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적으로 내가 1등 하기는 했지만, 사실 결정권을 행사한 건 내가 아니라 마지막 라운드 용병대장 승한군. (그 라운드에서 내가 선택권이 있었는데도 용병대장 안한 게 판단 미스였던 것 같다.) 나 아니면 지준군이 건물 8채를 가장 먼저 완공한 보너스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승한군이 지준군 건물 중 좋은 것을 부순 덕에 1등 갈 수 있었다. 승한군 회비는 내가 내는 걸로 뒷거래 완료 (?). 뭐 원래 용병단한테 돈 주고 배신시키는 건 중세 전쟁의 기본인 거다. (먼산)
두 번째, 세 번째 게임은 용병이 짱이라는 주제의식의 연속으로서 콘도티에르. 9월 말 귀국 환영회 때도 했던 게임이었는데, 그때는 사실 이걸 무슨 재미로 하나 싶었다. 이번에 다시 해보고서야 이게 얼마나 재밌는지 깨달았다. 누구 말마따나 이건 한 번쯤 해봐서 좀 사악해져야 재미있는 게임인가보다.

첫 판의 나는 특수카드라고는 까마귀 (이미 내려놓은 숫자카드를 다시 손에 되돌릴 수 있는 카드) 한 장밖에 없이 눈물을 뿌리며 때를 기다렸다. 가끔 패스 안하고 낮은 카드 내려놓아서 다른 사람들 카드를 소모시키는 정도만 하다가, 남들이 피렌체 등의 격전지를 두고 싸우며 거의 다 손 털었을 때 북부에서 지준군과 1:1로 붙었다. 지준군은 나에게 북서부 구석의 도시 하나를 넘길 테니 밀라노를 달라고 했고, 나도 그러마고 했다. 다들 밀라노가 더 좋다는 의견이었지만.
그리고 지준군이 포기한 상태에서 도시를 점령한 후... 손에 쥔 카드를 비교해보고는 협약을 깨도 상관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역시 힘이 불균등하면 약속 이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건 현실이나 게임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원망 들을 각오는 해야겠지만. (미안 지준군..ㅠㅠ) 눈 내리는 밀라노에서 (눈 카드 나오면 히로인 외의 모든 숫자 카드가 1) 머릿수로 버티며 결국 약속을 배신하고 밀라노에 입성했다.
이후 다시 카드를 돌렸는데 이번에는 패가 좋았다. 도시를 두 개 점령했으니 14장이라 카드도 많았고. 까마귀떼가 아주 통째로 날라와서 10을 넣었다 뺐다 하며 남들 카드 소모시키고 북부의 도시를 하나 더 점령해 3개 연속 천하통일 달성.
두 번째 콘도티에르 판은 상당 부분이 운이었다. 첫 핸드는 제일 높은 숫자 6에 특수카드는 까마귀와 교황 들고 눈물을 삼키며 때를 기다리다가 도시 좀 점령하고, 마지막 한 장 교황을 (전투 무산 카드) 아끼고 아끼다 승한군의 승리를 저지하며 털었다. 석한군이 노른자 피렌체와 연속하는 도시 하나를 먹어 유력해 보이는 가운데 준영군도 2개 연속 점령, 승한군은 4개 점령해서 아무도 3개 연속이 안 나오면 판정승으로 이기는 상황이었다. 나도 북서부에 연속하지 않는 도시 3개가 있어서 승리로 갈 길이 몇 갈래 있었다.
그렇게 1등 갈 수 있는 사람이 몇 명 있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내 패가 엄청나게 좋아서 결국 내가 1등 갔다. 승한군은 도시 수에 힘입어 카드가 무려 18장이라 다들 긴장했는데 거의 1이나 까마귀였다는 암울한 후일담을 나중에 들을 수 있었다. 석한군도 카드가 매우 안습했다고 하고, 난 하이카드와 특수카드가 난무하는 행운의 핸드. 비록 10과 히로인까지 내려놓았다가 교황님 나오시는 바람에 아멘~을 외치며 철군했지만, 아직 10과 열쇠가 남아 있어서 (내려놓는 순간 가장 높은 합이 이김) 카드값을 2배로 불리는 지준군의 둥둥거리는 북소리에 하이카드로 버티다 열쇠로 연속 3개 달성했다. 1위가 가능한 위치까지 간 건 판단이었다 해도 마지막에 간 건 정말 운빨이었다.
(나중에 승한군에게 한 얘기이지만 콘도티에르의 배경인 이탈리아 혼란기에 활동한 마키아벨리는 자기 이름을 라틴어로는 말클라벨루스 (Malclavellus)라고 썼다. 뜻은 '나쁜 열쇠.')

그렇게 어두워진 후 민토에서 나와서 뭘 먹을까 얘기하다가 결국 피자헛 행. 처음에 지준군은 저어했지만 '좋다고 할 때까지 팬다'는 간단한 해결책으로 만장일치해서 피자 먹었다. 치즈 크러스트 피자가 맛있었고, 코코넛(가공)유로 먹는 시리얼도 괜찮더라, 좀 달기는 했지만. 먹고 헤어져서 집에 와서 운동이랑 청소하고 씻은 후... 또 놀았다. 정말 푸지게 논 주말이다. 다들 수고했고, 고마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