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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22 그럴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4)
  2. 2009/01/09 미쿡에 왔습네다 (8)
  3. 2008/11/16 타고난 아마추어 (2)
  4. 2008/10/14 첫 시험을 치르다 (8)
  5. 2008/06/11 후, 비디오 찍었다 (6)
  6. 2008/06/03 사소한 배려와 안부의 사소하지 않은 중요성 (6)
  7. 2008/05/20 옛 논문들 (10)
  8. 2008/03/10 지역 예선을 치르다 (흑흑) (6)
  9. 2007/08/07 인턴십 정리 1: 일 (2)


그럴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2009/05/22 11:56  로키 TAG ,
늘어지게 늦잠 잔 금요일 아침, 추천서 업무 때문에 사무실에 나왔다. 학생 하나에게는 추천서를 줬는데, 약속한 다른 학생 하나는 영 안 나온다. 잊어버린 것 같아서 전화를 해봤다.

나: 안녕하세요, A양. 오늘 추천서 받으러 11시에 오기로 하지 않았어요?
학생: 아~ 같은 시간에 다른 학생하고 약속 있다고 하셨던 걸로 기억해서...
나: (이미 쓴 추천서를 A양, B양 한꺼번에 만나서 주겠다는 뜻이었는데 말이 잘못 전달됐군.) 이런, 말이 엇갈렸던 모양이네요. 나와서 받아갈래요? 아니면 혹시 집에 있는 건가요?
학생: 예... 그래도 제가 가서 받아오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나: (그때까지 여기 있긴 싫다) 그냥 내가 직접 제출할게요. 어차피 학교에 있으니까.
학생: 예, 어제 제가 드린 자기소개서도 혹시 같이 내주실 수 있으세요?
나: 그러죠. 좋은 주말 돼요. (그러나 학생은 이미 끊고 있다)
나: (좀 놀라서 끊는다)

말은 얼마든지 엇갈릴 수 있다. 약속 잡으면서 내가 좀 장난스럽게 말했던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오늘이 추천서 내는 날이었는데 시간약속이 11시에 안 됐다고 생각했다면 대체 언제 와서 받아갈 생각이었던 건지. 그리고 전화는 어른이 끊을 때까지 기다리는 게 우리나라 예법인데, 역시 외국에서 오래 산 학생이라 그런 부분은 모르는 건가.

A 학생이 크게 잘못한 건 아니지만 약간 화가 나고 당황스러워졌다. 아무래도 상대가 보이는 성의에 따라 나도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차이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이래서 별다른 악의 없이도 인간관계는 틀어지기 쉬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크게 화가 나거나 한 건 아니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A양을 좀 다르게 보게 된다. 나도 이런 실수를 한 적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같은 장학금에 지원하는 두 학생의 대조도 재미있다. 추천서 받아가는 또 다른 학생인 B양은 미리 나한테 연락하고 직접 찾아와서 증빙서류도 다 주고 추천서도 오늘 또 찾아와서 받아갔는데, 정말로 가정환경이 어려워서 장학금을 꼭 받아야 한다는 게 팍팍 전해졌다. 반면 A양은 추천서 써달라는 연락도 서류 마감 전날이었던 어제 하고, 나한테 서류 하나 내민 적 없고, 추천서 받을 시간약속이 잡히고 말고도 크게 신경쓰지 않은 거 보면 장학금이 별 필요없는데 한 번 찔러보는 기색이 역력하다.

솔직한 심정이라면 B양은 장학금을 꼭 받았으면 좋겠고, A양은 받든 말든 별로 상관없다는 생각이 든다. B양은 가정환경이 정말로 어려운 걸 증빙하는 온갖 서류를 줬었는데, 어떤 서류가 있는지만 보고 돌려줬었다. 경제사정은 어차피 내가 심사하는 것도 아니고, 집안 재무에 대한 온갖 서류를 모르는 사람인 나한테 내미는 성의로 충분했다. 게다가 일일히 찾아오는 성의가 얼마나 마음에 드는지, 장학금 못 받기라도 하면 내가 직접 학교에 항의하고 싶은 심정이다. A양은? 별로 안 어려운 것 같은데 왠만하면 그 기회는 더 어려운 학생에게 가는 게 좋을 듯? (그리고 재밌게도 나하고 친한 쪽은 A양이고, B양은 장학금 업무로 두 번 만난 것 외에는 모르는 학생이다.)

사람 일이라는 건 결국 사람이 하는 거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은 예의와 성의, 간절함에 움직이게 되어 있다. 이런 내용을 A양의 발전을 위해 얘기해주고 싶어도 과연 좋은 얘기로 들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망설이게 된다. 내 잘못을 지적해주는 사람이야말로 진정 날 위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새삼 들고. (거의 부모밖에 없지, 사실.) 나도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지.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 중에 내 스승이 있다던가. A양과 B양은 둘다 학생이지만 내 스승이다. 둘 중 하나는 이 상황에서는 반면교사에 가깝지만...
2009/05/22 11:56 2009/05/22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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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Xenosia
    2009/05/22 17:39 PERMALINK EDIT/ERASE REPLY

    요즘 애들은 강하게 크죠.
    그런데 자생력은 없습니다 [..?]
    뭐 여하튼 인맥인겁니[..]

  2. lhovamp
    2009/05/23 11:21 PERMALINK EDIT/ERASE REPLY

    반면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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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쿡에 왔습네다

2009/01/09 05:41  로키 TAG , ,
변호사 선서하고 의무 강좌 들으러 DC에 어제 내렸다. 선서는 내일 하고 의무 강좌는 모레 듣는다. 내가 또 시차 적응은 잘해서 좀 졸리긴 하지만 특별한 고생은 없다. 다니던 학교 와서 태연하게 학생증 보여주며 지나가니까 무사통과해서 현재는 학교 도서관에 앉아있다. 재학생 카드인지 졸업생 카드인지 눈으로 봐서 알 길이 없으니 당연하겠지. 사람이 눈으로 확인하는 건 통과되는데 기계는 속질 않아서 긁는 건 안 된다. 이로써 낮 동안 지낼 곳 확보. 온 김에 논문이랑 수업 관련해서 책 좀 많이 찾아봐야지. 빌리진 못하지만 어떤 책이 도움이 되는지 구경은 해볼 수 있으니까.

잘 지내고는 있는데 귀국 직후에 피검사를 받기로 되어 있어서 우울하다. 몇 년 동안이나 지지고 볶은 끝에 병원 공포증은 거의 신적 수준이랄까. 재발하지 않는 치료라는데 재발한 것 같아서 더 우울하고, 그러면서도 몸 상태는 좋아서 이상하다. 주기적 마비 같은 갑상선 중독 증세도 완전히 사라진 걸 보면 결국은 갑상선이 문제라기보다는 내 몸 자체가 문제였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몸이 좋아지다 보면 이쪽도 해결될 것 같은데 마치 갑상선이 모든 것인양 검사 결과에 얽매이고 일일히 보고하고 걱정하고 어쩌고 하는 게 짜증난다.

