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씨발

2010/05/19 10:56  로키 TAG , , ,
산모 생명 구하려 낙태 권고한 수녀 파문

미국 아리조나 피닉스의 한 카톨릭 병원에 찾아온 11주 임신한 산모가 임신을 지속할 경우 산모와 태아 모두 사망할 것이 거의 확실한 상황에서 낙태를 권고한 수녀 마가렛 맥브라이드는 교회에서 파문당했다고 한다. 피닉스 대교구의 주교는 태아는 질병이 아니라며 산모의 목숨은 물론 구해야 하지만 직접 낙태는 그 방법이 될 수 없다고 발표했다.

...나가 죽어라, 이 새끼들아. 그래, 태아가 죽을 김에는 여자도 같이 죽으라 이거냐? 아침부터 기분 X나 잡치네.
2010/05/19 10:56 2010/05/1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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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냥마님
    2010/06/16 14:11 PERMALINK EDIT/ERASE REPLY

    -_- 나도 천주교지만 이런거 보면 진짜 병맛이다 싶어

    • 로키
      2010/06/23 15:57 PERMALINK EDIT/ERASE

      신앙은 순수한 신앙인이 대다수이되, 뭐든지 권력조직이 되면 폐해가 생기는 듯. 보수화되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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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황새가 물어다준다면 낙태는...

2009/08/20 13:59  로키 TAG ,
피임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낙태 만화였구나. Jezebel에서 보고 웃겨죽는 줄 알았다.

남녀가 황새를 쫓아내는 그림

저리가!


2009/08/20 13:59 2009/08/2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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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21 10:21 PERMALINK EDIT/ERASE REPLY

    저번에 봤던 Partly Cloud 가 생각나네;;

    • 로키
      2009/08/21 19:14 PERMALINK EDIT/ERASE

      응 그러게..ㅋㅋ 황새가 배달을 못해서 도로 데려오면 아기는 구름으로 되돌아가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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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틸러의 삶과 죽음

2009/06/03 18:31  로키 TAG ,
5월 31일 미국 캔자스에서는 낙태 시술 의사 조지 틸러 (George Tiller)가 평소 다니는 교회에서 총격을 당해 향년 67세로 숨졌다.

낙태를 시술하는 의사가 또 살해당했다는 사실 외에도 낙태의 자유를 주장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 양측에 틸러의 존재는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그는 미국에서 임신 20주 이후의 낙태를 시술하는 단 세 명의 의사 중 하나였기에.

20주 이후의 임신 3분기 태아는 매우 성장한 상태이며, 모체 외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경우도 있으므로 가뜩이나 예민한 낙태 사안 중에도 더욱 첨예한 대립이 있는 사안이다. 그래서 틸러의 클리닉은 유달리 심한 시위에 시달렸고, 그는 1993년에 양팔에 총격을 당하기도 했으며, 스토킹을 당하다가 연방 수사관 경호를 근 3년 받았고, 형사소송을 당했다가 무죄 판결이 나기도 했다. 그리고 결국은 교회에서 가족과 친지 눈앞에서 살해당했다.

극심한 시위와 협박에 시달리면서도 그가 일을 계속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돈이 벌리는 것도 분명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훨씬 안전한 일도 많은데도 굳이 낙태 시술을 계속했던 이유를 그는 '여성들에게 내가 필요해서'라고 말했다.

낙태 클리닉과 시술자, 직원에 대한 시위와 폭탄 테러와 암살은 확실히 효과가 있어서, 미국에서는 낙태를 가르치는 의과대학도 줄어들고 있고 그 수많은 어려움을 견디면서 굳이 낙태를 시술하는 의사도 줄고 있다. 결국 낙태 반대론자들은 어느 정도는 성공한 셈이다. 낙태를 살인으로 규정하지는 못했지만 낙태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으니까.

그래서 틸러의 죽음은 (살해행위 자체를 비난하면서도) 낙태 반대론자들에게는 승리이다. 적어도 그들의 논리에 따르면 틸러에게 살해당하는 태아는 그만큼 줄어들었을 테니까. 그러나 과연 그럴까? 여성을 위한다는 틸러의 말은 그저 위선에 지나지 않았을까?

낙태를 법으로 금지해서 정말로 태아를 구할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이다. 태아가 사람이건 아니건 간에 산모의 몸속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그 존재를 숨기기도 쉽고, 아무도 모르게 처리할 수도 있다. 그리고 실제로 낙태가 불법을 통해 음성화되면 여자들은 낙태를 포기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수가 몰래 아이를 떼려고 한다. 여자들이 아이를 떼는 건 '심심한데 낙태나 해볼까' 하는 심리가 아니고 도저히 낳을 수가 없는 것이므로 합법이든 불법이든 낙태를 선택하는 거다. 다만, 불법이면 불법 시술자에게 위험하고 비위생적인 시술을 받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의사가 시술하는 합법적인 낙태는 태아를 죽이는 게 아니라 산모를 살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미래에 아이를 낳기로 선택한다면, 미래의 아이 또한 살리는 행위이다. 태아가 불법으로 위험하게 낙태당한다고 해서 안전하게 의사에게 낙태당하는 것보다 뭐가 나을 게 있는가? 그저 임신한 여성, 그리고 그 여성이 미래에 낳을 수 있을 아이들만 위험해질 뿐이다. 나는 이게 낙태 불법화 주장의 최대 허점이며 도덕적 공허라고 본다.1

그래서 조지 틸러는 여성들에게 자신이 필요하기에 아무리 위험해도 그만둘 수 없다고 한 것이다. 총을 맞아도, 가족까지 협박에 시달려도, 클리닉을 요새화해야 할 정도로 시위와 테러 위협이 극심해져도. 그의 사무실 벽에는 환자들의 감사 노트가 즐비하다고 한다. 틸러는 낙태 일을 가리켜 젊음을 앗아가고, 피가 마르도록 지치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자신을 필요로 하는 여성들을 실망시킬 수는 없다고 했다.

틸러에게 3분기 낙태 시술을 받은 한 여성의 이야기가 있다. 9년 전, 미리엄 클라이만은 29주 된 태아의 두뇌에 심각한 이상이 있어서 태내에서, 혹은 출산 직후에 아이가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죽어가는 아이를 도저히 두 달 동안 태내에 품고 있을 수 없었던 그녀는 그렇게 늦은 낙태를 시술하는 사람은 없다는 의사에게 빌다시피 해서 틸러의 이름을 받았다. 그리고 남편과 함께 극렬한 시위대를 뚫고 틸러의 요새와 같은 클리닉에 들어가 시술을 받았고, 떼어낸 태아를 집으로 데려와 장례를 치러주었다. 지금 그녀는 두 아들의 어머니이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에게 무엇이 옳은 선택이었는지 타인인 우리가 어떻게 얘기할 수 있는가? 어차피 죽을 아이인데 굳이 수술까지 해서 떼어냈어야 했냐고 욕할 수 있는가? 두 달 동안 몸 속에서 아이가 죽기를 기다리며 (그리고 태내에서 죽었으면 어차피 떼어냈어야 했다) 서서히 피가 마르는 게 어머니로서 그녀의 의무였을까? 결국 참지 못하고 낙태가 불법인 나라에서 몰래 불법 수술을 받고 그녀가 감염으로 죽거나 자궁을 들어내서 지금의 두 아들도 영영 태어날 수 없게 되는 땅이 낙태 반대론자들의 유토피아겠지.

사람에 따라서는 남은 두 달만이라도 임신한 채 작별인사를 하기 원했을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클라이만과 마찬가지로 그 상황을 견딜 수가 없다. 어느 쪽이 옳은지 그녀 자신과 가족이 아닌 누가 정하는가? 그리고 아이가 생긴 것을 뒤늦게서야 안 여성에게, 역시 무엇이 옳은지 타인이 정해줄 수 있는가? 도저히 아이를 낳을 수가 없는 상황이 된 여성에게는? 누가 그 결정을 내리는가?

조지 틸러는 여성에게 그 결정을 내릴 권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자의 손에 살해당했다. 반 낙태 단체들은 이 살인을 정죄하면서도 조지 틸러는 대량학살자였다고 강조한다. 천하의 어리석은 바리새인들, 독사의 자식들, 회칠한 무덤 같은 자들. 조지 틸러는 아기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여성을 살리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사실 여성을 돕는 것은 조지 틸러를 죽인 자와 그 사상적 동지들에게는 아기를 학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니 더 무거운 죄이겠지. 여성이 안심하고 건강하게 사는 세상은 권위주의적 통제가 설 곳이 없는 세상이니까. 여성과 섹스를 두려움과 죽음의 위협으로 통제하는 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 억압적 종교·정치적 권력의 근간이었기에.

