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는데, 내가 어떤 공부를 하고싶은지 얘기하다 보면 말투라든지 표정이 굉장히 열심인가보다. 타고난 학자라거나 (에헴!),
학문적 관심이 대단히 깊어보인다거나 하는 얘기를 들으니 말이야. 그냥 나한테 흥미로운 것을 설명한다고 생각했는데, 드러내려 하지
않아도 뭔가 열정이 전달되나봐.
공부, 특히 입시공부는 그냥저냥 재밌게 하는 편이었지만 이런 기분은 처음이다. 내가
그동안 학문에 대해 얼마나 나태했는지, 정말로 좋아하는 게 보이니까 알겠어.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건 다 읽고 싶고, 트위터니
비디오니 팟캐스트니 자꾸 찾아보게 된다. 아쉬운 소리 하는거 참 싫어했는데 이젠 이사람 저사람 다 붙잡고 도와달라고 하고
싶어져.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깊이 원하니까 힘이 나는 거다.
이 새로운 꿈이 날 어디로 휩쓸어갈까, 이제는
불안감 대신 기대감으로 내일을 기다리고 있다. 정말로 원하는 것이 생기니까 이제는 미래가 초조하지도 않고, 남이 눈치보이지도
않는다. 물론 지금보다 힘든 날이 많이 있겠지만 그런 날에도 이 열정의 반짝임이 힘이 되기를, 그래서 하루하루 충실하고 행복하기를
나는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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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articles found.
- 2010/04/23 반짝반짝?
- 2010/04/18 고생을 두려워 말자
- 2010/04/08 I don't have to be
- 2010/04/03 새로운 꿈이 생겼다 (2)
- 2009/05/22 그럴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4)
- 2009/01/09 미쿡에 왔습네다 (8)
- 2008/11/16 타고난 아마추어 (2)
- 2008/10/14 첫 시험을 치르다 (8)
- 2008/06/11 후, 비디오 찍었다 (6)
- 2008/06/03 사소한 배려와 안부의 사소하지 않은 중요성 (6)
고생을 두려워 말자
TAG 경력, 일기생각해보면 나는 편한 데에 너무 길들여진 것 같다.
뭐 편한 것 자체는 좋은데, 문제는 그 틀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면 불안~하다는 거지.
그러다 보니 변화가 그렇게 불안할 수가 없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불신도 상당하고.
뭔가 새로운 것을 개척해가고 내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신뢰는 별로 없다.
잘 돼도 노력이 아닌 요행 같아서 내 부족함을 언제 들킬까 늘 불안하다.
하긴 뭐, 변화가 두려운 건 어느 정도 인간 본성이기는 하지.
대개는 불확실한 것을 위해 지금 있는 것을 버리기 힘든 게 인간이니까.
노동의 경쟁이 심한 시대에 어떤 직장이든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방어기제이기도 하겠다.
하지만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기도 하다.
고생을 해보았다는 것은 역경 앞에서 자기 생활을 제어해본 적이 있다는 뜻이며,
그만큼 변화의 불확실성 앞에 당당할 수 있다는 뜻일 테니까.
고생할 텐데 난 아마 안 될 거야 못할 거야 하는 자기불신과 불안에 갇히는 대신에
자기 갈 길을 파악하고, 고생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 위에 움직인다면
그거야말로 돈 주고 사서라도 마련할 만한 자산인 거다.
사실 하루에 16시간 주7일 힘겨운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정도의 '고생'을 무슨 고생이라고 하겠는가, 완전 호강이지.
사람이 사람을 착취하고 지상에 지옥을 만드는 그 지독한 악순환을 끊는 데에
작은 기여라도 할 수 있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기운이 팍팍 날 것 같다.
시덥잖은 생각인지도 모르겠지만, 목표 앞에서 이렇게 설레어본 것은 처음인걸.
지금은 이 느낌을 믿고 가보고 싶다. 그러다 보면 길이 보일지도 모르니까.
잘못 생각하는 부분도 있을 수 있고, 그릇된 판단을 내릴 수도 있어.
그런 의미에서 지금 가는 길이 막다른 골목에 부딪힌 것이 오히려 다행이다.
안 그랬으면 방향을 바꾸기는 어려웠을지도 모르니까.
많이 알아보고 생각해서 그런 시행착오를 줄이려고 노력해야겠지만,
실수할 땐 실수하더라도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내가 살아가는 내일에 두려움이 아니라 기대와 희망이 가득하기를 바라니까.
TOP
뭐 편한 것 자체는 좋은데, 문제는 그 틀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면 불안~하다는 거지.
그러다 보니 변화가 그렇게 불안할 수가 없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불신도 상당하고.
뭔가 새로운 것을 개척해가고 내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신뢰는 별로 없다.
잘 돼도 노력이 아닌 요행 같아서 내 부족함을 언제 들킬까 늘 불안하다.
하긴 뭐, 변화가 두려운 건 어느 정도 인간 본성이기는 하지.
