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ing for 종교
3 articles found.

  1. 2009/06/18 이란의 밤 - "알라는 위대하시다!" (2)
  2. 2008/04/19 여전히 불신자 (4)
  3. 2007/04/25 내가 기독교인이 아닌 이유 (4)


이란의 밤 - "알라는 위대하시다!"

2009/06/18 11:31  로키 TAG , ,
허핑턴 포스트에서 본 비디오.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조작해서 중임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수십만의 이란 시민이 거리로 나서자 정권에서는 휴대폰 문자도 막아버리는 등 통신을 방해하고 비무장 시위대에 총격을 가하며 위협하고 있다. 그 중에 이란 (아마도 아흐마디네자드 반대가 가장 심한 테헤란)에서는 사람들이 밤에 알라는 위대하시다! (Allaho akbar!)를 외치고 있다. 다음이 그 비디오이다. (거의 오디오만 있지만..)

비디오도 가슴을 울리지만, 중간에 나오는 여성의 목소도 찡하다. "전화와 인터넷과 통신을 다 빼앗겨도 우리는 '알라는 위대하시다'고 외치며 서로 찾을 수 있습니다. 오늘밤 우리는 신께 외치며 도움을 청합니다."


종교에 별로 감흥이 없는 나이고 종교를 등에 업은 권위주의는 특히 반대하지만, 밤중에 신을 부르며 화답하는 사람들의 절박하고 간절한 목소리에는 감동받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의 종교적 신심은 곧 공동체 의식이기 때문일까. 통신을 차단당한 시위대를 묶어줄 뿐 아니라, 가장 안전한 저항의 표시일 정도로 시위대와 당국마저 묶어주는 공동체이기에.

또한, 밤에 이란의 시민들이 부르는 신은 자유의 이름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민주주의여 만세' 부르는 목소리가 바로 저럴 것이라고 누가 의심할 수 있는가?1 종교의, 신앙의 참 모습은 고통스러운 속박이 아닌, 모든 인간이 성장하고 배우고 행복할 수 있는 안전을 주는 자유일 거라고... 그렇게 나는 믿고 싶고, 또 믿고 있다. 그것이 어쩌면 나의 유일한 종교일지도 모르지.

"오 신이여! 폭군이 지배하는 이 땅에서 우리를 해방하소서."
- 코란 4:75 中


주석
  1. 요즘 시인이 좀 망가진 건 차치하도록 하자. 그렇다고 시가 덜 진실하거나 아름다운 것은 아니니. [돌아가기]
2009/06/18 11:31 2009/06/18 11:31
TOP
  1. 2009/06/18 18:58 PERMALINK EDIT/ERASE REPLY

    사실 그 시마저도 어찌본다면....

    http://kth1004.egloos.com/1917285

    • 로키
      2009/06/18 21:39 PERMALINK EDIT/ERASE

      완전 표절이라고 할 건 아니지만 꽤 비슷하긴 하군. 음 김지하 이 살함(...)

Write a comment

[로그인][오픈아이디란?]

submit


여전히 불신자

2008/04/19 05:25  로키 TAG ,
이번에 나도 조금은 종교적인 감정이 생기지 않을까 했는데, 아직까지 별 그럴 기미는 없네. 특별히 더 사후세계에 대한 갈망이 생기지도 않고, 신을 믿고 싶어지지도 않아. 그렇다고 사후세계나 신이 없다고 단정해버린 것도 아니고, 내 기본적인 생각은 '알 수 없다'는 것.

영혼이 있는지, 있다면 육체가 죽은 후에 어떻게 되는지는 지식의 영역이 아닌 만큼 신앙의 영역일 수밖에 없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또 종교마다 달라서 어느쪽을 믿어야 할지 정말 모르겠더라고. 각자 자기 쪽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하는데 말야. 어렸을 때 무지막지하게 고민한 문제고, 교회를 떠난 지금도 어느 종교가 '옳은지' 논리적으로 헷갈리는 건 여전해.

사후세계가 있어서 엄마를 만날 수 있다면야 좋겠지. 그런 의미에서 정말로 기독교 교리가 옳고 지옥이 있고 천국이 있고 하다면 좀 문제긴 해. 난 아무리 해도 기독교인은 될 수 없는 것 같고, 엄마는 독실하셨으니까 다시는 못 만나는 거잖아?

하지만 기독교 외에 다른 종교가 옳다면 그건 또 어찌 되는 거려나. 결국 불확실한 도박에 걸고 나에게 유일한 확실성인 이번 삶을 불행하게 사느니, 나 생긴 대로 살겠다는 결론. 엄마는 늘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셨으니까 그 결정을 제일 기뻐하실 거라고 믿어.

내가 별로 신심이 없는 걸 엄마아빠가 늘 걱정하신 건 알고 있어. 엄마 돌아가신 일로 유일하게 생긴 종교적 감정이라고 할 만한 것이라면 내가 신을 안 믿어서 엄마가 돌아가셨나 하는 공포와 죄책감. (어렸을 때부터 내게 늘 기독교의 신은 공포와 자책으로 다가오더군.) 나도 왕년엔 간증집깨나 읽었는데, 그런 데 보면 하나님을 영접하지 않아서 사업 망했고 가정에 재난이 닥쳤고 등등 얘기 나오잖아.