잘 풀리는 일이 있으면 답답한 일도 있는 게 당연하겠지. 어제 타로를 뽑아보니 잔의 다섯이 나왔다. 쏟아진 잔에 대해 불안해하느라 잘 서있는 잔을 못 보는 건 바보같은 일이다. 결국은 다 잘 될 거야.
2009/01/09 05:41 2009/01/09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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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09 14:01 PERMALINK EDIT/ERASE REPLY

    옙! 힘내시고 건강히 잘 돌아오세요~ :)

  2. 2009/01/09 21:05 PERMALINK EDIT/ERASE REPLY

    다 잘 될거야. 힘내!

  3. Xenosia
    2009/01/11 19:07 PERMALINK EDIT/ERASE REPLY

    원래 버그를 찾기 위한 테스트는 미친듯이 꼼꼼하게 해주는게 좋은 거죠
    덕분에 요즘 남자의 눈물을 흘리고 있습[..]
    여하튼 즐거운 쌀나라 여행 되시길.

    • 로키
      2009/01/13 16:35 PERMALINK EDIT/ERASE

      조의를 표합니다..(..) 덕분에 쌀나라는 잘 다녀왔습니다.

  4. lainavi
    2009/01/12 09:34 PERMALINK EDIT/ERASE REPLY

    한번 병을 겪고나면, 병에 대해서 더 용감해지는 것 같아. 나도 가끔가다 자다 일어나서 문득문득 목을 만져볼 때가 있어. 병은 평생 내 발목을 쥐고 놓지 않을거야. 끊이지 않는 근원의 공포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지. 일상속에서는 최대한 잊고 살려고 노력해. 왜냐면, 병을 의식하여 떨면서 사는 것은 결국 언젠가는 반드시 찾아올 죽음을 매일 의식하며 사는 것 만큼이나 바보스러운 일일테니까.

    • 로키
      2009/01/13 16:36 PERMALINK EDIT/ERASE

      하긴, 결국은 그렇네. 아무리 아파봤자 사람이 죽기밖에 더 하나..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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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아마추어

2008/11/16 12:21  로키 TAG ,
웹스터 사전 넘기면서 마음에 드는 단어 어원 모으는 게 취미였던 적이 있다. 그때 찾은 영단어 중 dilettante라는 게 있다. 별 깊이는 없이 이것저것 집적거리는 사람. 팔방미인의 부정적 의미 정도 된다. 흔히 사용하는 의미 중 하나는 취미로, 좀 더 부정적으로는 폼으로 예술 하는 사람.

개인적으로 난 내가 타고난 딜레탕트인 것 같다. 머리는 적당히 좋지만 계획성이 없고 뭐 하나 깊게 파기는 싫어하고, 직관적으로 한 번 퍼뜩 보고 감동을 느낀 다음에 다음 감각으로 옮겨가기 바쁘니까.

딜레탕트라는 말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어원 때문이다. 딜레탕트의 어원은 이탈리아어의 dilettare, 즐거움이다. 얕게 알고 지나가기 좋아하는 내 성향은 근본적으로는 정신적 쾌락주의라는 점에서 어울리는 말이다.

딜레탕트인 나는 사실 거의 어떤 자리에 취직했어도 지금보다는 스트레스를 덜 받았을 거다. 난 기본적으로 업무라는 걸 즐긴다. 일하느라 뭔가 새로운 걸 알아가고, 남들하고 얘기하고 접하고, 배운 걸 활용하고, 또 그게 지나가면 새로운 걸 배우는 흐름이 재미있다.

하지만 삶이라는 게 재밌어서, 꼭 가장 도전이 되는 자리에 사람을 갖다놓는 것 같다. 딜레탄티즘과는 가장 거리가 멀고, 숨가쁜 업무의 흐름도 없이 하루의 대부분을 혼자 보내고 어떤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어야 하는 자리에 취직하다니.

당연히 불평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과분하지. 그저 나한테 어떻게 보면 제일 안 어울리는 자리에 어느새 앉아있다는 사실이 재미있을 뿐. 가장 편한 자리에 들어가서 편한 모습 그대로 굳어지려는 걸 막아버리는 게 삶이 주는 짖궂은 선물 중 하나일까.

그래서 이제는 내가 변해야 할 때. 타고난 아마추어인 내가 선택한 분야의 프로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 답을 확인하는 것은 또 다른 배움이자 즐거움이겠지.
2008/11/16 12:21 2008/11/1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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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18 19:18 PERMALINK EDIT/ERASE REPLY

    많이 힘든가보다; 그래도 결국에는 분명 누나는 프로가 될 수 있을거야!

    • 로키
      2008/11/18 22:41 PERMALINK EDIT/ERASE

      그래야지!^^ 많이 힘들거나 하진 않아. 그 도전 자체가 재밌으니까. 게다가 이제는 뭘 연구하고 싶은지 감이 잡혀서 그쪽으로 매진할 생각하니 편해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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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험을 치르다

2008/10/14 18:57  로키 TAG ,
아니, 바로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난 시험을 보는 입장이었지, 내는 입장이 아니었다고. (..) 처음으로 수험자가 아닌 출제자, 그리고 평가자로서 시험을 치렀다. 가뜩이나 어렵다고 원성이 드높아서 (엉엉 내가 뭘 어쨌다고) 출제에 상당히 끙끙 앓았다. 풀 만한 문제가 하나는 있게 문제 여럿 중 하나를 선택하는 식으로 내기도 했고. 자세한 얘기는 다음번 수업에 듣겠지만, 일단 어려워서 못 풀 정도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수업시간에 다 한 얘긴데 어려워서 못 풀면 좀 문제가 심각하기도 했을 테고.

학생 하나는 시험에 30분쯤 늦게 들어와서 날 당황하게 했다. 11시에 했어도 1~2분에서 30분까지 늦게 들어오는 학생들이 있는데, 애들 대다수가 원한 대로 9시 반 목요일로 옮겼으면 어떻게 될 뻔했어. 맞을 매는 빨리 맞는 게 낫다고, 중간고사 하나라도 빨리 끝난 걸 지금쯤 다들 안도하고 있을 거다.

어쨌든 늦게 들어온 학생이 참 딱하더라. 차분하게 풀라고 얘기해주고, 시험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준 다음에 '괜찮아? 침착하게 할 수 있지?' 하면서 등도 좀 쓸어주고, 약간 훌쩍거리길래 (얼마나 놀랐겠어, 시험에 늦다니) 휴지도 갖다주고 하니까 좀 차분해지는 것 같았다. 그 학생 생각해서 끝에 전원에게 시간을 5분 더 주긴 했지만, 그 5분이 끝난 다음에는 단호하게 그만 쓰라고 끊었다. 안된 건 안된 거고 원칙은 원칙이니까.