대개는 불확실한 것을 위해 지금 있는 것을 버리기 힘든 게 인간이니까.
노동의 경쟁이 심한 시대에 어떤 직장이든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방어기제이기도 하겠다.
하지만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기도 하다.
고생을 해보았다는 것은 역경 앞에서 자기 생활을 제어해본 적이 있다는 뜻이며,
그만큼 변화의 불확실성 앞에 당당할 수 있다는 뜻일 테니까.
고생할 텐데 난 아마 안 될 거야 못할 거야 하는 자기불신과 불안에 갇히는 대신에
자기 갈 길을 파악하고, 고생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 위에 움직인다면
그거야말로 돈 주고 사서라도 마련할 만한 자산인 거다.
사실 하루에 16시간 주7일 힘겨운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정도의 '고생'을 무슨 고생이라고 하겠는가, 완전 호강이지.
사람이 사람을 착취하고 지상에 지옥을 만드는 그 지독한 악순환을 끊는 데에
작은 기여라도 할 수 있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기운이 팍팍 날 것 같다.
시덥잖은 생각인지도 모르겠지만, 목표 앞에서 이렇게 설레어본 것은 처음인걸.
지금은 이 느낌을 믿고 가보고 싶다. 그러다 보면 길이 보일지도 모르니까.
잘못 생각하는 부분도 있을 수 있고, 그릇된 판단을 내릴 수도 있어.
그런 의미에서 지금 가는 길이 막다른 골목에 부딪힌 것이 오히려 다행이다.
안 그랬으면 방향을 바꾸기는 어려웠을지도 모르니까.
많이 알아보고 생각해서 그런 시행착오를 줄이려고 노력해야겠지만,
실수할 땐 실수하더라도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내가 살아가는 내일에 두려움이 아니라 기대와 희망이 가득하기를 바라니까.
I don't have to be
TAG 경력, 일기나는 대단하지 않아도 된다.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즐거우면 된다.
무엇이 진정 즐거운지 찾아서 하면,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하루하루가 즐거우면
그게 성공이고, 그게 진짜 대단한 거다.
이제 성공의 족쇄에서 놓여나자.
불안이 아닌 희망의 렌즈로 내일을 보고 싶어.
의무나 명성이 아니라 기쁨을 위해 살았다고,
그래서 삶이 너무나 즐거웠다고 죽을 때 말하고 싶어.
I don't have to be...
Anything.
I will be what I want.
To speak no longer in the language of obligation and fear
But of joy and desire
Is the highest aspiration of life
And the noblest way to live.
I'm scared because freedom is a terrible, frightening thing,
(Thus spake V, and I believe him for he is wise)
And laughing at myself because I know the risk I take is vanishingly small
Compared to the size of my fear.
But laugh at me, do, for I am really a small-minded, sheltered woman
Whose fears outmatch any of her realities,
Petit-bourgeois, navel-gazing in the worst of ways.
Is there a point to all this? Does there have to be?
This is my own declaration of independence, in my narrow bourgeois way.
Freedom from expectations, freedom from self doubt
And aye, from obligation, that dour, sour-faced death of love.
I'm looking, I'm searching, seeking ultimately myself
Somewhere to belong, something to do, someone to be
I may find it tomorrow, next year, a lifetime later, never;
I may waste my potential, my money, my time, my life--
But I will never regret the search. This I believe.
TOP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즐거우면 된다.
무엇이 진정 즐거운지 찾아서 하면,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하루하루가 즐거우면
그게 성공이고, 그게 진짜 대단한 거다.
이제 성공의 족쇄에서 놓여나자.
불안이 아닌 희망의 렌즈로 내일을 보고 싶어.
의무나 명성이 아니라 기쁨을 위해 살았다고,
그래서 삶이 너무나 즐거웠다고 죽을 때 말하고 싶어.
I don't have to be...
Anything.
I will be what I want.
To speak no longer in the language of obligation and fear
But of joy and desire
Is the highest aspiration of life
And the noblest way to live.
I'm scared because freedom is a terrible, frightening thing,
(Thus spake V, and I believe him for he is wise)
And laughing at myself because I know the risk I take is vanishingly small
Compared to the size of my fear.
But laugh at me, do, for I am really a small-minded, sheltered woman
Whose fears outmatch any of her realities,
Petit-bourgeois, navel-gazing in the worst of ways.
Is there a point to all this? Does there have to be?
This is my own declaration of independence, in my narrow bourgeois way.
Freedom from expectations, freedom from self doubt
And aye, from obligation, that dour, sour-faced death of love.
I'm looking, I'm searching, seeking ultimately myself
Somewhere to belong, something to do, someone to be
I may find it tomorrow, next year, a lifetime later, never;
I may waste my potential, my money, my time, my life--
But I will never regret the search. This I believe.
새로운 꿈이 생겼다
TAG 경력, 일기무엇이 막혀있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난 편한 자리에, 지위와 타인의 시선에 집착하고 있었던 거야.