그리고 그 통제가 약해져가는 것은 권위주의자들에게는 한없이 두려운 일일 것이다. 공포와 미신, 증오가 가득한 그들의 세상이 죽어가는 시대에 그들은 이렇게 폭력으로 맞서 싸우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해도 몰려오는 현대화와 세속화의 파도를 막을 수는 없다는 점이 그들의 비극이다. 그 싸움의 과정에서 조지 틸러처럼 용기있는 사람이 희생당했다는 사실은 더 큰 비극이고.


링크


이전에 썼던 낙태 자유화 찬성

불법 낙태시술의 위험 - 탄자니아, 엘 살바도르

낙태 반대운동의 결과 - Unborn in the USA 혹은 Lake of Fire (다큐멘터리)에서 들었다


주석
  1. 물론 낙태 불법을 주장하는 이들에게 우선순위 여성 건강이니 생명이니 하는 기능론적 혹은 공리주의적 사고가 아니라 감히 애를 떼려는 더러운 X들이 합당한 대가를 치르는 거니까--감염으로 죽건, 자궁을 들어내건 죄없는 생명을 죽인 대가인 거지--징벌적 사고의 관점에서 본다면 허점은 아니다. 코미디언 조지 칼린이 말했듯 낙태 불법화의 발로는 친생명이 아니라 반여성이다. [돌아가기]
2009/06/03 18:31 2009/06/0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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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꼬깜
    2010/03/16 16:12 PERMALINK EDIT/ERASE REPLY

    낙태 관련 다큐 검색하다 알게 되었는데요. 님 레이크오브파이어라는 다큐 혹시 어디서 구해볼 수 있을까요? 제가 다큐를 준비중인데 꼭 알고 싶습니다. http://blog.naver.com/kkokkamhy
    제 블로그인데 여기에 답변 주실 수 있을까요? 굽신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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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논쟁에서 이기는(?) 방법

2009/03/06 20:02  로키 TAG ,
인터넷 논쟁이라는 것은 별 쓸데없는 짓이기는 하지만, 나는 그런 논쟁에서 이긴(..) 적이 두어 번 있다. 정확히는 긴 논쟁 끝에 상대가 더 이상 댓글을 안 달았다는 점에서 일종의 승리라고 할 수 있겠지. 상황이나 어조는 전혀 달랐지만 공통 원리는 있어서 나름 일반화할 수 있긴 하다.

방법? 방법은 간단하다. 사안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하면서도 상대를 긍정하는 것. 즉, 사안과 사람을 분리하는 것이다.

예시 1: 유튜브에서 있었던 일. (두 논쟁 다 유튜브 비디오 댓글상이었다. 누가 내 글에 답변하면 이메일 알림이 와서 긴 논쟁이 벌어지기 딱 좋다.) 존 맥케인 패러디 비디오였는데, 그 댓글상에 어쩌다 낙태에 대해서 R이라는 사람과 논쟁이 벌어졌었다. 난 낙태의 자유에 찬성하는 쪽, 상대는 반대하는 쪽. 이게 얼마나 감정적인 사안인지는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R: 로키 당신은 귀에 옷걸이를 꽂고 태어났을지 몰라도 (로키 주: 이게 뭔 소리인지도 잘 모르겠다. 내가 낙태를 광적으로 찬성하는 인간이라는 소리? 낙태하려다 실패해서 태어났다는 얘기? 모욕을 하려면 헷갈리게라도 하지 마 제발.) 인간이라면 자신이나 아기에게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 그런 짓을 하려는 인간들은 다 정신병원에 처넣어야 한다. (로키 주: 음, 그래서 낳기 싫은 아이는 정신병원에서 억지로 낳게 하고? 와 멋진 신세계~) 입양만이 방법이다. (로키 주: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데는 동의한다. 그래서 국가에서 강제해야 하는 거구나~ 자기들 편리할 때만 국가 통제를 바라는 극우 보수주의는 멋지지. 그렇게까지 일관성이 없이 살면 얼마나 편해.) 경찰서나 소방서에 아이를 버리고 가도 아무 지장 없는데 어떻게 애를 죽일 수가 있냐. (로키 주: 유기죄라고 들어봤냐? 그런 법을 제정한 주도 있지만 주마다 법이 다른 걸 알기나 하나 몰라.) 불편하거나 심지어 살찌는 게 싫어서 애를 떼는 무책임한 여자들이 문제다. (로키 주: 역시 당신 사는 세상은 참 편한 것 같다. 수많은 여자들의 가슴아픈 사연을 그런 식으로 일축할 수 있으면 얼마나 속편할까.)

뭐 보다시피 난 좀 불만이 많은 발언이었지만 배울 기회로도 삼을 겸 꾹 참고 최대한 논리적으로 논쟁을 시작했다. 나도 낙태는 없으면 없을 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산모의 건강이나 생명에 대해서도 같게 생각하느냐, 낙태는 되도록 없어야 하지만 국가에서 강제하는 것은 방법이 틀렸고 낙태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등등. 논리에서 밀리기 시작하자 뿔이 난 R씨, 다음과 같은 글을 남기셨겠다.

R: '어차피 낙태하는 X들은 대부분 헤프고 술취한 10대X들이다. 죽어도 싸다.'

기억을 더듬어 쓴 것인데, 어쨌든 보는 순간 순간적으로 피가 거꾸로 돌은 건 사실이다. 어떻게 하면 이 인간을 평생 잊지 못할 정도로, 아니 죽고 싶을 정도로 모욕해줄 수 있을까 하는 궁리를 잠시 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생각을 했다. 어차피 내가 알지도 못하는 극우 찌질이가 지껄이는 소리가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다고 내가 감정을 낭비해야 하지? 브루스 스털링 (Bruce Sterling) 등이 쓴 '어려운 대화' (Difficult Conversations)라는 책을 읽었던 나는 R의 저런 말들이 내 자아 정체성을 건드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R은 나더러 유아 살해를 지지하는 비도덕적인 인간이라고 말하고 있었고, 여성 생명의 가치조차 평가절하하고 있었다. 따라서 난 그의 공격 앞에서 내 정체성을 지키려고 그를 역으로 공격하고 싶었던 것이다. 생각해 보면 얼마나 많은 정치적 논쟁, 얼마나 많은 인간관계가 이런 식인지!

그리고 역시 '어려운 대화'에 나온 내용을 생각하며 R의 관점과 R이 그런 말을 한 이유는 내가 생각하는 것과 사뭇 다를 수 있다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R과 나는 자라온 환경과 경험도 다르고, 생각하는 것도 전혀 다르다. 따라서 같은 상황에 대해서도 같은 상황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판단이 다를 수밖에 없다. 내가 보기에 R은 낙태를 줄일 수도 없는 억압적이고 위험한 국가정책을 주장하고 있지만, R은 태아가, 아기가 죽어가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고 슬픈 거다. 그리고 그런 것을 합법이라고 하는 국가정책은 부도덕하다고 느끼고, 그런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들 때문에 자기 정체성에 얼마든지 위협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죽어가는 아이들을 지킬 수 없는 자신의 무력감, 생명의 가치가 평가절하당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그 고통에 대응해 방어적 공격성으로 나를, 그리고 낙태를 하는 여성을 마음 속에 악으로 추상화해서 공격하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우선 나의 정체성은 R의 언행과 무관하므로 R의 행동에 내가 흥분을 하거나 위협받을 필요도 없었고, R의 동기에 대해 생각해 보니 그와 여전히 의견은 달랐지만 그를 이해할 수 있었고 공감을 할 수도 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을 썼다.

로키: R님 댓글은 잘 보았습니다. 합법적으로 죽어가는 태아에 대한 R님의 안타까움이 얼마나 크면 그렇게 공격적인 글을 썼겠어요. 통계에 따르면 낙태시술을 받는 여성 중 10대의 비율은 17%로서 R님의 얘기처럼 대부분은 아니지만,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요. 이미 말했듯 저도 낙태는 적을 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낙태를 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 여성에 대한 적대감이나 국가의 강제는 그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R은 이후 침묵했다. 무엇보다 그의 찌질한 글의 도착을 알리는 이메일이 더 이상 없는 것이 기뻤지만, 한편으로 내 글을 본 그의 생각이 어땠을까 궁금했다. 그의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를 근본적으로 좋은 사람으로 생각한다는 것, 사안에 대해서는 반목하지만 사람으로서는 긍정한다는 것이 어떤 기분이었을까? 하지만 적어도 글을 더 달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는 것은 더 이상 나에게 위협을 못 느끼는 의미라고 해석할 수 있었다.