그래도 나중에 시험 끝나고 찾아왔을 때 고마워하데. 부족한 시간에도 답안지를 꽤 빼곡하게 채웠던데, 생각보다 잘 봤을지도 모르고 기말고사 때 열심히 하라고 위로해줬다. 늦은 건 어쩔 수 없지만, 불쌍하긴 참 불쌍하더라. 나도 특히 아플 때는 온갖 엉망인 짓을 다 해서리 남 얘기 같지 않았다. ;_; 최소한 시험은 다 봤었고 그래서 어찌어찌 졸업은 한 거지만.

어쨌든 이런 식으로 새로운 경험이 하나씩 쌓여간다는 기분이 든다. 그 속에서 뭔가 배우고 변해가는 게 있겠지? 모두 중간고사 잘 보기를 (내 시험 잘 못봤으면 주거써..ㅡㅡ++),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나도 더욱 성장하기를. 그래서 경험이야말로 나의 교실이고, 나의 학생들은 나의 선생이다. 그리고 배움이란 언제까지나 끝나지 않는 과정이다.
2008/10/14 18:57 2008/10/14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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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hovamp
    2008/10/15 00:32 PERMALINK EDIT/ERASE REPLY

    뭐, 시험 잘 못본 학생을 죽이실 것 까지야.

    세상에는 D-라던가 D0 같이 좋은 게 많은걸요 [...]

  2. 2008/10/15 08:45 PERMALINK EDIT/ERASE REPLY

    언더 더 씨..의 세계인가... (=ㅁ=;)

    암튼 수고 많으셨네요. 흐흐. 나중에 채점할 때가 더 고민이 많겠지만.. 그것도 재미있겠죠? ㅋㅋ

    • 로키
      2008/10/15 12:05 PERMALINK EDIT/ERASE

      언더 더 씨..ㅋㅋㅋ 채점이 재밌을까 모르겠다만, 재밌게 하려고 노력해야지!

  3. 2008/10/15 09:41 PERMALINK EDIT/ERASE REPLY

    이번 시험은 정말 잊지 못할 경험이겠네. (권력자 로키!) 앞으로도 계속 성장하면서, 더 많은 걸 배우고 가르치기를!

    • 로키
      2008/10/15 12:06 PERMALINK EDIT/ERASE

      훗훗 권력은 좋은 것이라는 걸 배웠삼(..)

  4. 고냥
    2008/10/15 11:01 PERMALINK EDIT/ERASE REPLY

    나 예전에 독일어 전공과목 들었다가....

    시험시간에...
    후...
    한개도 모르겠는거야 -_-

    남의 전공을 왜 들었을까! 이게 다 차주희의 꼬임 때문이닷

    교수님이 날 너무 불쌍하게 봐서 아주 걍 무제한으로 시험시간을 주셨더랬지 ㅠ_ㅠ
    그것도 나름 곤혹스런일이야 ㅋㅋㅋ 짧게 맞고 끝나는게 나아 ㅎ

    • 로키
      2008/10/15 12:07 PERMALINK EDIT/ERASE

      안습.. 어쩌다 그랬삼. 아주 매를 무한정으로 맞았었구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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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비디오 찍었다

2008/06/11 08:55  로키 TAG ,
며칠 동안 스트레스 받았던 일인 10분짜리 비디오를 오늘 찍었다. 평생 비디오 카메라를 다뤄본 일도 없고, 뭘 가지고 떠들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집에서 찍기는 좀 그래서 학교 가서 찍어야겠는데 강의실 써도 되느냐고 전화로 물어보니까 직원이 윗사람한테 물어보겠다고 하고서는 좀있다 끊어버리고...

빌린 카메라가 어제 와서 좀 돌리면서 작동법 파악하고, 오늘 오후에 정장 다려서 입고 책가방에 카메라랑 노트북이랑 막 우겨넣고 학교로 일단 갔다. 정장에 책가방이라니 좀 갓 쓰고 자전거 타기이긴 했지만, 비디오에 책가방 메고 나올 거 아니니까 괜찮다 이거야! (..) 카메라용 케이스가 있긴 하지만 커다란 검은 가방을 들고 학교에 들어가면 경비 하나쯤은 멈춰세우고 질문을 할 것 같았고.

처음에는 얌전하게 학교 사무실 가서 정식으로 허락 받으려고 했는데, 그쪽으로 가는 길에 강의실 하나를 시범적으로 열어봤더니 왠걸, 방학 때 다 잠겨있다던 강의실 문이 훤하게 열려 있네. 형광등만으로는 화질이 별로일 것 같아서 햇빛이 잘 드는 4층 강의실을 찾아가봤지만,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서 포기. 결국 다른 강의실을 찾아 형광등만 받으며 촬영했다. 어차피 비디오 잘 찍었다고 상 주는 것도 아니고. 최소한 부엌 배경보다는 좀 나았겠지.(..)

발표 같은 걸 하면서 종종 느낀 것은 연습을 하면 할 수록 나아진다는 것. 그래서 시범 촬영을 해보면서, 그리고 그냥 앉아서도 중얼중얼 2~3번 연습했다. 혼자 떠들다 보니 가끔씩 사람이 들어오기도 하던데, 아무 얘기도 안하고 다들 슬금슬금 나가데. 싱거운 사람들 같으니라고. 나야 이제는 학교 학생도 아닌데다 기본적으로는 개인 용도로 강의실을 무단 사용중이었으니 도둑이 제발 저렸지만.

그러다가 학교 사무실 시간이 끝날 때쯤 도둑이 제일 발 저린 존재, 경비가 들어왔다! 그런데 다행히도 내가 아주 잘 아는 아저씨였다! 다른 경비 아저씨였으면 어땠을지 모르겠는데 (사실 졸업생이 직장 지원하느라 강의실을 배경으로만 쓰는데 설마 내쫓진 않았겠지만), 알 아저씨는 무슨 일 하는지 설명하니까 아, 그렇냐고, 잘 하라고 격려해주고 가셨다.

비디오는 내용은 그저 무난, 기술은 심히 열악한 정도. 특히 느낀 것이라면 비디오를 통해 열의나 감정을 전달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저화질이라 더 그럴 수도 있지만, 나름 웃어도 비디오로는 무표정하게 나오고, 목소리도 더 평면적이고 해서 참 재미없다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못생기게 나온 게 가슴아프다. (어흑) 그래도 요즘엔 생판 모르는 남자들이 왠지 실실 웃으며 인사하는 일도 있는 걸 보면 비디오에 나온 것만큼 못생기진 않았다고 생각해!

뭐 어쨌건 (흠흠) 스트레스 받았던 일을 해치울 수 있어서 기쁘다. 이제 DVD로 구웠으니 내일 부치기만 하면 된다. 이것까지 하면 8월까지 취직 관련으로 더 할 일은 없으니 시험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겠지. '합격만 하면 되니 도를 넘어서 열심히 하지는 말라'는 당부(?)도 오늘 학원에서 듣긴 했지만. (그런 의미에서 놀고 있..) 에휴, 몇 시간 동안 떠들었더니 배고프네. 저녁 먹고 공부해야지.
2008/06/11 08:55 2008/06/1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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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11 09:20 PERMALINK EDIT/ERASE REPLY

    그것 참 보고싶군요 [..]