그러나 스스로 신념이 없는 일을 해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행복할 수 없다.
그 사실을 깨달으면서 내게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새로운 사랑만큼이나 설레는 기대감과 불안이...
잘못 생각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실패할 지도 몰라. 때로는 분명 후회할 거다. 그냥 지금 상황에 대한 도피일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이건 포기할 수가 없다. 그저 이걸 할 수만 있다면 실패하더라도 충분히 행복할 것 같아.
잘 될까? 성공할까? 가치는 있는 일일까? 모르지. 세상에 보장받은 게 어딨어?
하지만 정말 많이 원하긴 한다. 지금은 일단 이 느낌을 믿어보고 달리고 싶어.
겁도 나고 불안하더라도 온전히 나답게 내 열정을 쫓고 싶어.
비록 잘못이었다 하더라도, 비록 도피에 열정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을 붙인 게 전부였다 하더라도,
그건 내 실패이며, 나의 시행착오이겠지. 따라서 나의 삶일 것이다.
TOP
난 편한 자리에, 지위와 타인의 시선에 집착하고 있었던 거야.
그러나 스스로 신념이 없는 일을 해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행복할 수 없다.
그 사실을 깨달으면서 내게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새로운 사랑만큼이나 설레는 기대감과 불안이...
잘못 생각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실패할 지도 몰라. 때로는 분명 후회할 거다. 그냥 지금 상황에 대한 도피일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이건 포기할 수가 없다. 그저 이걸 할 수만 있다면 실패하더라도 충분히 행복할 것 같아.
잘 될까? 성공할까? 가치는 있는 일일까? 모르지. 세상에 보장받은 게 어딨어?
하지만 정말 많이 원하긴 한다. 지금은 일단 이 느낌을 믿어보고 달리고 싶어.
겁도 나고 불안하더라도 온전히 나답게 내 열정을 쫓고 싶어.
비록 잘못이었다 하더라도, 비록 도피에 열정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을 붙인 게 전부였다 하더라도,
그건 내 실패이며, 나의 시행착오이겠지. 따라서 나의 삶일 것이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TAG 경력, 일기늘어지게 늦잠 잔 금요일 아침, 추천서 업무 때문에 사무실에 나왔다. 학생 하나에게는 추천서를 줬는데, 약속한 다른 학생 하나는 영 안 나온다. 잊어버린 것 같아서 전화를 해봤다.
TOP
나: 안녕하세요, A양. 오늘 추천서 받으러 11시에 오기로 하지 않았어요?학생: 아~ 같은 시간에 다른 학생하고 약속 있다고 하셨던 걸로 기억해서...나: (이미 쓴 추천서를 A양, B양 한꺼번에 만나서 주겠다는 뜻이었는데 말이 잘못 전달됐군.) 이런, 말이 엇갈렸던 모양이네요. 나와서 받아갈래요? 아니면 혹시 집에 있는 건가요?학생: 예... 그래도 제가 가서 받아오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나: (그때까지 여기 있긴 싫다) 그냥 내가 직접 제출할게요. 어차피 학교에 있으니까.학생: 예, 어제 제가 드린 자기소개서도 혹시 같이 내주실 수 있으세요?나: 그러죠. 좋은 주말 돼요. (그러나 학생은 이미 끊고 있다)나: (좀 놀라서 끊는다)
말은 얼마든지 엇갈릴 수 있다. 약속 잡으면서 내가 좀 장난스럽게 말했던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오늘이 추천서 내는 날이었는데 시간약속이 11시에 안 됐다고 생각했다면 대체 언제 와서 받아갈 생각이었던 건지. 그리고 전화는 어른이 끊을 때까지 기다리는 게 우리나라 예법인데, 역시 외국에서 오래 산 학생이라 그런 부분은 모르는 건가.
A 학생이 크게 잘못한 건 아니지만 약간 화가 나고 당황스러워졌다. 아무래도 상대가 보이는 성의에 따라 나도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차이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이래서 별다른 악의 없이도 인간관계는 틀어지기 쉬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크게 화가 나거나 한 건 아니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A양을 좀 다르게 보게 된다. 나도 이런 실수를 한 적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같은 장학금에 지원하는 두 학생의 대조도 재미있다. 추천서 받아가는 또 다른 학생인 B양은 미리 나한테 연락하고 직접 찾아와서 증빙서류도 다 주고 추천서도 오늘 또 찾아와서 받아갔는데, 정말로 가정환경이 어려워서 장학금을 꼭 받아야 한다는 게 팍팍 전해졌다. 반면 A양은 추천서 써달라는 연락도 서류 마감 전날이었던 어제 하고, 나한테 서류 하나 내민 적 없고, 추천서 받을 시간약속이 잡히고 말고도 크게 신경쓰지 않은 거 보면 장학금이 별 필요없는데 한 번 찔러보는 기색이 역력하다.