하지만 그건 좀 받아들이기가 그런 게, 첫째, 일단 엄마의 죽음이 내 탓이라는 쪽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아마 그대로 미쳐버릴 테고, 둘째, 내가 안 믿는다는 이유로 엄마를 데려갔다면 그런 신은 도저히 믿을 수 없기도 하고. 또 셋째, 엄마가 정기 검진만 받으셨어도 암이 말기가 될 때까지 방치되는 일은 없었을 거라는 점에서도 그게 신의 뜻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워. 제일 화가 나는 점이기도 하고.

그렇다고 죄책감이 없다면 거짓말이지. 아마 우리 가족 모두 엄마 생전에 잘 못해드린 거 하나하나 생각하면서 괴로워하고 있을 시점이고, 그건 아마도 평생 어느 정도는 남을 괴로움. 그렇게 많은 걸 해주셨는데 내가 해드린 건 뭘까. 다행히도 나름 노력하고 배려한 기억도 많고, 사랑한다고 말한 기억도 많지만 그래도 좀 더 많이 잘해드릴 걸. 어차피 충분할 수는 없었겠지만 말야.

그 괴로움을 무디게 하려는 목적으로라도 신앙을 가져야 할까? 하지만 그런 이유로 믿는 건 치료약이 아니라 진통제나 다름없잖아. 난 어디 통증이 있어도 내가 스스로 진통제를 찾아먹은 일은 한 번도 없어. (어려서 귀 수술했을 때나 입원했을 때 병원에서 진통제를 줬을 수는 있지만.) 진통제는 고통의 원인은 무시하고 증상만 무디게 하니까.

마찬가지로 정신적 진통제처럼 종교를 삼킬 생각도 없어. 내가 종교인이 되는 일이 있다면 내 영적 성장을 위해 필요해질 때 믿어야지, 지극히 자연스러운 심적 고통을 달래려고 종교에 매달리고 싶지는 않아. 종교는 내게 대체로 위안보다는 불안과 죄책감의 근원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나마 진통도 제대로 될 것 같지 않고.

하지만 내게 종교가 있든 없든, 사후세계가 있든 없든 엄마는 내 안에 계셔. 함께했던 시간들은 아픔과 기쁨의 색채로 내게 새겨 있고, 엄마가 말과 무엇보다 행동으로 주신 가르침들은 앞으로도 나를 인도할 테니까. 다른 사람에게 남은 기억과 흔적이야말로 진정한 영생이 아닐까. 그건 죽음 후에 뭐가 기다리는지 모르는, 불완전하고 어리석은 인간인 내가 가장 바라는 형태의 영생이기도 해.
2008/04/19 05:25 2008/04/19 05:25
TOP
  1. 2008/04/19 11:27 PERMALINK EDIT/ERASE REPLY

    어라 로키님은 서사간증교 교주 아니셨습..[퍽]

    ..가 아니라 종교적 감동이라는게 어떤건지 생각해본적이 있어요. [급수습 [..]

    군복무할 때 교회에서 찬양도 불러보고 했는데
    그 교회 권사님과 목사님이 참 본받을만한 종교인이셨죠.

    그런데 나이먹고 냉정하게 생각해보니까
    그건 종교에 의한게 아니라 사람에 의한 감동이 아니었나 싶네요.

    항상 꾸란과 시미터를 소지하고 다니라고 이야기한 신도,
    남의 땅 가서 싸그리 내껄로 만들어 들고 오라고 이야기한 신도 없지 않겠습니까

    종교가 사람의 의지를 이끌어내겠지만
    결국 의사를 결정하고 행동하는 주체는 그 사람 자신이니까요

    저는 저 '조상들은 다 지옥불에 빠졌어야!' 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이런 대답이 생각납니다.

    '십자군은 어디로 갔습니까?'

    • 로키
      2008/04/20 00:05 PERMALINK EDIT/ERASE

      저야 대사제일 뿐이죠 (?). 확실히, 종교 자체가 사람을 감화시킨다고 하기에는 같은 종교를 믿는 사람 사이에도 편차가 너무 크죠. 말씀대로 탐욕이나 잔혹성을 종교로 정당화하는 일도 많고요. 결국 중요한 건 어떤 신을 부르느냐 하는 게 아니라 각자 하는 행동과 선택인 듯.

  2. 비밀방문자
    2008/04/20 13:56 PERMALINK EDIT/ERASE REPLY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로키
      2008/04/20 18:23 PERMALINK EDIT/ERASE

      고마워..^^ 확실히 종교가 위안이 될 수 있지. 걔도 좀 마음이 편해졌다니 다행이다. 안부 전해줘.

      결국 난 신앙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만 종교에 대해서는 글쎄올시다인 듯. 각자 자신에게 맞는 영적 성장의 길을 찾아가는 게, 그리고 서로 보듬고 아끼는 게 어떤 조직이나 상징보다 중요하니까. 종교적 조직과 상징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혹은 더 무섭게는, 종교적 권력의 도구가 아니라) 영적 성장과 공동체 결집의 도구로서 부차적 역할을 할 때 종교는 가장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 같아.