  2. 2008/06/11 11:15 PERMALINK EDIT/ERASE REPLY

    비디오 면접... 같은 건가요;ㅁ; 고생하셨네요. ^^
    열심히 준비해서 시험도 잘 치르시고 좋은 일자리 잘 연결되길 바라요. 화이팅!

  3. 2008/06/11 11:19 PERMALINK EDIT/ERASE REPLY

    참. 동영상, 유튜브에 올리세욥!
    ...이라 말하고 싶었었지만, 드롭킥을 맞을 듯 해서 침묵. (=_=)

  4. 로키
    2008/06/12 02:15 PERMALINK EDIT/ERASE REPLY

    DVD 레코더로 찍은 거라 올리긴 어려울 것 같군요. 게다가 유튜브 무료계정의 한도인 10분보다 긴 12분이라 더욱.. (훗 피했다!) 말씀대로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내보겠습니다!

  5. 2008/06/12 11:26 PERMALINK EDIT/ERASE REPLY

    10분으로 편집해서 유튜브에! 아니면 판도라 TV에!(...)

    • 로키
      2008/06/12 12:21 PERMALINK EDIT/ERASE

      원본 DVD가 이미 태평양을 건너가고 있어서 소용없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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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배려와 안부의 사소하지 않은 중요성

2008/06/03 03:00  로키 TAG ,
오늘은 아는 교수님에게 추천서 받으러 갔다가 (흑흑 보실 일은 없겠지만 감사감사) 인간관계에 대해 두어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깨닫거나 확인했다.

첫 번째는, 이건 재확인한 부분이지만 인간관계에는 마음과 배려가 참 중요하다는 것. 내가 수업도 딱 하나 들은 학생이고 추천서 쓰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테니 너무 고마워서 (그 교수님은 내가 기억에 남았다고 하니 다행이지만) 뭔가 마음을 보일 방법이 없나 며칠 전부터 생각했다. 국내였으면 조각 케익 정도 사들고 갔을 것 같은데, 미국은 그게 적당할지 정확히 모르겠어서 결국 날도 덥겠다, 학교 자판기에서 생수 하나 뽑아다가 고맙다고 드렸다.

생수병 정도는 당연히 학기 끝나고 시험 채점도 하는 교수가 추천서 쓰는 수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교수님 자신도 언제든지 쉽게 뽑을 수 있고, 돈이나 수고도 얼마 안 든다. 하지만 하다못해 생수 한 병이라도 고맙다고 건네면 좋아하는 게 사람 마음이기도 하다. 그게 비싸거나 좋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랬으면 부담 느끼거나 불쾌했을 수 있고) 미리 생각해서 뭔가 준비해왔다는 그 마음 자체가 고마운 거니까.

지난 여름에 인턴할 때 주말 동안 우산을 빌려준 연구원님에게 월요일 아침에 우산 돌려드리면서 캔커피를 같이 갖다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것 역시 캔커피만으로는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고맙다는 마음을 말 이상의 뭔가로 물리적으로 표현했다는 점, 아주 작은 것이라도 수고와 시간을 들여서 준비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사람은 마음을 먹고 사는 동물!

두 번째는 조금 의외의 깨달음이었는데, 경청과 안부 묻기는 관심의 표현으로서도 중요하지만 또 의외의 기회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늘은 대충 이런 대화도 오갔다.

로키: 그때 마침 저널에 서평 쓰기로 하신 책을 제 졸업 논문 조사에 권해주셨죠. 그게 작년 말이었으니까 이제 서평 내셨겠네요.
교수님: 그러고 보니 내가 그걸 안 썼어. 책 볼 시간조차 없었는데, 넌 봤으니까 내가 저널에 물어볼게. 그쪽이 괜찮다고 하면 네가 쓸 생각 있니?
로키: (떠헙) 물론이죠!!!

그렇잖아도 교수님은 순수 국제법 쪽이고 국제관계 쪽을 더 연구한 건 나니까 (책 자체의 소재는 국제관계이고) 쟤한테 부탁할까 생각은 하고 계셨단다. 하지만 내가 바로 그때 얘기를 꺼내지 않았으면 묻혀졌을지 모르는 일. 수업 들은 것 외에는 접점이 많은 분이 아니었던지라 생각나는 공통 소재에 대해 묻는다는 정도였는데, 그게 이번 경우에는 의외의 기회로 돌아왔다.

타인의 일에 관심을 품고 질문을 던지다는 건 그래서 손해가 없는 장사다. 일단 심리적으로 아, 얘가 작년에 있던 내 일을 아직도 기억하고 물어봐주는구나 하고 호감이 가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사람 일이야 다 인간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타인의 삶에 벌어지는 일에는 얼마든지 자신을 위한 기회가 있을 수 있다.

이번 경우에도 작년에 의뢰받은 서평을 아직 안 쓰셨을 줄이야 나는 당연히 알 길이 없었지만, 안부를 묻는다는 생각으로 질문을 던진 결과 어쩌면 학술지에 서평을 쓸 수도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학술지는 맨날 같은 사람만 글 쓰고 젊은 사람들이 없다고 교수님이 좀 투덜투덜하셨는데, 교수님에게 의뢰한 일을 이름 없는 학생에게 외주(..) 주는 걸 그쪽에서 어떻게 생각할지는 몰라도 그쪽에 물어보신다는 것만으로도 나한테는 상당히 좋은 일이니까.

종합해 보면 인간관계는 결국 타인을 생각하는 게 기본이라는 아주 평범한 결론이 나온다. 타인의 기분과 삶에 관심을 기울이고 하는 말을 경청하면 좋은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고, 그걸 바라고 하면 안 되겠지만 때로는 더 직접적인 이익도 생길 수 있다. 그게 오늘 교수님하고 얘기하면서 새삼 얻은 깨달음이라면 깨달음이다.
2008/06/03 03:00 2008/06/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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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03 07:52 PERMALINK EDIT/ERASE REPLY

    오호.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경청. 경청. (또다시 메모)

  2. 2008/06/03 09:41 PERMALINK EDIT/ERASE REPLY

    평등까지는 아니겠지만 기회는 항상 근처에 있는거군요
    역시 누가누가 잘 낚아 올리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 로키
      2008/06/04 02:35 PERMALINK EDIT/ERASE

      예, 그리고 기회 역시 종종 사람과 사람 사이 일인 만큼 인간관계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3. 2008/06/03 17:29 PERMALINK EDIT/ERASE REPLY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라는 예수님의 말씀도 있었지. 물론 이렇게까지 거창하지 않더라도, 로키누나처럼 사람들이 다 같이 좀 더 타인에게 관심을 기울인다면 세상은 더 살기 좋아질거야. :)

    • 로키
      2008/06/04 02:36 PERMALINK EDIT/ERASE

      글쎄, 사실 이타적이라기보다는 그냥 예절 내지는 처신 수준이라 그럴지는 모르겠어.^^ 그래도 역시 너무 삭막한 것보다는 낫겠지, 예절도 그래서 있는 것일 테고.