솔직한 심정이라면 B양은 장학금을 꼭 받았으면 좋겠고, A양은 받든 말든 별로 상관없다는 생각이 든다. B양은 가정환경이 정말로 어려운 걸 증빙하는 온갖 서류를 줬었는데, 어떤 서류가 있는지만 보고 돌려줬었다. 경제사정은 어차피 내가 심사하는 것도 아니고, 집안 재무에 대한 온갖 서류를 모르는 사람인 나한테 내미는 성의로 충분했다. 게다가 일일히 찾아오는 성의가 얼마나 마음에 드는지, 장학금 못 받기라도 하면 내가 직접 학교에 항의하고 싶은 심정이다. A양은? 별로 안 어려운 것 같은데 왠만하면 그 기회는 더 어려운 학생에게 가는 게 좋을 듯? (그리고 재밌게도 나하고 친한 쪽은 A양이고, B양은 장학금 업무로 두 번 만난 것 외에는 모르는 학생이다.)
사람 일이라는 건 결국 사람이 하는 거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은 예의와 성의, 간절함에 움직이게 되어 있다. 이런 내용을 A양의 발전을 위해 얘기해주고 싶어도 과연 좋은 얘기로 들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망설이게 된다. 내 잘못을 지적해주는 사람이야말로 진정 날 위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새삼 들고. (거의 부모밖에 없지, 사실.) 나도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지.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 중에 내 스승이 있다던가. A양과 B양은 둘다 학생이지만 내 스승이다. 둘 중 하나는 이 상황에서는 반면교사에 가깝지만...
미쿡에 왔습네다
TAG 건강, 경력, 일기변호사 선서하고 의무 강좌 들으러 DC에 어제 내렸다. 선서는 내일 하고 의무 강좌는 모레 듣는다. 내가 또 시차 적응은 잘해서 좀 졸리긴 하지만 특별한 고생은 없다. 다니던 학교 와서 태연하게 학생증 보여주며 지나가니까 무사통과해서 현재는 학교 도서관에 앉아있다. 재학생 카드인지 졸업생 카드인지 눈으로 봐서 알 길이 없으니 당연하겠지. 사람이 눈으로 확인하는 건 통과되는데 기계는 속질 않아서 긁는 건 안 된다. 이로써 낮 동안 지낼 곳 확보. 온 김에 논문이랑 수업 관련해서 책 좀 많이 찾아봐야지. 빌리진 못하지만 어떤 책이 도움이 되는지 구경은 해볼 수 있으니까.
TOP
잘 지내고는 있는데 귀국 직후에 피검사를 받기로 되어 있어서 우울하다. 몇 년 동안이나 지지고 볶은 끝에 병원 공포증은 거의 신적 수준이랄까. 재발하지 않는 치료라는데 재발한 것 같아서 더 우울하고, 그러면서도 몸 상태는 좋아서 이상하다. 주기적 마비 같은 갑상선 중독 증세도 완전히 사라진 걸 보면 결국은 갑상선이 문제라기보다는 내 몸 자체가 문제였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몸이 좋아지다 보면 이쪽도 해결될 것 같은데 마치 갑상선이 모든 것인양 검사 결과에 얽매이고 일일히 보고하고 걱정하고 어쩌고 하는 게 짜증난다.
잘 풀리는 일이 있으면 답답한 일도 있는 게 당연하겠지. 어제 타로를 뽑아보니 잔의 다섯이 나왔다. 쏟아진 잔에 대해 불안해하느라 잘 서있는 잔을 못 보는 건 바보같은 일이다. 결국은 다 잘 될 거야.
타고난 아마추어
TAG 경력, 일기웹스터 사전 넘기면서 마음에 드는 단어 어원 모으는 게 취미였던 적이 있다. 그때 찾은 영단어 중 dilettante라는 게 있다. 별 깊이는 없이 이것저것 집적거리는 사람. 팔방미인의 부정적 의미 정도 된다. 흔히 사용하는 의미 중 하나는 취미로, 좀 더 부정적으로는 폼으로 예술 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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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난 내가 타고난 딜레탕트인 것 같다. 머리는 적당히 좋지만 계획성이 없고 뭐 하나 깊게 파기는 싫어하고, 직관적으로 한 번 퍼뜩 보고 감동을 느낀 다음에 다음 감각으로 옮겨가기 바쁘니까.
딜레탕트라는 말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어원 때문이다. 딜레탕트의 어원은 이탈리아어의 dilettare, 즐거움이다. 얕게 알고 지나가기 좋아하는 내 성향은 근본적으로는 정신적 쾌락주의라는 점에서 어울리는 말이다.
딜레탕트인 나는 사실 거의 어떤 자리에 취직했어도 지금보다는 스트레스를 덜 받았을 거다. 난 기본적으로 업무라는 걸 즐긴다. 일하느라 뭔가 새로운 걸 알아가고, 남들하고 얘기하고 접하고, 배운 걸 활용하고, 또 그게 지나가면 새로운 걸 배우는 흐름이 재미있다.