R은 아마 앞으로도 낙태 합법화 폐지를 주장할 것이다. 그건 또 그것대로 좋다. 낙태의 부작용에 대한 환기는 늘 필요하고, 관점의 다양성도 필요하니까. 모든 사람이 나와 의견이 같은 세상이란 얼마나 따분한가. 하지만 그 사안과는 별개로 좋은 사람이라는 긍정을 반대편에게 받았다는 점이 자아 정체성에 대한 R의 위협감을 좀 줄였기를 바란다. 자아 정체성을 방어할 필요를 덜 느끼는 만큼, 즉 두려움이 줄은 만큼 그는 상대편을 덜 공격하고, 더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 테니까. 낙태의 자유를 찬성하는 사람 중에도 자신을 긍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낙태 자유 찬성론자에 대한 R의 고정관념을 조금이라도 바꾸었다면 그는 의견이 다른 사람과 좀 더 건설적으로 이야기하고 협력할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그럴 수 없다면 그런 그의 미숙함이 안타깝지만, 역시 그의 미숙함은 그의 의견만큼이나 나에게는 아무 위협이 없다.

사안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반대할 수 있다. 그리고 반대하면서도 얼마든지 상대방과는 예의바르고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사안과 사람을 분리하면 그게 가능하다. 그리고 그 분리가 안 되는 사람에게는 그 분리를 몸소 보여주면 상대도 깨달을 수 있다.

예시 2: 이번 논쟁은 논조나 말투는 사뭇 달랐지만 원리는 같다. 미국 상원의 테드 케네디 의원 (JFK의 동생이며 '진보의 사자'라고 하는 민주당 의원)이 뇌종양 판정을 받고 입원했을 때였다. 케네디 의원 관련 비디오에 댓글을 달았더니 거기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G: 케네디는 부와 지위를 이용해 살인을 은폐한 놈이다. 장례식에서 보자고!

역시 피가 거꾸로 도는 순간이었다. 로키의 대응은 빨랐다. (시간상으로는 예시 1보다 이전이어서 인격 수양이 덜 됐었나보다.)

로키: 당장 꺼져, 이 찌질한 새X야.

신이 났는지 G는 케네디 의원에 대한 의혹을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역시 이때도 생각을 했다. 수십 년 전, 젊은 여성의 죽음과 관련해서 케네디 의원에 대한 의혹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 점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특히 케네디 의원이 눈엣가시인 우익으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공인인 만큼 그런 점에 대해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정당하다. 하지만 좌이든 우든, 누가 됐건간에 '장례식에서 보자' 하는 식으로 병든 노인에 대해 고소해하는 것은 인간의 도를 넘어선 일이다. 그래서 다시 댓글을 썼다.

로키: G 당신 말대로 케네디 의원의 전적에 대해 의문을 얼마든지 제기할 수 있다. 두 형을 연달아 잃은 그 시절에 그가 어떤 일을 겪고 또 했는지는 정당한 공적 사안이다. 그렇다고 그가 위독한 순간에 노인의 죽음을 바란다고? 다시 말하지. 꺼져, 이 찌질한 새X야.

G는 내 글에 다시 댓글을 달지 않았다. 그가 제기하는 의문이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해준 것으로 그는 아마 긍정받은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어쩌면 그는 케네디처럼 의혹이 있는 인물이 존경받는 사회적 인사이며, 특히 병 때문에 갑자기 좌우를 막론하고 위로와 찬사를 받는 상황이 참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G가 생각하기에 그 불의는 그의 자아 정체성을 건드렸기에 그는 그런 도가 넘는 글을 달았을 것이다. 그 의문의 정당성을 인정받자 좀 욕을 먹어도 물러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반론의 여지 없이 지나친 말이었다는 것은 자신도 알고 있었겠지만, 위협감에 시달리는 동안에는 미처 할 수 없는 생각이었겠지.

두려움이란 이래서 무섭다. 그 두려움을 자극하는 대신 사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달라도 사람을 긍정해서 두려움에서 이끌어내 주는 것만으로도 상대는 다시 정상적인 사고를 되찾을 수 있으며, 피차 소모적인 논쟁이 길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게 내가 인터넷 논쟁에서 '이긴' 예이다. 하잘것없는 사건들이었지만 확실히 뭔가 배우긴 했다. 사람은 무엇보다 자신을 부정당하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두려움 때문에 별 소리를, 때로는 별 짓을 다 한다는 것을. 역시 요다옹 말씀마따나 두려움은 다크포스의 근원인 것이다. 자신을 부정당하는 두려움에서 한 발짝 벗어나 사안과 사람을 분리해서, 사안에 대해서는 반대하되 사람은 긍정해 준다면 상대 역시 그 두려움에서 구제해줄 수 있다. 그렇게 하면 비로소 서로 이성을 찾고 건설적인 대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럴 수 있다면 인터넷 토론은 더 이상 쓰잘데기 없는 짓이 아니게 될 지도 모른다.
2009/03/06 20:02 2009/03/0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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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06 20:46 PERMALINK EDIT/ERASE REPLY

    쇼펜하우어의 논쟁에서 이기는 방법이 떠오르는데요.
    로키님께 한수 배우고 갑니다!.

    • 로키
      2009/03/09 15:01 PERMALINK EDIT/ERASE

      쇼펜하우어 체질상 (혹은 신체조건상?) 좋아하는 사상가는 아니지만, 그런 작품도 있던가요. 언제 봐야겠네요.

  2. lhovamp
    2009/03/07 20:26 PERMALINK EDIT/ERASE REPLY

    어디까지나 수치를 아는 사람들일 경우에는요. 요즘에는 까만 걸 희다고 우기면서 폭언을 일삼는 무리가 종종 있어서 그도 쉽지 않네요.

    • 로키
      2009/03/09 15:02 PERMALINK EDIT/ERASE

      뭐, 그런 경우마저도 사람처럼 대해주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 해. 물론 이도저도 안 되면 무시해도 되니까. 무시할 수 없는, 실질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제일 문제지. (한숨)

  3. 2009/03/08 20:56 PERMALINK EDIT/ERASE REPLY

    비슷하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하죠.

    C. S. 루이스는 어떻게 죄를 미워하면서, 죄인을 사랑할 수 있냐...는 걸 고민하다, 자기가 평생 그렇게 대해왔던 사람을 발견했다고 해요. 바로 자기 자신! 누구나 자신이 한 잘못은 정말 끔찍히도 싫어하지만, 그러면서 자기 자신은 긍정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하라"라고 한 것 같다고 이야기했죠. ^^;

    • 로키
      2009/03/09 15:03 PERMALINK EDIT/ERASE

      말 되네..ㅋㅋㅋ 자신의 수많은 잘못과 편견을 용서할 수 있다면 남 역시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을 테니.

  4. 2009/03/09 11:52 PERMALINK EDIT/ERASE REPLY

    누나는 훌륭한 키워였구나!(후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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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의 자유에 찬성하는 이유

2008/03/07 08:40  로키 TAG ,
낙태와 출산에 대한 승한님의 글을 보고 낙태에 대한 내 평소 입장을 정리해보자고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낙태의 자유에 찬성하는 이유는 첫 번째는 법적이고 도덕적인 것이고, 두 번째는 건강과 안전상의 이유, 세 번째는 저소득층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첫 번째, 법적이고 도덕적인 이유. 여자의 신체 내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다른 사람이 개입할 수는 없다. 낙태는 각 여성이 내리는 절대 쉽지 않은 결정이고, 심사숙고 끝에 결국 낙태를 하기로 했다면 그 결정은 존중받아야 한다. 불행한 선택이고 위험한 수술이고 안하면 안할 수록 좋지만, 결국은 개인의 결정이니까. 낳으려는 아이를 강제로 낙태시키는 것이 옳지 못하듯 낳지 않으려는데 억지로 낳게 하는 것도 불의하다.

태아도 생명인데 그게 어떻게 여자만의 결정일 수 있느냐고? 태아도 인간인가 하는 심오한 질문에 대해 나는 답을 모른다. 별로 종교적인 인간도 아닌 나는 그런 질문에 확답을 제시할 지식이나 지혜, 혹은 오만 같은 건 없다. 그러나 백 보 양보해서 태아가 인간이라고 쳐도 낙태의 자유에는 찬성한다.

어째서냐고? 그건 두 번째, 낙태 금지의 효용과 여성의 건강 때문이다. 낙태를 범죄화해서 적극 집행하며 막는다 해도 어차피 태아를 구하지는 못한다. 대신 여성 건강과 안전에는 치명적이다. 낙태가 음성화될 수록 전문의는 수술을 꺼리고, 자격이 없는 시술자가 하는 불법 시술이 늘어나고, 그로 인한 피해도 늘어난다. 불법 시술로 피해를 입어도 제대로 의사한테 얘기할 수조차 없어지므로 더욱 위험하다.

낙태 금지론자들은 낙태당한 태아의 사진을 들이대며 이걸 합법화하자는 얘기냐고 윽박지른다. 예를 들어 접어놓은 사진은 7개월 된 태아를 낙태해서 버린 모습이라고 한다.

매우 끔찍하므로 함부로 펼치지 말 것.