  4. 2008/06/04 07:37 PERMALINK EDIT/ERASE REPLY

    "결국 타인을 생각하는 게 기본" 아주 당연한 사실이지만, 간혹 이 당연한 사실을 잊고 살아가는 겯우가 종종 있지요^^
    로키님을 글을 보며 다시금 저의 인간관계를 뒤돌아 보며 반성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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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논문들

2008/05/20 13:13  로키 TAG , ,
지원서 쓰느라 이전에 썼던 논문을 다시 정리했다. 작년 12월에 쓴 게 지금 보니까 창피할 정도로 허점투성이인 것은 나름 긍정적인 신호라고 봐. 똑같다면 그때 이후 발전이 없었다는 뜻일 테니까. 그때 당시도 문헌 조사로만 쓰기에는 좀 범위가 큰 주제이고 문헌 조사 자체도 좀 부족했다고 생각했지만 (무엇보다 한 학기로는 시간이 부족했어! ;ㅁ;), 이제는 그에 더해 이론적 분석에도 허점이 보이니까.

반면 작년 6월에 쓴 법철학 논문은 지금 봐도 그럭저럭 만족스럽다는 것은 나름 재미있는 대조. 그건 그래도 괜찮게 써서 그런 걸까, 아니면 그때 이후 분쟁 이론과는 달리 법철학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일까. 문헌 조사만으로 할 수 있는 내용이었고 (사실 법철학에 문헌 말고는 써먹을 게 없..) 문헌 조사도 대체로 충분했다고 느꼈는지라 더 그럴지도.

그래서 법철학 논문 쪽은 여름 동안 좀 다듬어서 출판해보고 싶다. 탐색전으로 법철학 학술지를 훑어보다가 조셉 피니스나 내가 들은 그 법철학 강의 교수 이름 따위를 발견하고는 뜨악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내가 법철학을 하면 좋겠다고 말씀하신 대학 은사님 말씀을 생각하면 시도는 해봐야지 어쩌겠어..ㅠ_ㅠ (아니 선생님 제가 어딜 봐서 철학적이라고..)

어쨌든 선생님의 그 말씀을 들은 후 내 글이 실린 법철학 학술지를 짜안 하고 선물해드리는 게 꿈이라면 꿈이 되었다. 뭐, 이번에 안 되면 귀국 후 다른 논문으로 도전할 수도 있겠지. (받아라! 피눈물에 젖은 논문!!) 특히 드워킨의 원칙법론을 나름 논파해본 부분은 따로 떼어서 논문을 써볼까도 생각하고 있다. 최종 학기에 쓴 두 짧은 글은 아직 스스로 평가해볼 만큼 시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소재의 시사성 때문에 좀 다듬으면 받아줄 학술지가 있지 않나 싶고.

썼던 글들을 되돌아보니 당시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내 관심사의 변천이 보이는 점도 재미있었다. 생각해 보면 국제법 수업을 이것저것 듣다가 국제법도 법이냐는 흔한 냉소에 울컥(..)해서 국제법의 법적 성질을 주장하는 글을 썼던 것 같고, 쓰면서 국제법은 결국 국가 간의 합의 문제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었다.

그 결과 마침 그때 대안 분쟁 해결 이론을 공부하기 시작한 걸 살려서 6자회담을 분쟁 해결 이론으로 분석해 보았고, 이론을 한 학기 더 공부한 후에 다르푸르 분쟁을 끝내려는 시도였던 아부쟈 회담의 실패를 다루게 되었다. 학부 전공을 살려서 한국의 외국 중재 집행 판례를 다룬 글은 좀 편하게 가자는 생각이긴 했지만, 나름 뉴욕협약과 국내법의 관계를 다루었다는 점에 의미가 있겠지? (아하하) 결국 내린 결론은 국제상사중재는 정말 재미가 없다는 것. (털썩)

내가 학교에 있으면서 뭘 했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몇 번 했지만, 쓴 글들을 보다 보니 뭔가 하긴 해냈다는 생각은 든다. 놀 궁리하고, 스트레스 받고, 때로 감정의 구렁텅이에서 허우적거리면서도 아득바득 뭔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는 했구나. 아직 형편없이 부족하고 설익지만, 어쨌든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니잖아? 이제 시작일 뿐이니까.

부족한 대로, 힘든 대로 그저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언젠가 돌아보았을 때 꽤 멀리 온 것을 느낄 거라고 생각해. 얼마나 멀리 갈지는 알 수 없지만, 계속 앞으로 걸어가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싶어. 그건 살아있는 한 결코 멈출 수 없는 과정이니까.

덧: 쓰다 보니 내가 이를 가는 7막 7장틱한 소리가 되지 않았나도..(..) 유학 좀 했다고 잘난 척하는 건 정말 질색인데 말야.
2008/05/20 13:13 2008/05/20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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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20 18:53 PERMALINK EDIT/ERASE REPLY

    로키님을 뵈면 제 자신이 한 없이 작아진다는 기분이 듭니다.
    유학을 가셔서 해외에서 법를 공부한게 부러운 게 아니라(사실 약9%정도 부럽습니다 ㅋㅋ)
    꿈을 향해 한발 내디디며 앞에 방해물들을 유유히 피해가시는 모습이 멋지고 부럽습니다.
    앞으로 그 청운의 꿈 계속이어 가시길 바라며, 좋은 모습이 보여 주시길...
    저도 배우게요^^

    • 로키
      2008/05/21 04:05 PERMALINK EDIT/ERASE

      말씀 감사합니다. 말씀대로 언제나 최선을 다해보이겠습니다.^^ 종횡님도 파이팅!!

  2. 2008/05/20 19:56 PERMALINK EDIT/ERASE REPLY

    지금까지 한 일들을 돌이켜보면 '좀 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 그래도 지금 아쉬워 할 수 있는 건 그 때 그만큼 최선을 다한 결과일거야. 그렇지 않으면 무언가를 했다는 성취감도, 아쉬워 할만한 과거도 없겠지.

    그건 그렇고, 누나 본명이 '홍록희' 였구나?(...) 8막 8장 기대할께!

    • 로키
      2008/05/21 04:06 PERMALINK EDIT/ERASE

      발전의 반대급부란 결국 이전의 자신, 이전에 한 것들은 당시에 자랑스러웠던 것마저도 상대적으로 작아보인다는 것이겠지. 예전이 지금보다 나아보이는 것보다는 훨씬 낫기도 하고..(..)

      흑흑 내 본명을 들켜버리다니. 9막 9장, '9월의 유혈'을 기대하시라!

  3. 2008/05/21 08:22 PERMALINK EDIT/ERASE REPLY

    피에 젖은 논문이라니 [..]
    착실히 한 걸음씩 나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전 지금 혜화역쪽에 나름 장기[..]출장 중입니다.
    요즘은 지인들 보러 다닌다죠.

    월요일 천루님 일당에게 뜯기고 어젠 루나님에게 뜯겼습 [..]