하지만 삶이라는 게 재밌어서, 꼭 가장 도전이 되는 자리에 사람을 갖다놓는 것 같다. 딜레탄티즘과는 가장 거리가 멀고, 숨가쁜 업무의 흐름도 없이 하루의 대부분을 혼자 보내고 어떤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어야 하는 자리에 취직하다니.
당연히 불평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과분하지. 그저 나한테 어떻게 보면 제일 안 어울리는 자리에 어느새 앉아있다는 사실이 재미있을 뿐. 가장 편한 자리에 들어가서 편한 모습 그대로 굳어지려는 걸 막아버리는 게 삶이 주는 짖궂은 선물 중 하나일까.
그래서 이제는 내가 변해야 할 때. 타고난 아마추어인 내가 선택한 분야의 프로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 답을 확인하는 것은 또 다른 배움이자 즐거움이겠지.
첫 시험을 치르다
TAG 경력, 일상아니, 바로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난 시험을 보는 입장이었지, 내는 입장이 아니었다고. (..) 처음으로 수험자가 아닌 출제자, 그리고 평가자로서 시험을 치렀다. 가뜩이나 어렵다고 원성이 드높아서 (엉엉 내가 뭘 어쨌다고) 출제에 상당히 끙끙 앓았다. 풀 만한 문제가 하나는 있게 문제 여럿 중 하나를 선택하는 식으로 내기도 했고. 자세한 얘기는 다음번 수업에 듣겠지만, 일단 어려워서 못 풀 정도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수업시간에 다 한 얘긴데 어려워서 못 풀면 좀 문제가 심각하기도 했을 테고.
TOP
학생 하나는 시험에 30분쯤 늦게 들어와서 날 당황하게 했다. 11시에 했어도 1~2분에서 30분까지 늦게 들어오는 학생들이 있는데, 애들 대다수가 원한 대로 9시 반 목요일로 옮겼으면 어떻게 될 뻔했어. 맞을 매는 빨리 맞는 게 낫다고, 중간고사 하나라도 빨리 끝난 걸 지금쯤 다들 안도하고 있을 거다.
어쨌든 늦게 들어온 학생이 참 딱하더라. 차분하게 풀라고 얘기해주고, 시험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준 다음에 '괜찮아? 침착하게 할 수 있지?' 하면서 등도 좀 쓸어주고, 약간 훌쩍거리길래 (얼마나 놀랐겠어, 시험에 늦다니) 휴지도 갖다주고 하니까 좀 차분해지는 것 같았다. 그 학생 생각해서 끝에 전원에게 시간을 5분 더 주긴 했지만, 그 5분이 끝난 다음에는 단호하게 그만 쓰라고 끊었다. 안된 건 안된 거고 원칙은 원칙이니까.
그래도 나중에 시험 끝나고 찾아왔을 때 고마워하데. 부족한 시간에도 답안지를 꽤 빼곡하게 채웠던데, 생각보다 잘 봤을지도 모르고 기말고사 때 열심히 하라고 위로해줬다. 늦은 건 어쩔 수 없지만, 불쌍하긴 참 불쌍하더라. 나도 특히 아플 때는 온갖 엉망인 짓을 다 해서리 남 얘기 같지 않았다. ;_; 최소한 시험은 다 봤었고 그래서 어찌어찌 졸업은 한 거지만.
어쨌든 이런 식으로 새로운 경험이 하나씩 쌓여간다는 기분이 든다. 그 속에서 뭔가 배우고 변해가는 게 있겠지? 모두 중간고사 잘 보기를 (내 시험 잘 못봤으면 주거써..ㅡㅡ++),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나도 더욱 성장하기를. 그래서 경험이야말로 나의 교실이고, 나의 학생들은 나의 선생이다. 그리고 배움이란 언제까지나 끝나지 않는 과정이다.
후, 비디오 찍었다
TAG 경력, 일기며칠 동안 스트레스 받았던 일인 10분짜리 비디오를 오늘 찍었다. 평생 비디오 카메라를 다뤄본 일도 없고, 뭘 가지고 떠들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집에서 찍기는 좀 그래서 학교 가서 찍어야겠는데 강의실 써도 되느냐고 전화로 물어보니까 직원이 윗사람한테 물어보겠다고 하고서는 좀있다 끊어버리고...
빌린 카메라가 어제 와서 좀 돌리면서 작동법 파악하고, 오늘 오후에 정장 다려서 입고 책가방에 카메라랑 노트북이랑 막 우겨넣고 학교로 일단 갔다. 정장에 책가방이라니 좀 갓 쓰고 자전거 타기이긴 했지만, 비디오에 책가방 메고 나올 거 아니니까 괜찮다 이거야! (..) 카메라용 케이스가 있긴 하지만 커다란 검은 가방을 들고 학교에 들어가면 경비 하나쯤은 멈춰세우고 질문을 할 것 같았고.