보기만 해도 욕지기가 나오지만 내 의견에 책임을 진다면 피할 수 없다. 그래, 난 저런 것을 합법화하자고 찬성하고 있다. 그래서 독자는 접어놓을 수 있지만 난 저 사진을 똑바로 보며 글을 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끔찍한 사진을 봐도, 울고 싶어지고 토하고 싶어져도 나는 낙태의 자유에 찬성한다. 낙태를 금지하고 여자들과 의사들을 감옥에 처넣어도 저런 사진은 피할 수 없으니까. (낙태한 태아는 좀 더 존중해서 다뤄주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러기는커녕 불법 낙태로 다치고 죽고 불구가 된 여성의 사진을 나란히 놓게 될 테니까.

낙태는 결코 쉽거나 가벼운 결정이 아니다. 낙태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여성은 낙태가 금지당한 나라에서도 무슨 짓이든 한다. 예를 들어 엘 살바도르에서는 산모의 건강이나 생명에 대한 예외도, 강간이고 뭐고 어떤 예외도 없이 낙태가 불법이다. 우리나라처럼 대충 봐주는 게 아니라 적극 집행해서  수많은 여자들이 낙태죄로 잡혀들어간다.1

세계에서 낙태 법률과 집행이 제일 엄격한 그런 엘 살바도르에서조차 여자들은 낙태를 한다. 불법 시술로 심한 감염에 시달리기도 하고, 죽거나 불구가 되기도 하지만 도저히 낳을 수가 없으니까. 게다가 엄격한 카톨릭 국가에서 피임 실태는 또 어떻겠으며... 심지어 임신 3개월 전이라면 특정 브랜드의 위궤양 약을 질에 삽입해서 자연적으로 보이는 유산을 유발한 후 병원에 가는 방법마저 있다.

이러니 어떻게 낙태의 자유에 반대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낙태를 금지하면 여자들은 더 위험해지고, 더 비참해지고, 그나마 태아는 구하지도 못하는데. 이게 낙태 금지론의 최대 허점이라고 본다.

낙태의 자유를 찬성하는 세 번째 이유는 낙태를 금지하면 저소득층 여성에게 제일 피해가 크다는 점 때문이다. 나같은 중산층 이상 여자들은 사실 법으로 낙태를 금지하든 말든 큰 상관 없다. 외국에 나갈 수도 있고, 국내에서도 인맥을 통해 안전하게, 몰래 수술받을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할 수 없는 건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는 여성들이다. 그래서 낙태시술은 무조건 양성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진 것 없고 백 없는 여성들의 피해가 너무 크니까.

물론 나는 낙태의 '자유'를 찬성하지 '낙태'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낙태는 보지 않고 하는 위험한 수술이며, 여성의 신체와 정신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나도 승한님과 마찬가지로 피임 교육과 피임 수단 도입, 연구를 활성화해서 낙태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정과 아동에 대한 지원을 통해 여자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낙태를 하는 일이 줄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입양을 늘려서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여성들도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본다.

더 나아가 심한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리는 이들 여성에 대한 심리 상담, 낙태의 영향과 대안에 대한 정보 제공을 통해서 안정된 마음으로 모든 정보를 고려해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한 후에도 낙태를 할 수밖에 없는 여성은 합법적으로, 안전하게 수술받아야 한다. 그게 어떤 낙태 금지보다 많은 태아와 여성을 구하는 길 아닌가. 그래서 나는 낙태의 자유에 찬성한다.

덧: 엘 살바도르에 더해 역시 낙태가 불법인 탄자니아의 상황도 참고가 되겠다.


주석
  1. 의사가 환자를 고발할 의무도 있으므로 의료윤리상으로도 문제가 많고, 한 마디로 엉망.

    심지어는 태아가 살 가능성이 없는 자궁 외 임신마저도 바로 수술하면 위험을 피할 수 있는데 태아의 심장박동이 있는 한 낙태할 수 없으므로 태아 심장박동이 없어지거나 난관 파열 등 산모 생명에 직접적 위기가 닥쳐야 수술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산부인과 의사는 자궁외 임신은 제일 경험이 없는 의료기사에게 보낸다고 한다. 실력이 없으면 심장박동을 못 찾아낼지도 모르니까. 그런 상황에는 '실수로' 심장 박동을 못 찾아내는 의료기사도 있지 않을까. [돌아가기]
2008/03/07 08:40 2008/03/07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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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07 09:55 PERMALINK EDIT/ERASE REPLY

    다 종교와 윤리 때문이죠. 합리를 무시하는 처사.
    여성에게 주어진 권리를 암묵적으로 무시하려는 사회적 풍토까지...
    아직 낙태의 자유를 선언하기는 요원한거 같습니다.

    칼 세이건의 에필로그를 보면 낙태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저는 이 글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옛날에 낙태는 죄악이고 범죄다 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 로키
      2008/03/10 04:03 PERMALINK EDIT/ERASE

      그래도 낙태죄 단속을 엄격하게 하지 않는 것만 해도 어디겠어요. 물론 낙태를 함부로 하는 건 결코 좋은 일은 아니니 낙태의 부작용과 대안에 대한 (겁주기나 설교가 아닌) 정확한 정보와 교육도 함께 따라야겠죠. 수술 없이 안전하게 낙태할 수 있는 RU-486 같은 약도 도입하면 좋을 것 같고요.

  2. 2008/03/07 14:24 PERMALINK EDIT/ERASE REPLY

    낙태가 '법'으로 규정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 점은 동감입니다.
    근데 그래도 왠지 낙태를 합법화하면, 합리화되는 듯한 느낌이 있어서 마음에 걸리네요. 법이란 것이 그냥 그런 감정으로 정할 문제는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만.

    @ 약간 논점을 벗어난 이야기긴 한데... 임신 7개월째면, 칠삭동이로 나올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란 안타까움이 드네요. 사회적 기반 문제겠죠. 그런 아이와 산모를 받아줄 수 없는.

    • 로키 
      2008/03/10 04:09 PERMALINK EDIT/ERASE

      형법상 죄는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건 이미 많으니까요. 강제 없는 근친상간이라든지, 음주운전이나 다른 범죄가 개입되지 않는 과음이라든지, 아니면 단순히 무례한 행동이라든지! (..) 도덕과 법은 서로 다른 영역인 만큼 범죄가 아니라고 꼭 합리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죠.

  3. 2008/03/12 10:40 PERMALINK EDIT/ERASE REPLY

    낙태... 어딜 가거나 센시티브한 주제죠.

    뭐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일단 정자와 난자가 만날때부터 생명이 탄생하는거니까... 이 시점에서 보면 낙태는 어떻게 하든지 소중한 생명을 죽이는 게 되겠죠...

    ..이런 끔직한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 다시말해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하지 않도록, 이성관의 관계에서 더 신중해야하는 개인의 도덕성과 결단력(?) 문제라고 봅니다.

    • 로키
      2008/03/12 19:20 PERMALINK EDIT/ERASE

      저는 수정란을 파괴하거나 착상을 방지하는 방법도 개인적으로 찬성해요. RU-486 같은 약물 낙태, 사후 피임, 수정란 착상 억제 효과도 있는 노플랜트와 임플라논 등등. 저는 수정란이 생명인지 아닌지 하는 심오한 문제까지는 모르겠지만, 감각도, 감정도, 생에 대한 애착도 없는 세포보다는 산모의 안전과 삶이 훨씬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어차피 수정란의 상당수가 자연적으로 착상이 안 되고 버려지는데 아무도 수정란 착상률을 높이는 의학 기술 같은 것을 개발할 생각은 하지 않는 점만 봐도 수정란을 사람과 똑같게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게다가 수정란을 사람으로 본다면 위에 말한 엘 살바도르의 경우처럼 산모의 건강과 생명에 위험해도, 혹은 강간으로 임신했다 해도 낙태하지 않는 것이 논리적 귀결인 것 같아서 이런저런 어려움이 따르지 않을까 해요.

  4. 비밀방문자
    2008/03/14 10:53 PERMALINK EDIT/ERASE REPLY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로키
      2008/03/14 19:01 PERMALINK EDIT/ERASE

      정말 남자들은 알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지.. 아무래도 임신과 출산에 관련한 문제에서는 당사자가 아니니까. 콘돔에 저항감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책임 의식이 없다는 얘기기도 하고. (나쁜노무시키들!) 그래서 낙태 문제에서는 '난 직접 관련자가 아니니까 뭐라고 할 수 없다'는 정도가 가장 정직한 태도인 것 같아. 남자들이야 평생 임신의 두려움과 기대감이나 출산의 고통을 느낄 일이 없잖아?

  5. 비밀방문자
    2008/09/20 00:44 PERMALINK EDIT/ERASE REPLY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로키
      2008/09/20 08:29 PERMALINK EDIT/ERASE

      이건 명백한 평행선이니까 그냥 의견 차이로 넘어가고 싶은 생각도 들기는 하는데, 그저 제 의견을 몇 가지 면에서 좀 명확화하고 싶습니다. 기왕 제게 실망하셨다면 확실하게 실망하시는 편이 좋겠죠? ^^

      제가 낙태가 없으면 없을 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낙태는 근본적으로 살인이라고 생각해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여성의 몸과 마음에도 절대 좋지 않고요.