    • 아사히라
      2008/05/21 11:11 PERMALINK EDIT/ERASE

      오, 전 혜화역에서 학교 다닙...

    • 로키
      2008/05/22 08:01 PERMALINK EDIT/ERASE

      이제 곧 아군한테도 뜯기실..(?!)

    • 2008/05/22 13:23 PERMALINK EDIT/ERASE

      음 오늘은 이사님과 함께 저녁 먹기로 되있으니..
      내일은 가능하려나 모르겠습.
      벗겨먹으려는 일당이 좀 있어서 말입 [..]

      [천루님 이하 팀원들]
      2008/05/22 13:20

  4. 2008/05/21 22:22 PERMALINK EDIT/ERASE REPLY

    법철학이라니 뭔가 멋져보이네요. 저널에 투고를 노려볼 정도라니 대단해요^^
    기회가 되면 한 번 봤으면도 싶지만, 봐도 이해가 될른지는 모르겠군요. ㅎㅎㅎ;

    좋은 열매 거두시길 :D

    • 로키
      2008/05/22 08:03 PERMALINK EDIT/ERASE

      저널에 올릴 수준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시도는 해봐야 알겠죠..^^;; 광열님도 출판 건 잘 돼가시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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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예선을 치르다 (흑흑)

2008/03/10 04:49  로키 TAG ,
어제는 합의조정 대회 지역 예선을 치렀다. 두 팀이 나갔는데... 두 팀 다 지역 결승 진출도 못했다. 흑흑. 열심히 준비했고 평가도 괜찮았는데 결국 이기지는 못해서 다들 좀 씁쓸했다. 좋은 경험이었고 많이 배우긴 했지만 역시 대회인 만큼 뚜렷한 성과가 없었던 건 아쉽다. 그래도 다 합의조정에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고 시행착오와 지적과 칭찬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는 점에 의미를 둬야겠지.

눈에 보이는 결과야 어땠든 돌아오는 차에서 팀원들에게 말했듯 그게 실제 상황이었으면 고객은 수수료가 1원도 아깝지 않았을 거다. 우리 팀에서 참여한 첫 사안에서는 심장마비로 쓰러진 언니이자 어머니의 치료를 두고 서로 잡아먹을 듯 싸우던 이모와 조카딸이 치료에 공동 결정권자가 되고, 가족 사업을 같이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둘째 사안에서는 자신을 해고한 법무법인에 차별 소송을 걸겠다고 하던 변호사가 오히려 법무법인과 법률봉사 프로젝트의 파트너가 되고, 2개월 간 소송은 미루기로 약속한 후 2개월 후 프로젝트 성과를 봐서 소송을 완전히 포기하기로 했고.

소송을 했으면 시간과 돈을 퍼부으면서 사이는 돌이킬 수 없게 되었을 사람들이 서로 귀기울이고,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는 해결책을 찾아내고, 다시 신뢰를 쌓는 모습을 보면서 이건 어디 가서 돈 주고도 못할 실생활 연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에서 실제로 이런 일을 할 생각을 하니 가슴이 설렐 정도로. 이기고 지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자신과 상대의 이익을 생각하며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은 참 멋진 일이다.

어제 대회를 치르면서, 특히 두 번째 사안을 하면서 많이 느꼈던 것이라면 변호사의 속성에 대한 것. 직업 문제가 아니라 위치 문제인데, 두 당사자인 해고당한 변호사와 법무법인 파트너 역은 일단 봉사 프로젝트 문제랑 추천서 문제 합의가 되어가자 사실 소송에 대해서는 넘어갈 분위기였다. 그 문제에 덤벼들어서 맞붙었던 건 당사자 변호사 역었던 나랑 상대팀 남자애였다. 나로서는 고객 법무법인의 명성에 치명적일 수 있는 소송 문제를 그냥 지나갈 수가 없어서 포기시키고 싶었고, 그쪽으로서는 고객이 쥔 최대의 법적 에이스를 포기시킬 수가 없었으니까.

그래서 변호사란 한편으로는 당사자인 고객이 감정, 인간관계, 체면 등을 생각해 놓칠 수도 있는 이익을 물고 놓지 않는 파수견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게 지나친 나머지 피를 흘리는 투견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하다면 투견이 될 수도 있지만, 자칫 고객을 이익을 위해 싸운답시고 자기 호승심에 못이겨 고객의 이익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점이 위험하달까. 어제는 상대편 변호사 역하고 잘 얘기가 돼서 결국은 2개월 동안은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2개월 후에 소송 포기 여부를 다시 결정하는 조건부 합의가 되었다. 실생활에서 그런 상황에 마주한다면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겠지.

뭐 어쨌든 지역 결선에 진출 못한 덕분에(?) 페이퍼 주제도 생각해보며 일요일 하루는 느긋하게 쉬고 있다. 역시 인생지사 새옹지마!
2008/03/10 04:49 2008/03/10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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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10 08:56 PERMALINK EDIT/ERASE REPLY

    미래에 멋진 변호샤가 된 로키님의 모습이 머릿 속에서 자동으로 그려지는데요^^

    비록 결승진출은 못 하셨으나 대회를 준비하시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셨을 겁니다.

    • 로키 
      2008/03/10 21:41 PERMALINK EDIT/ERASE

      예, 확실히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좋은 경험을 해서 행운이었다고 생각해요^^

  2. 2008/03/11 00:01 PERMALINK EDIT/ERASE REPLY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에 로키님이 갈고 닦은 실력을 쓰게 될 때는 바로 실전!

  3. 2008/03/12 11:29 PERMALINK EDIT/ERASE REPLY

    수고 많으셨네요^^ 더욱 자신감을 얻고 앞으로 잘 해내가시길! +_+)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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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십 정리 1: 일

2007/08/07 16:07  로키 TAG
이제 인턴십도 일주일이 남았다. 한 달 일주일 정도의 짧은 인턴십이긴 했지만 참 느낀 게 많은 경험이기도 했는데, 그 점에 대해 이것저것 적어보려고 한다.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는 얘기면 더욱 좋고.

엄연히 직장이었으니까 일 번은 역시 일이어야겠지? (퍽) 이번에 일하면서 배운 점이라면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1. 목표 정하기, 목표 밝히기

이번 인턴십을 시작하면서 내가 1차적인 목표로 삼았던 것은 법률 조사와 글쓰기 경험을 쌓는 것이었다. 기간이 짧은 인턴십인 만큼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말이다. 2차적인 목표는 본격적으로 일자리를 찾을 때를 대비해서 고용주에게 내보일 수 있는 법률 글쓰기 표본을 되도록 많이 쌓는 것이었다. 3차적인 목표는 역시 나중에 추천 같은 도움이 필요할 때를 생각해서 이곳에서 최대한 좋은 인상을 쌓는 것.