처음에는 얌전하게 학교 사무실 가서 정식으로 허락 받으려고 했는데, 그쪽으로 가는 길에 강의실 하나를 시범적으로 열어봤더니 왠걸, 방학 때 다 잠겨있다던 강의실 문이 훤하게 열려 있네. 형광등만으로는 화질이 별로일 것 같아서 햇빛이 잘 드는 4층 강의실을 찾아가봤지만,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서 포기. 결국 다른 강의실을 찾아 형광등만 받으며 촬영했다. 어차피 비디오 잘 찍었다고 상 주는 것도 아니고. 최소한 부엌 배경보다는 좀 나았겠지.(..)
발표 같은 걸 하면서 종종 느낀 것은 연습을 하면 할 수록 나아진다는 것. 그래서 시범 촬영을 해보면서, 그리고 그냥 앉아서도 중얼중얼 2~3번 연습했다. 혼자 떠들다 보니 가끔씩 사람이 들어오기도 하던데, 아무 얘기도 안하고 다들 슬금슬금 나가데. 싱거운 사람들 같으니라고. 나야 이제는 학교 학생도 아닌데다 기본적으로는 개인 용도로 강의실을 무단 사용중이었으니 도둑이 제발 저렸지만.
그러다가 학교 사무실 시간이 끝날 때쯤 도둑이 제일 발 저린 존재, 경비가 들어왔다! 그런데 다행히도 내가 아주 잘 아는 아저씨였다! 다른 경비 아저씨였으면 어땠을지 모르겠는데 (사실 졸업생이 직장 지원하느라 강의실을 배경으로만 쓰는데 설마 내쫓진 않았겠지만), 알 아저씨는 무슨 일 하는지 설명하니까 아, 그렇냐고, 잘 하라고 격려해주고 가셨다.
비디오는 내용은 그저 무난, 기술은 심히 열악한 정도. 특히 느낀 것이라면 비디오를 통해 열의나 감정을 전달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저화질이라 더 그럴 수도 있지만, 나름 웃어도 비디오로는 무표정하게 나오고, 목소리도 더 평면적이고 해서 참 재미없다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못생기게 나온 게 가슴아프다. (어흑) 그래도 요즘엔 생판 모르는 남자들이 왠지 실실 웃으며 인사하는 일도 있는 걸 보면 비디오에 나온 것만큼 못생기진 않았다고 생각해!
뭐 어쨌건 (흠흠) 스트레스 받았던 일을 해치울 수 있어서 기쁘다. 이제 DVD로 구웠으니 내일 부치기만 하면 된다. 이것까지 하면 8월까지 취직 관련으로 더 할 일은 없으니 시험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겠지. '합격만 하면 되니 도를 넘어서 열심히 하지는 말라'는 당부(?)도 오늘 학원에서 듣긴 했지만. (그런 의미에서 놀고 있..) 에휴, 몇 시간 동안 떠들었더니 배고프네. 저녁 먹고 공부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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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카메라가 어제 와서 좀 돌리면서 작동법 파악하고, 오늘 오후에 정장 다려서 입고 책가방에 카메라랑 노트북이랑 막 우겨넣고 학교로 일단 갔다. 정장에 책가방이라니 좀 갓 쓰고 자전거 타기이긴 했지만, 비디오에 책가방 메고 나올 거 아니니까 괜찮다 이거야! (..) 카메라용 케이스가 있긴 하지만 커다란 검은 가방을 들고 학교에 들어가면 경비 하나쯤은 멈춰세우고 질문을 할 것 같았고.
처음에는 얌전하게 학교 사무실 가서 정식으로 허락 받으려고 했는데, 그쪽으로 가는 길에 강의실 하나를 시범적으로 열어봤더니 왠걸, 방학 때 다 잠겨있다던 강의실 문이 훤하게 열려 있네. 형광등만으로는 화질이 별로일 것 같아서 햇빛이 잘 드는 4층 강의실을 찾아가봤지만,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서 포기. 결국 다른 강의실을 찾아 형광등만 받으며 촬영했다. 어차피 비디오 잘 찍었다고 상 주는 것도 아니고. 최소한 부엌 배경보다는 좀 나았겠지.(..)
발표 같은 걸 하면서 종종 느낀 것은 연습을 하면 할 수록 나아진다는 것. 그래서 시범 촬영을 해보면서, 그리고 그냥 앉아서도 중얼중얼 2~3번 연습했다. 혼자 떠들다 보니 가끔씩 사람이 들어오기도 하던데, 아무 얘기도 안하고 다들 슬금슬금 나가데. 싱거운 사람들 같으니라고. 나야 이제는 학교 학생도 아닌데다 기본적으로는 개인 용도로 강의실을 무단 사용중이었으니 도둑이 제발 저렸지만.