      그러나 낙태를 금지하는 것은 낙태를 막는 데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어차피 낙태를 하기로 마음먹은 여성은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테니까요. 다만 훈련받은 의사가 하는 합법적인 수술보다 더 위험할 뿐이죠.

      낙태라는 끔찍하고 불행한 상황은 불법으로 만든다고 해서 나아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위험해지고, 더 불행해질 뿐이죠. 낙태를 줄이는 방법은 피임이나 경제적 지원, 입양 활성화이지 불법화나 범죄화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독립적인 개체 (예를 들어 이미 낳은 아이)를 살해하는 것과는 달리 낙태는 범죄로 해서는 막기 어렵습니다. 그건 여성의 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고 (따라서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신체적 자율권이 충돌하는 상황이기도 하죠), 유산처럼 보이게 하기도 비교적 쉬우니까요.

      그래서 실질적이고 정책적인 면에서 낙태 금지는 효용이 떨어지므로 저는 낙태의 자유에 찬성합니다. 다시 댓글 다실 생각이 있으시다면 위와 같은 점에 대한 생각을 알고 싶습니다.

      또 하나 궁금한 것은 낙태가 허용될 수 있는 상황은 강간뿐이라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임신으로 산모의 건강이나 생명이 위험할 때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지 알고 싶습니다. 극단적으로는 태아가 살 가망은 없고 산모의 생명만 위험한 자궁외 임신은 어떨까요? 자발적으로 섹스를 했으니 그 대가가 건강이나 생명이라고 해도 치러야 할지요.

      시간 들여서 의견을 남겨주신 것 감사합니다. 원하신다면 좀 더 이렇게 생각을 나누어보고 싶네요.

  6. 물고기군
    2008/09/20 10:07 PERMALINK EDIT/ERASE REPLY

    살인행위의 자유를 허용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건 의료행위와는 별개로, 사회행위의 결과를 정당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낙태에 찬성하고 그것을 합법화하는 것도 찬성합니다. 군인이 전장에서 적군을 살해하는 것이 필요한 것처럼, 아기를 살해하는 것도 필요하니까요.

    그러나 그것과 낙태의 자유는 경우가 다릅니다. 사실 낙태를 여성만의 일로 한정한 것에서부터 이미 충격을 받았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기는 혼자생기는게 아닙니다. 따라서 여성만이 아닌 남성(미래라면 모든 섹스파트너)도 그 책임을 분담해야 합니다. 돈을 주든, 망치로 X알을 깨버리든, 그 외의 어떤 형태로든 말이죠. 저에겐 이것이 낙태합법화의 가장 큰 목적입니다. 살인은 인정하되, 살인의 책임을 벗어버리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낙태자유란 일은 성행위를 한 당사자가 했는데, 당자자들은 그로인한 책임에서 해방되어 자유롭게 아기를 살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책임질 사람은 따로 있는데 엉뚱하게 아기가 책임을 져서 살해당해야 한단 것은 납득할 수 없습니다. 그 아기를 죽이는 책임은 또 어디로 사라지고 자유란 이름의 면죄부를 주어야 하나요? 저는 살인이 필요하기에 인정하지만, 일방적인 책임전가는 인정못합니다. 낙태에, 살인에 자유란 있을 수 없습니다. 살인엔 책임이 따라야 합니다. 원인이 되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책임을 물어야합니다. 아기가 만일 강간으로 생겼다면, 강간을 한 책임과 아기를 죽인 책임을 모두 물어서 돈을 털어내고 철창에 보내보리는 식으로 말이죠.

    그리고 낙태자유란, 의무없는 자유가 없단 법정신에도 어긋나는 것 아닌가요?
    솔직히 말해, 낙태의 자유란 말 자체에 한없는 혐오감을 느낌니다. 우린 '우생'이란 명목하에 자행된 장애인들과 정신병환자들에 대한 학살을 보았고, '인종우생'이란 명목하에 집시와 유태인들이 학살당하는 것을 보아왔습니다. 자유란 이름하에 아기에 대한 무차별 살인권한을 주는 것은, 제겐 위의 사례와 똑같이 느껴집니다. 최소한 살인을 하고도 법적으로 완벽한 면죄부는 준다는 점에서 이것들은 다를것이 없으니까요.

    그리고 낙태에대한 허용범위에 대해 답하죠. '강간 이외의 원인만 낙태를 인정'한다 함은 사회행위만을 가정한 겁니다. 자궁외 임신같은 인간이 손쓸 도리가 없는 상황은 이미 천재지변입니다. 사회행위로 볼 수 없죠. 이런 어쩔 수 없는 상황에까지 금지할 수는 없습니다.

    여담이지만... 같은 논리에서, '수정자의 착상확률이 높지 않은데 수정자의 착상률을 높이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수정자는 사람과 똑같이 볼 수 없다'는 의견에도 반대합니다. 인간이 인간을 책임지는 것은, 행위가 인간의 자유의지 범위내에 있을 때의 문제입니다. 인간의 행위와 의지를 벗어나는 문제에까지 들어가, 인간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벼락에 맞아 아기가 죽을 확률이 높은데, 아무도 피뢰침달린 유모차을 만들지 않는다. 이것은 아기를 사람과 똑같이 볼 수 없다는 뜻이다'란 것과 어느부분이 다른가요? 결과와 책임은 전혀 다른 종류의 문제입니다.

    추가: 기술, 정책, 켐페인등이 낙태를 줄이는 방법이란 것은 100%찬성입니다. 했던말 또 하는 거지만, 저는 사춘기 남성들의 포경수술을 정관수술로 대체하자고 기회만 되면 권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이것이 가장 효과가 좋은 방식이라 여기거든요.

    • 로키
      2008/09/20 11:07 PERMALINK EDIT/ERASE

      합법화에 찬성하신다면 결국 정책상으로는 같은 의견인 것 같네요.결국에는 용어 사용의 차이 정도? 어쩌면 정책적인 이유로 낙태를 허용하기는 해도 그게 '권리'라는 발상에 혐오감을 느끼시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점에 대해 저는 낙태는 태아의 생명권뿐만 아니라 여성 신체의 자율권 문제라고도 생각하기에 낙태의 자유 내지 권리라는 말도 성립한다고 봅니다. 태아 생명권이든, 여성의 자율권이든 하나하나 떼어놓고 보면 절대적이지만, 임신은 그 두 가지가 맞닿고 또 충돌할 수 있는 상황이니까 이익 형량을 해야겠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오히려 태아의 생명권이 개입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여성 신체에 대한 자율권을 정면 부정하는 것이 더 위험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태아의 생명권이 여성 신체 자율권을 정면 부정할 정도로 절대적이라면 낙태 외에도 임신한 여성이 태아의 생명을 위험하게 할 수 있는 모든 행위--무거운 물건 들기, 오토바이 타기, 심지어 상황에 따라서는 자연분만--에 대해 여성의 선택권을 부정해야 할 테니까요. 그리고 피임에 대해서도 적어도 수정란의 착상을 방해하는 수단도 규제해야 할 테고요.

      독일 제3제국이 저지른 만행들이 다시 반복되는 것을 경계하신다면 생명 경시만큼이나 개인의 자유에 대한 침해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치의, 그리고 모든 독재의 근본은 시민의 자유를 빼앗는 것이니까요. 태아 생명권을 빌미로 여성의 신체를 국가가 통제한다면 그 역시 억압으로 가는 함정 아닐까요.

      그리고 저는 수정란이 사람인지 아닌지 결론을 내릴 만한 지혜는 없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물고기님은 저보다 지혜로워서 그 문제에 대해 절대적으로 확신하실 수 있는 모양이니 전 굳이 얘기하지 않도록 하죠. (하지만 드신 예는 억지에요..;; 벼락으로 많은 아이들이 죽는다면 당연히 안전한 유모차를 만들려는 노력이 줄을 이을 텐데요.)

      저는 그리고 성인이 아닌 소년에게 피임수술을 시키는 건 반대입니다. 정관수술의 결과를 번복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확실하지는 않다고 들었어요. 따라서, 생식력을 잃을지도 모르는 결과에 대해 아직 자율적으로 결정할 나이가 아닌 청소년에게 그런 수술을 시킬 수야 없죠. 이것 역시 신체의 자율권에 대한 생각 차이일지도요.

  7. 물고기군
    2008/09/20 22:05 PERMALINK EDIT/ERASE REPLY

    이야기가 좀 길어지는 듯 한데...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이지만 쉬운것부터 말하자면... 수정란은 사람으로 보는게 옳다고 봅니다. 사실 자궁착상은 사람이 정상적으로 생육하기 위한 조건일 뿐이죠. 기계안에 수정자를 넣고 사람을 뽑아냈다고 가정했을때, 그가 자궁에 착상한 적이 없으므로 인간이 아니다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그리고 유모차는 같은 말을 다른 식으로 표현한겁니다. 애시당초 사람이 길가다가 벼락을 맞는 상황이 된다면 유모차건 그냥 사람이건 다를바가 없죠.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사람의 책임을 묻을 수는 없는 것이죠. 뭐, 이런것들은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니 생각할 필요는 없고...