세 번째는 일과 인간관계에서 전반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이면 되는 부분이었으니까 독자적인 목표라고 하기는 어려웠지만, 1차와 2차 목표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감독 연구원에게 내가 원하는 것을 분명히 밝혔다.  내년이면 졸업반이니까 본격적으로 취직 생각을 해야 하고, 그래서 법률 조사와 글쓰기를 많이 해보고 싶다고 말이다. 고맙게도 그분이 이번 인턴십에서 원하는 목표가 있으면 얘기하라고 멍석을 깔아주셔서 얘기하기가 한결 쉽긴 했다.

자기 목표가 있으면 밝히는 게 정말로 정말로 중요한 부분이자 목표 수립과는 동전의 양면이라고 생각한다. 일 못지않게 교육인 인턴십은 더하다 해도, 내 생각에 모든 직장은 결국 자기 경력의 방향을 생각하며 밟아가는 단계이다. 자기 목표가 확실하다면 그 목표를 위해 어떤 업무를 하고 경험을 쌓고 싶은지 확실히 얘기해야 한다.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건 지극히 당연한 얘기다. 떡 달라고 울지 않으면 떡 먹고 싶은지 어떻게 아나.

또 하나, '가만있으면 알아서 해주겠지'는 사실 상대를 배려하는 게 아니라 결과적으로 부담을 주는 거다. 결국에는 내게 뭐가 필요한지, 내가 뭘 원하는지 상대가 내 눈치를 봐서 맞춰달라는 요구 아닌가. 무슨 점쟁이도 아니고, 세상에 말도 없는 사람 눈치 봐서 원하는 걸 정확히 맞춰야 하는 것만한 심적 부담이 또 있나? 그건 개 혹은 남자친구를 길들이는 방법이지, 성숙한 사회인의 태도는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개나 남자도 이런 식으로 대하는 건 반대다.)

물론 자기가 원하는 게 없거나 말할 용기가 안 나서, 아무 말도 없으니까 결국 상관은 아무 업무나 주고 주는 일만 하면서 끝날 수도 있다. 자기한테 결과적으로 손해일 뿐. 어떤 일이든 하면 경험은 되고 배우는 것도 생기고, 그러면서 자기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알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목표와 주관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이미 있다면 목소리를 내서 얘기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게다가 자기 경력을 위해 이러이러한 일을 하고 싶다고 밝히는 건 상관에게도 편하다. 어떤 일을 맡기면 열심히 덤벼들 게 누군지 알거든. 잘못할 수도 있고, 실수할 수도 있다는 건 상관도 당연히 안다. 그래도 자기가 좋으니까 열심히 하는 사람은 일의 능률도, 배우는 속도도 다르니까 현명한 상관이라면 그 점을 잘 이용할 거다. (상관이 바보면 어떻게 하냐고? 그건 너무 고난도라서 사회 초년병도 아니고 아직 학생인 본녀는 모르겠다..ㅡㅡ;; 아직 겪어본 일이 없으니...) 결국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황 아닌가. 그러니까 자기 목표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확실하게 밝히는 게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2. 조직의 필요 생각하며 계속해서 교섭하기

슬프게도 직장은 나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조직에는 조직의 필요와 목표가 있고, 난 엄연히 그 조직 속에서 일하는 사람인 거다. 자기 목표와 조직의 이익을 되도록 조화시키는 게 자기 목표를 정하고 얘기하는 거라는 점은 이미 얘기했다. 하지만, 그건 '되도록'이지 언제나 일치할 수는 없는 거다.

내 경우는 번역 일이 그랬다. 번역 일이 내려오는 건 거의 필연이었고, 법률 조사와 글쓰기만큼 내게 도움이 되는 일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는 때도 있을 거라는 건 이해하고 있었다. 경계한 건 한 달 내내 번역만 하다가 끝나버리는 것. 그래서 처음부터 내 목표를 밝히는 데 더 신경 썼다. 될 수 있으면 번역보다는 조사와 글쓰기 일을 달라는 의미로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번역 일을 안 한다거나 하고 잘라 말하는 건 현명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조직에는 조직의 필요가 있고, 조직 속에서 일하는 이상 조직의 필요를 아예 외면하는 건 이기심이니까.

결국 인턴십을 시작해서 맨 처음 맡은 일은 원하는 업무가 아닌 번역 일이었다. (두둥) 별생각이 다 들었지. 정말 이대로 법률 전문 번역사 비슷하게 인턴십을 마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고. 하지만, 이것도 엄연히 필요한 일. 게다가 처음 일을 맡겨서 어떻게 하는지 보고 다음 일을 맡긴다는 얘기도 상사가 했었으니 더욱 말이다.

그렇다면 뭐, 답은 하나밖에 없지. 자기 욕구와 목표를 명확하게 밝히는 건 시작일 뿐, 결국 일하는 사람은 실력과 성과로 말하는 거 아니겠나. 일주일에서 열흘 준 번역 일을 절반 기한에 마치고 다음 일을 받으려고 한 마디로 죽어라 일했다. 이 당시에 동료 인턴들이 나한테 붙여준 별명이 '기계'였다. (나중에는 '보증 수표'가 됐지만.) 컴퓨터 화면에서 눈도 안 떼고 가끔 물만 마시면서 돌아가는 일하는 기계라나.

심지어는 병원 갈 일 있었을 때도 전철에서, 병원 대기실에서 꾸역꾸역 일하면서 결국 주어진 시간의 절반에 일을 마쳤다. 그리고 나서는 원하는 법학 조사 일이 나와서 신이 났지. 다시 열불나게 일해서 거의 뭐 하루인가 이틀만에 완성해서 배달하니까 그때부터 정말 감동하는 눈치였다. 나중에는 일주일에 그런 메모를 세 편 더 쓸 정도로 뭐 인정받았다면 인정받았달까.

당연히 그렇다고 늘 내가 원하는 일만 나온 건 아니고, 번역 일이나 웹사이트에 올릴 문구 같은 잡일도 나왔지. 인턴한테 잡일 안 시키면 누구한테 시키나. 그리고 잡일이라거나 나한테 도움 안 된다거나 해서 한 번도 마다한 일도 없고. 다만, 분량이 좀 많아서 시간을 잡아먹을 것 같으면 약간씩 교섭작전을 펼치긴 했다.

예를 들어 나중에 양도 많고 엄청나게 어려운 번역일이 떨어졌을 때도 역시 무지막지한 속도로 마치기는 마쳤다. (일주일 이상 준 일을 이틀 내에) 당연히 한 번 번역한 것만으로는 불완전하지만, 한편으로는 처음 틀을 잡는 부분이 가장 어렵고 교정은 비교적 쉬운 작업이기도 하다. 즉, 교정은 꼭 내가 아니어도 되고 그 잔손 많이 가는 작업을 할 시간에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

그래서 난 그 선택을 상사에게 맡겼다. 초안 번역을 그대로 보내면서, 이걸 제가 며칠 더 시간 들여서 교정할까요, 아니면 교정은 남에게 맡기고 법률 조사 업무로 넘어갈까요? 즉, 한 번에 두 가지 일은 못 한다는 걸 은연중에 밝혀서 우선순위 선택 상황을 유도한 거다. 다음 며칠 동안 번역 교정이라는 잔손 많이 가는, 그리고 꼭 내가 아니어도 되는 일을 맡길 거냐, 아니면 내가 하고 싶고 능력도 보인 법률 조사 일을 맡길 거냐?