그러다가 학교 사무실 시간이 끝날 때쯤 도둑이 제일 발 저린 존재, 경비가 들어왔다! 그런데 다행히도 내가 아주 잘 아는 아저씨였다! 다른 경비 아저씨였으면 어땠을지 모르겠는데 (사실 졸업생이 직장 지원하느라 강의실을 배경으로만 쓰는데 설마 내쫓진 않았겠지만), 알 아저씨는 무슨 일 하는지 설명하니까 아, 그렇냐고, 잘 하라고 격려해주고 가셨다.
비디오는 내용은 그저 무난, 기술은 심히 열악한 정도. 특히 느낀 것이라면 비디오를 통해 열의나 감정을 전달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저화질이라 더 그럴 수도 있지만, 나름 웃어도 비디오로는 무표정하게 나오고, 목소리도 더 평면적이고 해서 참 재미없다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못생기게 나온 게 가슴아프다. (어흑) 그래도 요즘엔 생판 모르는 남자들이 왠지 실실 웃으며 인사하는 일도 있는 걸 보면 비디오에 나온 것만큼 못생기진 않았다고 생각해!
뭐 어쨌건 (흠흠) 스트레스 받았던 일을 해치울 수 있어서 기쁘다. 이제 DVD로 구웠으니 내일 부치기만 하면 된다. 이것까지 하면 8월까지 취직 관련으로 더 할 일은 없으니 시험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겠지. '합격만 하면 되니 도를 넘어서 열심히 하지는 말라'는 당부(?)도 오늘 학원에서 듣긴 했지만. (그런 의미에서 놀고 있..) 에휴, 몇 시간 동안 떠들었더니 배고프네. 저녁 먹고 공부해야지.
사소한 배려와 안부의 사소하지 않은 중요성
TAG 경력, 일기오늘은 아는 교수님에게 추천서 받으러 갔다가 (흑흑 보실 일은 없겠지만 감사감사) 인간관계에 대해 두어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깨닫거나 확인했다.
첫 번째는, 이건 재확인한 부분이지만 인간관계에는 마음과 배려가 참 중요하다는 것. 내가 수업도 딱 하나 들은 학생이고 추천서 쓰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테니 너무 고마워서 (그 교수님은 내가 기억에 남았다고 하니 다행이지만) 뭔가 마음을 보일 방법이 없나 며칠 전부터 생각했다. 국내였으면 조각 케익 정도 사들고 갔을 것 같은데, 미국은 그게 적당할지 정확히 모르겠어서 결국 날도 덥겠다, 학교 자판기에서 생수 하나 뽑아다가 고맙다고 드렸다.
생수병 정도는 당연히 학기 끝나고 시험 채점도 하는 교수가 추천서 쓰는 수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교수님 자신도 언제든지 쉽게 뽑을 수 있고, 돈이나 수고도 얼마 안 든다. 하지만 하다못해 생수 한 병이라도 고맙다고 건네면 좋아하는 게 사람 마음이기도 하다. 그게 비싸거나 좋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랬으면 부담 느끼거나 불쾌했을 수 있고) 미리 생각해서 뭔가 준비해왔다는 그 마음 자체가 고마운 거니까.
지난 여름에 인턴할 때 주말 동안 우산을 빌려준 연구원님에게 월요일 아침에 우산 돌려드리면서 캔커피를 같이 갖다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것 역시 캔커피만으로는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고맙다는 마음을 말 이상의 뭔가로 물리적으로 표현했다는 점, 아주 작은 것이라도 수고와 시간을 들여서 준비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사람은 마음을 먹고 사는 동물!
두 번째는 조금 의외의 깨달음이었는데, 경청과 안부 묻기는 관심의 표현으로서도 중요하지만 또 의외의 기회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늘은 대충 이런 대화도 오갔다.
그렇잖아도 교수님은 순수 국제법 쪽이고 국제관계 쪽을 더 연구한 건 나니까 (책 자체의 소재는 국제관계이고) 쟤한테 부탁할까 생각은 하고 계셨단다. 하지만 내가 바로 그때 얘기를 꺼내지 않았으면 묻혀졌을지 모르는 일. 수업 들은 것 외에는 접점이 많은 분이 아니었던지라 생각나는 공통 소재에 대해 묻는다는 정도였는데, 그게 이번 경우에는 의외의 기회로 돌아왔다.
타인의 일에 관심을 품고 질문을 던지다는 건 그래서 손해가 없는 장사다. 일단 심리적으로 아, 얘가 작년에 있던 내 일을 아직도 기억하고 물어봐주는구나 하고 호감이 가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사람 일이야 다 인간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타인의 삶에 벌어지는 일에는 얼마든지 자신을 위한 기회가 있을 수 있다.
이번 경우에도 작년에 의뢰받은 서평을 아직 안 쓰셨을 줄이야 나는 당연히 알 길이 없었지만, 안부를 묻는다는 생각으로 질문을 던진 결과 어쩌면 학술지에 서평을 쓸 수도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학술지는 맨날 같은 사람만 글 쓰고 젊은 사람들이 없다고 교수님이 좀 투덜투덜하셨는데, 교수님에게 의뢰한 일을 이름 없는 학생에게 외주(..) 주는 걸 그쪽에서 어떻게 생각할지는 몰라도 그쪽에 물어보신다는 것만으로도 나한테는 상당히 좋은 일이니까.
