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랄까, 사람이 피부가 검다는 것 자체가 뭔가 이상하잖아? 더러워 보이고.
게다가 미국에서든 아프리카에서든, 왜 그렇게 못 살고 서로 싸워대?
흑인이라고 무슨 차별을 당해야 한다거나 해악을 끼쳐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고,
그냥 흑인하고 알고 지내거나 사귀고 싶지 않을 뿐이다.
취향이니까 존중해 줘야지. 흑인인 게 무슨 감투냐?
언제나 키보드 워리어의 낙원인 이글루스에서 게이혐오 관련 글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누군가 흑인에 대해, 아시아인에, 여자에 대해 저렇게 '취향'의 문제로 쓴다면 어떨까.
솔직히 제목하고 첫 다섯 줄 쓰면서 스스로 혐오감에 손이 떨렸지만...
분명 세상에 게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듯이, 흑인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 건 사실이다.
이런 건 모두 취향으로 존중받아야 할까?
어떻게 타고난 피부색으로 사람을 싫어할 수 있느냐고?
동성에게 성적으로 끌리는 것도 유전적이라는 증거가 있는 판에 왜 안 되겠는가.
게다가 무슨 해를 끼치자는 것도 아닌데, 그저 싫다는 것일 뿐이라면.
뭔가 이상하다고? 어째서 이상할까.
사실 이건 취향이 아니라는 데에 진짜 문제가 있다.
빨강보다 파랑이 좋은 건 취향이다. 소녀시대보다 원더걸즈가 좋은 것도 취향이다.
그러나 어떤 계층의 사람을 선험적으로 싫어하는 건 십중팔구 취향이 아니다.
겪어보고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있는 개인이 아닌 소속 집단의 문제라는 점에서 이미 정치적, 사회적 사안이다.
L이라는 사람이 우리 애를 가르치는 선생인데, 알고 보니 L은 동성애자였다고 하자.
L의 선생님으로서의 자질이나 실력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동성이든 이성이든 L이 학생이나 기타 미성년자에게 성적 관심을 보인 잃은 없다고 하자.
동성애자를 싫어하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1. 당장 L을 해임해야 한다고 학교에 압력을 넣거나, 그런 활동을 심적으로 지지할 것인가?
그렇다면 당신은 동성애 차별주의자다. (L이 무능하거나 잘못을 해서 해임하자는 게 아님을 기억하자.) 당신의 동성애 혐오는 취향이 아니라 정치적 신념이며, 근거를 제시하고 정당화해야 한다. 취향이므로 존중해달라는 변명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
2. 동성애는 싫지만, 아무 잘못도 없는 선생을 해임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이며 잘못된 일이라는 주장을 지지할 것인가?
축하한다, 당신은 진정 평등과 인권에 대한 신념이 넘치며, 동성애 혐오는 진짜로 취향이다. 불행히도 당신 같은 사람은 소수다.
3. 아니면, L의 해임을 주장하되 그건 L이 동성애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교사로서 다른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할 것인가?
이 세 번째 경우가 가장 애매하다. L은 당신이 싫어하는 동성애를 하는 사람이다. 그가 일을 얼마나 잘 하는지, 정말로 학생들에게 잘못이 없는지 당신은 객관적으로, 또 평등하게 판단할 수 있는가? 동성애가 정말 싫고, 그 사실만으로도 L과 멀어지고 싶은데, 당신의 눈에는 정말 색안경이 없을 것인가?
개인적으로 고르라면 나는 2번이 가장 존경스럽다. 동성애는 뭔가 좀 싫다, 하지만 성적 취향 때문에 사람을 차별하는 건 내 신념에 어긋난다고 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의 취향은 진짜 취향이고, 정치적 신념이 아니다. 그러나 말했듯 이런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로 가장 많이 보는 경우는 1번과 3번이다. 그리고 이 경우는 더 이상 취향은 취향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오히려 3번이 가장 위험하다. 차별을 교묘하게 정당화하니까.
그래서 '취향'과 '정치적 신념'이 반대 방향인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이상,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소수자에 대한 취향은 취향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적, 정치적 신념이며, 따라서 정당한 비판의 대상이다. 취향이라는 말은 그저 토론을 피하는 연막일 뿐이다.
차별적 신념이든 진짜 취향이든, 터놓고 얘기하는 건 좋다. 다만 사회적, 정치적인 사안을 놓고 색상 선호나 아이돌 밴드 취미와 동일시하기는 어렵다. 취향을 놓고 토론하는 것은 무의미하지만, 취향 아닌 것을 취향이라고 우기고 토론을 거부하는 것은 부정직하지 않은가.
Searching for 인권
1 articles found.
- 2010/01/06 나는 흑인이 싫어: 취향 아닌 취향에 대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