결론? 교정 일은 다른 인턴에게 떨어지고 난 법률 조사를 시작했다. 아자. ㅡㅡV

나에게는 내게 필요한 게 있고, 조직에는 조직에 필요한 게 있다. 자기 목표를 얘기해서 이 두 가지를 되도록 일치시키는 게 좋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이런저런 부정합은 생긴다. 이럴 때 조직의 필요를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내 이익을 챙기는 합리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게 참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그 언어는 성과와 실력이어야 한다.

3. 말에는 책임을 진다

내가 인턴십 내내 제일 신경 쓴 게 기한 지키기였다. 특히 '얼마나 걸릴 것 같아요?' 하는 질문이 들어올 때는 잘 생각해 보고, 언제까지 하겠다고 하면 반드시 그날까지 하는 걸 철칙으로 삼았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하는 말은 약속이 아닌 호언장담이 되어 버리니까. 그래서 정말로 그날까지 할 수 있을지 잘 생각하고, 그쪽에서 제시하는 기간이 너무 짧다 싶으면 시간을 더 달라고 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그렇게 해서 정한 날짜는 무슨 엄청난 사정이 생기지 않으면 반드시 지키는 게 좋은 습관이자 나의 사회적 얼굴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내가 스스로 틀림없는 사람,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나름의 훈련이었달까. 일이 더 복잡해지고 책임이 늘어가면서 앞으로도 지켜가야 할 점이고.

4. 실수와 지적을 두려워하지 않기

일을 하다 보면 어떤 때는 상사가 원하는 게 정확히 뭔지 모르겠는 때가 있다. 적절히 질문과 대화를 통해서 명확하게 하는 게 중요하지만, 그러고 나서도 애매할 땐 참 미치겠더라. 이런 때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모를 때마다 질문하는 거, 또 하나는 일단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결과물을 내고 지적해달라고 하는 거.

내가 선호하는 방법은 단연 후자 쪽이다. 부하는 상사가 좀 일하기 편하자고 있는 건데, 업무에 꼭 필요한 질문 외에 부하가 알아서 처리해야 할 구체적인 부분을 자꾸 질문하는 건 상사 시간을 뺏는 거니까. 그리고 눈앞에 뭔가 구체적인 게 없으면 대답하기도 참 곤란하고. 뭔가 가져오면 여기는 이런 게, 여기는 이런 게 잘못됐으니까 다시 해오라고 하는 게 편하지, 아직 만들지도 않은 결과물을 가지고 가상적인 질문에 답하는 건 참 고역일 것 같다.

그래서 내 해결책은 일단 처음 일을 맡았을 때 쟁점이라든지 조사 범위를 최대한 명확하게 하고 후속 질문은 최소한으로, 그리고 가상적이지 않은 구체적인 질문으로 한정하기. 그리고 그 기반 위에서 나름 결과물을 만들어서 갖다주고, 지적이 있으면 고치기. 정말로 방향 자체가 헷갈린다 싶으면 기한보다 좀 일찍 초안을 배달해서 지적대로 기한 내에 다시 해서 가져오는 방법을 쓰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결과물을 내기보다는 자꾸 재면서 질문을 던지는 건 잘못해서 지적받는 걸 두려워하는 마음이 깔린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실수하고 혼나는 건 누구든 싫거든. 하지만, 상사를 편하게 해주고 자기 판단으로 일 처리를 하는, 즉 '일을 맡기고 싶은' 사람이 되려고 한다면 생각의 중심은 '실수하지 않는 것, 지적받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수하고 지적받더라도 일단 결과를 내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이건 정말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다르다. 제대로 질문도 안 하고서 상사가 지적할 시간도 없이 홱 내버리고 나 몰라라 하라는 얘기 따위는  당연히 아님. (...)

5. 일은 직장에서 한다

마지막으로 이건 그냥 개인적인 원칙에 가까운데, 난 일단 퇴근하면 일을 안 하는 걸 원칙으로 했다. 직장에서만 일하고 그걸로 끝. 물론 여기에는 개인적 사정이 많이 작용했다. 돈도 안 받는 단기 인턴십이니까 미친 듯 불철주야 일하는 분위기도 아니었고, 또 내 건강을 생각해서 그런 것도 있었고. 하지만, 대체로 일은 직장에서 하는 건 좋은 원칙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되도록 지키고 싶은 부분이다.

그 이유라면 우선 일할 수 있는 시간제한이 있는 편이 효율이 좋다. '6시까지 오늘분 못 마치면 집에 가져가서 마저 하지 뭐'하고 '6시까지 오늘분을 못하면 내일로 넘어가고, 기한 지키는 데 지장이 생겨!' 하는 마음가짐은 일단 집중도가 다르니까. 이번 인턴십 하면서 비교적 단기간에 많은 일을 했던 것은 내가 일을 한 시간이 길어서가 아니라 집중해서 열심히 해서였다고 생각한다.

또 일을 직장 외의 다른 시간과 공간으로 확장하면 생활에 절도가 없어진다. 일하는 시간, 운동하는 시간, 밥 먹는 시간, 가족과 보내는 시간, 친구 만나는 시간... 삶에는 일 외에도 수많은 영역이 있는데, 집에서 일을 하는 식으로 그 경계를 허물기 시작하면 결국 어느 한 가지에도 제대로 집중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건강이나 인간관계에도 별로 좋은 일은 아닐 듯. 고무줄을 팽팽하게 당겼다가 느슨하게 풀었다가 하면 탄성을 유지하지만, 끝없이 팽팽하게 당기면 결국 탄력을 잃거나 끊어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이건 정말 개인차이일 수 있지만, 어쨌든 그런 이유로 일은 정해진 시간 혹은 공간에서, 하는 동안 집중해서 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뭐 짧은 기간이나마 일하다 보니 대체로 이런 것들을 느끼게 되더라... 하는 정도 얘기다. 앞으로 사회 경험이 더 쌓이면서 이 글이 어떻게 보일지, 어떤 걸 추가하거나 빼게 될지도 궁금하고.
2007/08/07 16:07 2007/08/0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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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무명씨
    2007/08/08 21:36 PERMALINK EDIT/ERASE REPLY

    이번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나로서는 많이 생각, 공감되네.
    사실은 내가 할 일과 조직이 필요로 하는 일을 잘 조절하고 결과가 좋으면 되는건데 말야..
    사회인이라면 좀, 프로의식이 필요한 것 같은데..
    그게 좀 부족했던 것 같아...
    글을 잘 적용시켜봐야할 거 같다.

    • 2007/08/10 09:59 PERMALINK EDIT/ERASE

      도움이 되는 얘기라면 좋네..^^ 나도 온통 시행착오 투성이야. 프로의 길로 일치단결하여 일제 전진! (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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