종합해 보면 인간관계는 결국 타인을 생각하는 게 기본이라는 아주 평범한 결론이 나온다. 타인의 기분과 삶에 관심을 기울이고 하는 말을 경청하면 좋은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고, 그걸 바라고 하면 안 되겠지만 때로는 더 직접적인 이익도 생길 수 있다. 그게 오늘 교수님하고 얘기하면서 새삼 얻은 깨달음이라면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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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이건 재확인한 부분이지만 인간관계에는 마음과 배려가 참 중요하다는 것. 내가 수업도 딱 하나 들은 학생이고 추천서 쓰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테니 너무 고마워서 (그 교수님은 내가 기억에 남았다고 하니 다행이지만) 뭔가 마음을 보일 방법이 없나 며칠 전부터 생각했다. 국내였으면 조각 케익 정도 사들고 갔을 것 같은데, 미국은 그게 적당할지 정확히 모르겠어서 결국 날도 덥겠다, 학교 자판기에서 생수 하나 뽑아다가 고맙다고 드렸다.
생수병 정도는 당연히 학기 끝나고 시험 채점도 하는 교수가 추천서 쓰는 수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교수님 자신도 언제든지 쉽게 뽑을 수 있고, 돈이나 수고도 얼마 안 든다. 하지만 하다못해 생수 한 병이라도 고맙다고 건네면 좋아하는 게 사람 마음이기도 하다. 그게 비싸거나 좋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랬으면 부담 느끼거나 불쾌했을 수 있고) 미리 생각해서 뭔가 준비해왔다는 그 마음 자체가 고마운 거니까.
지난 여름에 인턴할 때 주말 동안 우산을 빌려준 연구원님에게 월요일 아침에 우산 돌려드리면서 캔커피를 같이 갖다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것 역시 캔커피만으로는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고맙다는 마음을 말 이상의 뭔가로 물리적으로 표현했다는 점, 아주 작은 것이라도 수고와 시간을 들여서 준비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사람은 마음을 먹고 사는 동물!
두 번째는 조금 의외의 깨달음이었는데, 경청과 안부 묻기는 관심의 표현으로서도 중요하지만 또 의외의 기회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늘은 대충 이런 대화도 오갔다.
로키: 그때 마침 저널에 서평 쓰기로 하신 책을 제 졸업 논문 조사에 권해주셨죠. 그게 작년 말이었으니까 이제 서평 내셨겠네요.
교수님: 그러고 보니 내가 그걸 안 썼어. 책 볼 시간조차 없었는데, 넌 봤으니까 내가 저널에 물어볼게. 그쪽이 괜찮다고 하면 네가 쓸 생각 있니?
로키: (떠헙) 물론이죠!!!
그렇잖아도 교수님은 순수 국제법 쪽이고 국제관계 쪽을 더 연구한 건 나니까 (책 자체의 소재는 국제관계이고) 쟤한테 부탁할까 생각은 하고 계셨단다. 하지만 내가 바로 그때 얘기를 꺼내지 않았으면 묻혀졌을지 모르는 일. 수업 들은 것 외에는 접점이 많은 분이 아니었던지라 생각나는 공통 소재에 대해 묻는다는 정도였는데, 그게 이번 경우에는 의외의 기회로 돌아왔다.
타인의 일에 관심을 품고 질문을 던지다는 건 그래서 손해가 없는 장사다. 일단 심리적으로 아, 얘가 작년에 있던 내 일을 아직도 기억하고 물어봐주는구나 하고 호감이 가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사람 일이야 다 인간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타인의 삶에 벌어지는 일에는 얼마든지 자신을 위한 기회가 있을 수 있다.
이번 경우에도 작년에 의뢰받은 서평을 아직 안 쓰셨을 줄이야 나는 당연히 알 길이 없었지만, 안부를 묻는다는 생각으로 질문을 던진 결과 어쩌면 학술지에 서평을 쓸 수도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학술지는 맨날 같은 사람만 글 쓰고 젊은 사람들이 없다고 교수님이 좀 투덜투덜하셨는데, 교수님에게 의뢰한 일을 이름 없는 학생에게 외주(..) 주는 걸 그쪽에서 어떻게 생각할지는 몰라도 그쪽에 물어보신다는 것만으로도 나한테는 상당히 좋은 일이니까.
종합해 보면 인간관계는 결국 타인을 생각하는 게 기본이라는 아주 평범한 결론이 나온다. 타인의 기분과 삶에 관심을 기울이고 하는 말을 경청하면 좋은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고, 그걸 바라고 하면 안 되겠지만 때로는 더 직접적인 이익도 생길 수 있다. 그게 오늘 교수님하고 얘기하면서 새삼 얻은 깨달음이라면 깨달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