    태아의 존엄권을 이유로 여성의 존엄권을 일방적으로 무시하려는건 아닙니다. 사실 반대죠. 좀 우울한 말이긴 하지만 생명의 가치와는 별도로 아기와 성인여성은 현실적으로 갖는 비중이 다릅니다. 성인여성은 육체적/정신적 노동가치가 있고, 아기는 없습니다. 최소한 당장은요. 그래서 전 여성이 원하지 않는 아기를 살해하라고 말합니다(쓰고보니 정말 우울하군요).

    생각할건 다른 부분. 낙태합법화의 관문입니다(로키님이라면 법을 배우니 당연히 이런 부분에 대해 말할줄 알았습니다만). 낙태합법화에는 매우 중요한 관문이 두개나 있으니까요.

    먼저 낙태합법화 그 자체에 대한 것입니다. 아기가 혹은 수정자가 사람인지 아닌지는 둘째치더라도 그를 가만 냅두면 사회구성원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 존재를 파괴하는 것이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죠.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닙에도 그를 인정한다는 것은 모순입니다. 한편으로는 낙태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면서 한편으론 낙태를 걱정없이 하라고 말하는 것은 그 국가의 도덕성은 물론이요, 신뢰성마저 흔들게 됩니다. 최소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심각합니다. 다른 종류의 국가... 예를들어 무한세계에 등장하는 센트럼이라면 전혀 문제가 안됩니다. 국민은 시키는 대로 해야하는 존재니까요.

    또 다른, 보다 중요한 문제점은 낙태허용에 어떤 기준을 두어야 하는가입니다. 무차별적인 자유를 허용하면 낙태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겁니다. 반대로 높은 기준을 둔다면 사실상 낙태반대나 다름없게 되고 피해여성의 고난은 해결되지 않죠.

    로키님은 낙태에는 반대하지만 낙태의 자유엔 찬성한다...고 하셨고, 저도 일정부분 동의합니다. 확실한 필요성이 있으니까요. 그러나 이건 생각보다 엄청난 딜레마입니다. 그런 사고방식을 가진, 그것도 국가수준의 거대조직이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도전했다가, 결국엔 GG(...)친 예가 있으니까요. 바로 독일 천주교회입니다.

    몇년도...인지는 잘 기억나질 않지만, 독일 천주교회는 낙태여성보호를 위해 낙태를 사회수면위로 끌어올리려는(까고 말해 낙태를 인정하고, 아기에 대한 여성의 우위성을 인정하려는)시도를 했었습니다. 해당 여성들을 모아 교육을 시키고, 카운슬링을 실시하고, 정신적 육체적 치료법 정보를 일러주었습니다. 처음엔 잘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즉시 교회 내외의 비난이 조성되기 시작하였죠(바티칸과 독일 천주교회의 정치적 대립은 여기선 중요치 않으니 생략하죠). 낙태를 합리적으로 실시하는 것은 아기살해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냔 거죠. 독일 천주교회는 바로 이 부분을 극복하기 못했고... 결국 낙태 여성에 대한 보호를 포기하였습니다.

    사실 로키님이 말한 '낙태엔 반대, 그러나 낙태의 자유엔 찬성'은 사실 로키님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도 심적으로 공감하는 부분일 겁니다. 그러나 이는 극복이 너무나도 어려운 모순입니다. 순수 비영리 조직중 유일하게 국가수준의 조직을 가진 천주교회가 여기에 도전했다가,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는 것은 이것이 얼마나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인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제가 말하는 '낙태에 대한 책임요구'도 사실 이런 문제를 어떻게든 헤쳐보기위해선 사회 대다수가 납득할 만한 논리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를 이룰 수 있는 책임기준 설정은... 지금껏 찾지 못한상태입니다. 낙태의 자유에 대해서 말한다면, 그것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지혜를 모아 찾아야 한다는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겠죠. 솔직히 제대로 될지는 의문입니다만(이래저래 우울하군요)...

    • 로키
      2008/09/22 22:48 PERMALINK EDIT/ERASE

      바람직하지 않은 것을 모두 불법화하지 않는 것은 대개의 현대 법체계에서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간통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간통을 형법으로 처벌하는 나라는 많지 않습니다. 태아를 완전히 사람으로 본다면 살인과 동일시해서 낙태도 처벌해야 하겠지만, 그것은 실질적, 도의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것은 이미 논한 바와 같습니다.

      낙태 허용의 기준은 제가 생각하기에는 간단합니다. 말씀하신 것 같은 어려움이 있기에 전면 허용이 가장 실용적이라고 봅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유를 따지느라 여성의 의료 기록과 사생활을 심사해야 하니까요. 그게 지나친 자유라면 미국의 Roe v. Wade처럼 임신을 3분기로 나누어 규제하거나, 이후 판결인 Gonzales v. Carhart처럼 태아가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 전후를 기준으로 규제의 정도를 결정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위에 논했듯 법 =/= 도덕인 만큼 합법적이라고 해서 도의적으로도 당연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간통한 사람을 잡아가지 않는다고 간통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듯, 여자가 아이를 지우는 것은 누구보다 여자 자신에게 가장 힘든 결정이며, 당연하다는 듯 쉽게 하는 일이 아니니까요.

      이런 문제에 대해 폭넓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건 꽤나 느린 변화이죠. 사회적 공감대가 덜한 상태에서도 급진적으로 변화를 일으킬 방법이라면 미국의 연방 대법원이 그랬듯 권한이 있는 법원이 낙태를 권리로 인정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것도 일장일단이 있어요. 법원 판결에 사회의 공감이 따르지 못하면 사회적, 정치적 갈등이 엄청나고 오히려 법원의 권위를 손상할 위험도 있으니까요.

      결국 절대 쉬운 문제는 아니고, 지속적으로 생각하고 주의를 환기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는 낙태죄를 별로 열심히 집행하지는 않아서 사실상 낙태 자유화와 비슷한 결과지만, 미혼모에 대한 지원이나 피임 교육이 많이 부족해서 낙태가 너무 많은 걸로 아는데 이것도 해결해가야 하겠죠.

      사실 제 이상향이라면 인공 낙태는 전혀 없고, 입양은 아주 활발한 곳일 거에요. 심지어 불행하게 강간으로 임신한 여성이라 하더라도 아이의 죄는 아니니까 아이를 낳는다면 더욱 좋겠죠.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자발적이어야 하고, 국가의 강제로 실현하려고 하면 이상향이 아닌 지옥이 돼버릴 거라고 생각해요. 낙태가 불행한, 그리고 때로는 잘못된 선택이라 하더라도 그 '선택'의 여지 자체가 여성, 특히 저소득층 여성의 삶에는 엄청난 영향을 미치니까요. 그리고 그 여성들은 직장인이며, 어머니이고, 딸인 만큼 그들의 삶의 질은 곧 사회 전체의 삶의 질을 결정하기도 하죠.

  8. 나그네
    2009/09/09 01:20 PERMALINK EDIT/ERASE REPLY

    낙태를 옹호하시는 분들께서 흔히 취하시는 논리가 바로 임신부의 여성권 내지 건강권에 대한 부분인 듯 합니다.

    다 좋습니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 모든 것을 보수니, 진보니 하는 사회과학적인 시각과 연계하여, 또는 18세기 계몽사상에서 기인한 인권적인 측면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세계라는 차원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나는 벼락을 맞았습니다."라고 하는 책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벼락을 맞고 임사체험을 하신 분의 체험을 그래도 편 책입니다.
    저자는 콜롬비아의 여자치과의사(어느 나라는 의사는 전부 고등교육을 받은 엘리트집단입니다. 없이 났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노력과 능력으로 사회적인 지위와 경제적인 성공을 일굴 수 있는 몇 안되는 전문직종 가운데 하나입니다. )로 자신의 여동생과 함께 벼락을 맞았다가 여동생은 즉사하고 자신은 한쪽 가슴이 완전히 타버리고 호흡기능이 거의 정지, 심장도 크게 손상을 입어 죽음직전까지 갔다가 기적적으로 생환한 사람의 임사체험기 입니다.

    그분이 임사체험을 하시기전에 낙태에 대해 취한 생각과 행동이 바로 정확히 주인장께서 취하시고 계신 그것과 일치합니다.

    그러나, 낙태에 대해 그는 이렇게 술하고 있습니다.

