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합의조정 대회 지역 예선을 치렀다. 두 팀이 나갔는데... 두 팀 다 지역 결승 진출도 못했다. 흑흑. 열심히 준비했고 평가도 괜찮았는데 결국 이기지는 못해서 다들 좀 씁쓸했다. 좋은 경험이었고 많이 배우긴 했지만 역시 대회인 만큼 뚜렷한 성과가 없었던 건 아쉽다. 그래도 다 합의조정에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고 시행착오와 지적과 칭찬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는 점에 의미를 둬야겠지.

눈에 보이는 결과야 어땠든 돌아오는 차에서 팀원들에게 말했듯 그게 실제 상황이었으면 고객은 수수료가 1원도 아깝지 않았을 거다. 우리 팀에서 참여한 첫 사안에서는 심장마비로 쓰러진 언니이자 어머니의 치료를 두고 서로 잡아먹을 듯 싸우던 이모와 조카딸이 치료에 공동 결정권자가 되고, 가족 사업을 같이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둘째 사안에서는 자신을 해고한 법무법인에 차별 소송을 걸겠다고 하던 변호사가 오히려 법무법인과 법률봉사 프로젝트의 파트너가 되고, 2개월 간 소송은 미루기로 약속한 후 2개월 후 프로젝트 성과를 봐서 소송을 완전히 포기하기로 했고.

소송을 했으면 시간과 돈을 퍼부으면서 사이는 돌이킬 수 없게 되었을 사람들이 서로 귀기울이고,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는 해결책을 찾아내고, 다시 신뢰를 쌓는 모습을 보면서 이건 어디 가서 돈 주고도 못할 실생활 연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에서 실제로 이런 일을 할 생각을 하니 가슴이 설렐 정도로. 이기고 지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자신과 상대의 이익을 생각하며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은 참 멋진 일이다.

어제 대회를 치르면서, 특히 두 번째 사안을 하면서 많이 느꼈던 것이라면 변호사의 속성에 대한 것. 직업 문제가 아니라 위치 문제인데, 두 당사자인 해고당한 변호사와 법무법인 파트너 역은 일단 봉사 프로젝트 문제랑 추천서 문제 합의가 되어가자 사실 소송에 대해서는 넘어갈 분위기였다. 그 문제에 덤벼들어서 맞붙었던 건 당사자 변호사 역었던 나랑 상대팀 남자애였다. 나로서는 고객 법무법인의 명성에 치명적일 수 있는 소송 문제를 그냥 지나갈 수가 없어서 포기시키고 싶었고, 그쪽으로서는 고객이 쥔 최대의 법적 에이스를 포기시킬 수가 없었으니까.

그래서 변호사란 한편으로는 당사자인 고객이 감정, 인간관계, 체면 등을 생각해 놓칠 수도 있는 이익을 물고 놓지 않는 파수견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게 지나친 나머지 피를 흘리는 투견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하다면 투견이 될 수도 있지만, 자칫 고객을 이익을 위해 싸운답시고 자기 호승심에 못이겨 고객의 이익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점이 위험하달까. 어제는 상대편 변호사 역하고 잘 얘기가 돼서 결국은 2개월 동안은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2개월 후에 소송 포기 여부를 다시 결정하는 조건부 합의가 되었다. 실생활에서 그런 상황에 마주한다면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겠지.

뭐 어쨌든 지역 결선에 진출 못한 덕분에(?) 페이퍼 주제도 생각해보며 일요일 하루는 느긋하게 쉬고 있다. 역시 인생지사 새옹지마!
2008/03/10 04:49 2008/03/10 04:49
Posted by 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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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1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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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에 멋진 변호샤가 된 로키님의 모습이 머릿 속에서 자동으로 그려지는데요^^

    비록 결승진출은 못 하셨으나 대회를 준비하시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셨을 겁니다.
    • 로키 
      2008/03/10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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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 확실히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좋은 경험을 해서 행운이었다고 생각해요^^
  2. 2008/03/1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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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에 로키님이 갈고 닦은 실력을 쓰게 될 때는 바로 실전!
    • 로키
      2008/03/11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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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둥)
  3. 2008/03/12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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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고 많으셨네요^^ 더욱 자신감을 얻고 앞으로 잘 해내가시길! +_+)V
    • 로키
      2008/03/1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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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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