 숨어있으니.
죽음에 대한 너의 공포는 영예를 받으려고 왕 앞에 선 목동의 떨림과 같도다.
그 떨림 밑에 목동은 왕의 표식을 지닐 것을 기뻐하지 않는가?
그러나 그리하여 더욱 그 떨림을 의식하지 않는가?

죽는다는 것은 바람 속에 벌거벗고 햇빛 속에 녹아드는 것이 아니면 무엇인가?
숨이 멎는다는 것은 숨결이 그 부단한 조수에서 놓여나 상승하고 확장하며 구속 없이 신을 찾는다는 것이 아니면 또 무엇인가?

침묵의 강물에서 마셔야 마침내 노래하게 되리.
산꼭대기에 도달해야 마침내 오르기 시작하리라.
대지가 너의 육신을 차지했을 때, 그때에야 진정 춤을 추리라.


..아아, 이제 한결 나아졌어. 늘 고마워요, 칼릴, 친구여, 고독한 눈빛의 예언자, 젊은 스승. 이제는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2008/04/05 16:07 2008/04/05 16:07
Posted by 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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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08/04/0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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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2. 2008/04/07 15:44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오늘에서야 알게 됬습니다.
    말주변이 딸리다보니 뭐라 드릴 말씀이 없군요.
    언제나 처럼 활기찬 모습으로 계셨으면 좋겠네요.

    이 이상의 이야기는 블로그에 써뒀습니다.
    아직도 시간에 쫒기는 자신이
    오늘만큼 한심하게 느껴진적이 없네요 s( -_-)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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