    아, 우선 수정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군요.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이 되는 바로 그 순간 하느님께서 그 생명에 영혼을 불어 넣으십니다. 즉, 수정란이 분열을 하여 세포가 2개로, 4개로, 8개로 점차 분화하면서 최종적으로는 약 10개월의 시간을 거쳐 육체가 완성되어갈지는 몰라도, 그 영혼은 이미 수정되는 바로 그 순간 완성하게 됩니다.
    아기의 영혼이 어른의 영혼에 비해 미성숙할진 몰라도, 어느 한 부분이 흠결되어 있지는 않듯이, 태아의 영혼은 미성숙할진 몰라도 신생아의 영혼과 다를 바가 없고, 20년후에도 그 영혼이며, 죽을 때까지 그 영혼인 것입니다.

    7개월에 자궁수축제를 써서, 강제로 사산시키든, 3개월전에 겸자를 이용해서 아기의 육체를 갈가리 찢어놓든, 아이의 영혼은 미처 태어나 세상빛을 보지도 못하고 바로 죽어버리게 됩니다.

    이게 뭐죠? 살인입니다. 특히 직계에 의해 비속살인입니다. 존비속살인은 형법에서도 엄격하게 다룹니다.
    낙태를 시술한 의사는 살인죄가 성립되고, 낙태를 결정한 아이의 부모는 살인교사죄가 이론상 성립합니다.

    그러나, 현실세계에서는 낙태를 살인죄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처벌 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이미 사문화된지 오래고, 병원에서는 사춘기 소녀들에게 부모들에게는 모르게 할 수 있다고 하고, 시험기간에는 학업에 부담을 줄 수 있으니 시험끝나고 오면 바로 시술받을 수 있게 친절하게 스케쥴까지 잡아줍니다.
    실재로 한국에서 시행되어지는 낙태의 80%는 원래의 법정신-우생학, 강간-과는 전혀 관계없는 말초적인 원인에 의한 것입니다.

    도덕적인 부분을 떠나, 한명의 아이가 낙태가 되면 지옥에서 악마와 마귀들이 얼마나 뛸뜻이 기뻐하는지 "나는 벼락을 맞았습니다."의 저자는 술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낙태가 이루어질 때마다 지옥의 봉인이 풀려서 셀 수 없이 많은 악귀들이 세상에 뛰쳐나가 더욱 많은 죄악을 자행하기 때문입니다. 주인장께서 믿으시든 믿지 않으시든 우리 인간이 죄를 지을 때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고통을 받으시고, 지옥의 봉인은 계속 풀려나게 됩니다.
    사회가 갈수록 악독해지고, 사이코패스와 같은 반사회적인 범죄가 증가하며, 끔찍한 범죄가 증가하는 것을 단순히 범죄심리학적인 측면만으로 다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의료계통에 종사하고 있습니다만, 정신과적인 분석이 결코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고, 정신분석적인 기법은 분명히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천주교회가 단순히 사고자체가 고루하고 보수적인 집단이기 때문에 낙태에 대해서도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입장을 취한다. 그렇게만 보지 말아주십시요.

    아무런 이유없이, 혹은 종교적인 보수성의 유지를 통해 종교지도자들이 기득권을 취하기 위해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교회의 어떤 결정들은 어떤 인간적인 이성의 결과물들이 아닙니다.
    보이는 세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의 반영으로서, 낙태에 대해 천주교회가 그렇게 강력하게 반대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말씀하신 독일천주교회의 일부모습은 말그대로 일부의 개인적인 입장일 뿐 결코 교회 전체의 입장이 될 수 없습니다. 또한, 일부의 독일천주교회의 입장이 그러하다고 해서, 그것은 결코 자의적인 것일 뿐 어떤 정당성을 띨 수 없으며, 교회밖에서의 목소리가 교회내에 영향을 미칠 수 없으며, 미쳐서도 안 됩니다.

    한가지, 멕시코에 과달루페라는 곳이 있습니다.
    멕시코는 원래 인신공양이 이루어지던 곳입니다.(아포칼립소라는 영화를 보시면 자세하게 나옵니다.)
    성모 마리아께서 1531년 12월 9일(두번), 10일, 12일에 멕시코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티페야크산 언덕에서 원주민 요한 디에고에게 발현하셨습니다.
    원주민 처녀의 모습으로 나타나신 성모님께서는 당신이 동정녀이신 주님의 어머니요, 과달루페의 어머니라 하시고, 이를 확인하는 표징을 주셨습니다. 표징의 하나로 주신 성모님의 영정이 근 500년이 지난 오늘에도 과달루페 대성당에서 생생하게 우리를 반기고 있습니다.

    과달루페(Guadalupe)는 원주민의 말로는 ‘돌뱀을 쳐부수다’라는 말인데, 신학적으로는 ‘죄 없는 분”이라는 뜻입니다. 원주민들이 날개 돋친 돌뱀을 신으로 섬기면서 매년 많은 어린이들을 제물로 바치고 있는 땅에서 성모님이 발현하신 후 7년 동안에 약 800만의 원주민을 모두 하느님께 귀의시킴으로써 멕시코의 원주민들을 날개 돋친 돌뱀(사탄)의 지배에서 구원하셨고, 성모님이 원주민 처녀의 모습으로 나타나심으로써 10년째 스페인의 포악한 지배하에서 신음하든 불쌍한 원주민의 어머니(수호자)가 되셨습니다.

    즉, 멕시코 사람들을 인신공양의 악습으로부터도, 멕시코의 악정으로부터도 해방되도록 성모 마리아께서 도움을 많이 주셨는 데, 그 성모님상에 2007년 하복부에 태아 모양의 빛이 나는 형상이 나타났다가 사라진 이적이 행해진 적이 있습니다.
    이 이적이 나타난 시기는 멕시코의 사회주의정당에서 낙태법을 통과시킨 날과 근사하며, 그로부터 2년후인 2009년 동일한 달에 멕시코에서 신종플루가 출현했음을 알리는 뉴스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보이는 세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의 반영입니다.
    그것을 한번 기억해 주시길 부탁드려 봅니다.

    늘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 로키
      2009/09/11 08:29 PERMALINK EDIT/ERASE

      용어사용을 명확히 하자면, 낙태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낙태를 법적으로 자유화하는 것을 옹호하고 있습니다. 법적으로 낙태를 허용하지 않으면 낙태가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 낙태 금지하시는 분들이 흔히 하시는 생각 같은데, 글에 썼듯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곤란한 임신일 수록 얘기도 못하고 여자 혼자만 알고 있으므로 혼잣손으로 낙태하려고 하거나 불법으로 시술하려 하죠. 따라서 말했듯 여성의 건강과 삶이 위태해지고 마찬가지로 앞으로 낳을 수 있는 아이의 건강과 생명에도 영향이 갑니다.

      그래서 낙태를 자유화하자는 것은 어차피 낙태할 것이라면 합법적으로, 안전하게 하고 그렇게 양성화한 채로 피임과 입양, 경제적 지원 등의 노력을 통해 낙태를 줄여가자는 입장입니다.

      낙태자유화를 반대하는 분들께는 역으로, 그렇다면 위험한 자가 혹은 불법낙태를 옹호하시느냐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설마 불법낙태가 합법낙태보다 낫다는 생각은 아니시겠지만 실제로는 낙태는 강제하면 줄어들기보다는 음성화되고 위험해지게 되어있거든요. 아니면 아이를 살해하는 죄인인 여자도 같이 죽거나 감염과 병, 불임에 시달리면 마귀들이 좀 덜 기뻐하나요?

      말씀하시는 주요 내용은 사실 저하고는 전제 자체가 달라서 답변드리기가 곤란합니다. 저는 나그네님과 신앙이 다르고 인간 생명이 언제 시작하는지, 영적 세계가 어떤지는 전혀 지식이 없거든요.

      그리고 실은 영적 세계에 대해 모르는 것은 나그네님과 모든 인간이 다 마찬가지입니다. 신앙은 믿음의 영역이지 지식의 영역이 아니니까요. 믿음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법과 정책이라는 사회적 영역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헌법에서는 20조 2항에서 정교분리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공적 영역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지식과 자료를 바탕으로 한 토론과 결정뿐이죠.

      하나 정정드리자면 우리 형법에서는 존속살해는 가중처벌하고 있지만 비속살인이라는 죄는 없습니다. 치욕 은폐, 양육 불가 등 참작할 만한 사유로 분만 중의 아이 혹은 갓난아이를 죽였을 때 오히려 살인죄에 비해 형이 가벼운 영아살해를 적용하기는 합니다. (살인은 사형, 무기, 5년이상, 영아살해는 10년이하 - 형법 250조, 251조 참조)

  9. 파닭
    2009/12/22 21:27 PERMALINK EDIT/ERASE REPLY

    이 글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전 항상 낙태반대의 신념을 갖고 살아왔습니다.
    낙태율1위 출산율 꼴찌 우리나라의 오명과
    태어나지 않은 아가의 생명을 타인의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은
    인륜을 무시하는 비윤리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로키님의 말 중에 낙태를 금지하면 여성들과 태아는 더 비참해지고 더 위험해진다고 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꽤나 충격을 받았네요..
    앞으로는 낙태 합법화에 조금 더 제 의견을 기울이게 될 것 같네요
    물론 생명을 해치는 것은 해서는 안될 일이지만..
    더 많은 생명을 더 안전하게 하는 방법은 오히려
    낙태 합법화인 것 같네요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 로키
      2009/12/26 10:59 PERMALINK EDIT/ERASE

      댓글 감사합니다.^^ 열린 마음은 유연한 지성의 증거이기도 한 만큼, 타인의 의견에 귀기울이고 생각을 바꾸실 수도 있는 파닭님은 대단하시네요. 여기 올라온 반대글들을 보면 감정이 앞서서 제 글은 잘 읽지 않으셨다는 느낌이 드는 글도 있는데, 정말로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동먹었습니다.

      저도 낙태는 하지 않으면 않을 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저 자신은 물론 절대 하고 싶지 않고요. 그래서 피임교육, 입양 활성화, 미혼모에 대한 인식 개선과 모든 가정에 대한 육아지원은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죠.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율권이 충돌하는 쉽지 않은 사안이지만, 다같이 노력하면 좋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10. 팟으타
    2010/04/25 13:14 PERMALINK EDIT/ERASE REPLY

    정말...........임신테스터기에 양성이 나왓을때 낙태가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하는 절망적인 산모가 되보지 않은 사람들은 절때 이해 못할꺼다......
    낙태를 금지해서 피치못하게 나온 아이들을 누가 사회적, 경제적으로 받들어 줄것인가??????
    낙태밖에 방법이 없는 산모들에게 낙태술을 받을수있는 병원이 있다는게 얼마나 희망적일지 모를꺼다...........
    사람은 한번씩 누구나 실수를 한다...되풀이 하면 잘못된거지만......
    사람들이 편견을 버리고 당사자들을 이해해줄수있으면 좋겠다...
    얼마나 절망적이었으면 그런 익스트림한 선택을 하게 되었을지 말이다.......이건 의사 ethic code 에 어긋나는게 아니고 여성의 프로라이프를 위해 꼭 필요한거다....그렇지 않으면 남자들도 출산하게 만들든가....
    임신은 절! 때! 여자 혼자 되는게 아니다.......

    님 글 잘읽었습니다!!
    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 로키
      2010/04/26 16:58 PERMALINK EDIT/ERASE

      입양과 위탁양육의 실태를 보면 정말 한숨밖에 안 나오죠. 미혼모에 대한 대우는 어떠하며.. 낳으라는 얘기를 쉽게 할 수 있는 건 겪어볼 일이 없어서 그렇겠지요. 남의 폐병보다는 자기 고뿔이라고, 자기 일이 아니면 쉽게 말할 수 있는 건 사람의 본성이기는 해요. 다행히도 글 첫머리에 링크한 우리 ♡ 글도 그렇고, 여기 댓글 달아주신 분의 상당수도 찬성이든 반대든 정말 어려운 문제라는 걸 인정하시는 양식있는 분들이시죠.

      그런 의미에서 얼마 전의 산부인과 의사 양심선언은 무섭더군요. 산모의 건강과 생명이 걸리지 않은 이상 어떤 의사에게도 낙태수술을 할 의무는 없으니, 스스로 낙태가 양심에 거리끼면 하지 않는 것이 옳겠지요. 다만 낙태를 적극적으로 막아서 경로를 차단하겠다는 것은 역시 님이 말씀하신 절박한 지경에 빠진 여성의 안전과 복리에는 심각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어서 걱정스럽네요. 적극적인 피임 교육과 보급 (묘하게도 카톨릭 교회 같은 단체는 낙태 반대하면서 낙태를 줄이는 유일한 확실한 방법인 피임도 반대하죠), 입양제도 합리화, 미혼모에 대한 차별 철폐와 의식개선 없이 무작정 낙태를 막는 것은 별로 효용이 없고 위험하다고 봐요.

      댓글 감사합니다~ 열성적인 댓글에 저 역시 열성적으로 답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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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자식들. 개자식들. 개자식들!!!

2007/04/19 11:16  로키 TAG ,
버지니아 공대 총격만으로는 부족했나보다. 이런 거지같은 한 주를 시작하느라 며칠 전에 기분이 그렇게도 안좋았나. 미국 연방대법원의 다섯 대법관들이 Gonzales v. Carhart (영문 판결, PDF링크, 읽으면서 혈압상승의 위험 있음) 사건 판결을 내렸다. 보수적인 잘난 다섯 개자식 남자 대법관님 나으리들에 의하면 2003년의 부분출산 낙태 금지법이 합헌이시란다.

의사의 판단에 따르면 가장 안전할지도 모르는 낙태 시술을 모체의 건강에 대해 어떤 예외도 인정하지 않고 금지해? 오직 생명에 위협이 있을 때만 예외가 인정된다고? 당신들하고 미국 의회가 의사야? 그런 판단을 내릴 수 있어? 세상에, 의사들도 의견이 갈린다는 이유로 산모에게 의학적 위험이 없다고 해버리는 사람이 어딨냐고! 의사들의 의견이 갈리면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게 정상 아냐?! 자기들 마음에 드는 의학적 증언만 인정하는 게 제대로 된 법적 판단이야? 아니, 그걸 떠나서 그게 양심있는 인간의 태도야?

아, 그래, 당신들 고매한 남자들이 아닌 여자들, 그것도 여자에게 주어진 생물학적, 사회적, 도덕적 의무를 저버리고 감히 신성한 태아를 살해하려는 더러운 년들의 건강에 대한 위협이라 이거지. 그러니까 상관없다 이거지! 이제 자격증 있는 의사들이 감옥갈까 무서워서 임신 3개월 이후의 낙태시술을 거부하면, 아이를 도저히 낳을 수 없는 그 더러운 년들이 이번엔 누구한테 찾아가서 애를 떼려고 할지, 어떤 방법을 사용하다가 죽고 다치든 상관도 없다 이거지!

이 세상에 애를, 자기 애를 좋아서 떼는 여자가 있는줄 알아?! 어떤 상황에서 그런 결정을 내리는지 당신들이 아냐고! 그 수많은 불쌍한 여자들의 피를 그 법복에 묻히고도, 단 하나의 태아도 구하지 못하는 결정을 내려놓고선 미국의 양심을 지켜냈다고 좋아할 대법관이란 인간들을 생각하면...!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

긴스버그 대법관

물론 5:4 결정이다. 반대의견을 읽기 전에도 이미 그 4인이 누구인지는 뻔했지만. 긴스버그, 수터, 스티븐즈, 브라이어의 이름을 확인하고 혼자 웃으면서도 왠지 눈물이 나왔다. (그래, 나 법원 판결문 보면서 혼자 울고 웃는 여자다, 어쩔래. ㅋㅋ) 이 나라에, 내 나라는 아니지만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하는 미국이라는 나라에 양심은 아직 살아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매우 적합하게도(..?) 반대의견 작성자는 긴스버그 대법관이었다. 다수의견을 봐버린 눈을 씻어주는 기분이었달까.

왠지 몇주 전에 우리학교에서 강연했던 라인하트 고등법원 판사가 생각난다. 기본권의 확장을 가져왔던 워렌 대법원 시절을 그리워하며 요즘의 보수주의를 개탄하고, 다시 한번 법원에, 그리고 미국 사회에 인권과 양심이 설 자리가 있어야 한다고 2~30대의 학생들에게 역설하던 60대 진보주의자의 모습은 꽤나 인상깊었지. 지금쯤 판결문 보면서 그 할아버지가 얼마나 탄식하고 있을지 생각하면 참.

에휴... 기분이 참 그렇다. 이거 가지고 열내다 보니까 어느새 또 잘시간이..(..) 시험은 하루하루 다가오는데 말이지. <-
2007/04/19 11:16 2007/04/19 11:16
TOP
  1. 2007/04/19 22:04 PERMALINK EDIT/ERASE REPLY

    저 4명의 이름이 계속 언급되는거 보니 어지간한 보수성향인듯하군요.근데 진정하십..

    • 2007/04/19 23:13 PERMALINK EDIT/ERASE

      뭐 글에 막 쏟아부으니 어느정도는 진정하는데 성공했죠.(?) 하여튼 자꾸 보수화되는 게 걱정되는 미국 사회입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아니니 저야 공부 끝나고 귀국하면 끝..<-

      수터, 긴스버그, 스티븐스, 브라이어 4인방은 대법원에서 소수파가 돼버린 진보파죠. 다시 민주당이 정권잡기 전에 저중 하나라도 죽으면 안되는데 하고 노심초사중입..(퍽)

  2. 조성훈
    2007/04/19 23:17 PERMALINK EDIT/ERASE REPLY

    저런, 우리 나라도 많이 보수화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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