Write a comment

[로그인][오픈아이디란?]

submit


내가 기독교인이 아닌 이유

2007/04/25 11:28  로키 TAG ,
나는 흔히 말하는 모태신앙인이었다.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났고, 어려서부터 교회를 다녔다. 유년부,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등 아주 순차적으로. 성경시험에서 상을 타기도 했고, 부모님 압박으로 일요일마다 나갔으니 나름 모범적이었던 것 같다.

교회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 건 중학교나 고등학교 때부터, 그리고 완전히 돌아서게 된 건 대학교 1학년 때라고 기억한다. 그 의문은 크게 두가지로 압축되었다. 첫번째는 성경 자체에 대한 것, 두번째는 교회와 기독교인들에 대한 것. 성경의 내용과 내 개인적인 도덕률 사이에서 괴리를 느끼기 시작했고, 또 교회를 둘러싼 사회에서 크고작은 모순을 느끼게 되었다.

성경에 대한 의문의 예라면 이스라엘이 가나안을 재정복하면서 가나안 사람들을 학살하는 얘기라든가, 동성애자는 돌로 치라는 얘기라든가, 여자는 교회에서 침묵하라는 얘기, 이교도 아내들을 내친 얘기라든지, 여성과 성욕을 죄악시하는 태도라든지... 성경은 고대 중동의 특정 문화에 대해서는 흥미로운 시사점을 제공하지만,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별로 유용한 지침이 아니라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다. 그렇다고 2000년 전으로 돌아가는 게 낫다는 공감도 들지 않았고.

현실 교회에 대한 의문이라면 어째서 교회 다니는 애들은 우리 학교에서 제일 잘살고 옷도 잘입고 자기끼리 노는 아이들인지, 그리고 어째서 그 부모들은 하나같이 교수나 연구원인지 하는 방향. 어떻게 보면 교인들을 묶어주는 건 신앙이라기보다는 사회계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아니, 어쩌면 사회계층 자체가 신앙이었을지도 모르지.

그래도 대학 때는 나름대로 신앙을 정립하려고 노력했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새로 끼어볼 교회를 찾으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도 했고. 부모님이 대학 시절 다니셨던 교회라든가, 교내에 넘치는 기독교 단체라든가... 대학 1학년 동안 교회만 다섯 군데를 옮겨다니고서는 마침내 포기했다. 생각이 너무 달라서 어디에도 끼기가 힘들었고, 특히 기독교 단체들이 서로 이단이라고 손가락질하는데는 신물이 났다. 자기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보다는 두려움과 아집, 차분한 대화보다는 일방통행적 강압을 선호하는 사람들하고는 더이상 상관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이후로 상황에 따라 산발적으로 예배를 나가기는 해도 어떤 교회에도 속한 적이 없다.

부모님은 여전히 내가 교회를 다니기를 바라고 계시지만 (딸네미라고 있는 거 지옥간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시겠는가), 솔직히 내가 더이상 기독교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난 창조론이 과학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임신중절이나 피임, 동성애, 혼전성교 어느것에도 부정적이지 않고, 국가와 교회의 분리는 절대적이어야 한다고 믿고, 기독교 외의 종교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특정 종교를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람을 영원히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도록 지옥에 떨어뜨리는 신이 사랑의 신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독교를 증오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우리 부모님과 많은 친구들을 포함해서 세상에는 양심적이고 양식있는 기독교인이 많다. 나하고 안 맞아서 교회를 나왔을 뿐이지, 남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신앙의 자유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예수도 존경받아 마땅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권력과 위선에 대한 그의 통렬한 비판은 불의에 많은 경우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현대인에게 귀중한 귀감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내가 무신론자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과학과 논리는 판단을 내리는데 중요한 자료이지만 결코 절대적이지는 않고, 논리와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을 부인하는 것은 그대로 또하나의 논리적 오류이니까. 특히 기독교가 전파되면서 잊혀지거나 변형되었던 신성한 여성성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기독교의 세력확장과 함께 악신 내지는 악마로 알려졌지만 원래는 변화와 혼돈의 에너지가 형상화된 재간꾼이라고 할 수 있는 로키 역시 흥미가 가는 신이다.

여러모로 더이상 가짜 기독교인 노릇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큰 안도감으로 다가온다. 생각해 보면 어려서부터 내가 별로 기독교인답지 않다는 걸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었는지 괜한 죄책감과 지옥에 대한 공포에 꽤 시달렸었다. 이젠 더이상 그런 게 없어서 마음이 많이 편하다. 사실 나도 그렇고 그 누구도 죽음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는 모른다. 모르니까 과학이나 사실이 아닌 신앙인 거겠지. 뭐 지옥에 정말로 가게 된다면 가야지 어쩌겠는가. 나로서는 도저히 기독교인은 못해먹겠는데 말이다.


왜 갑자기 이 생각이 났냐 하면, 아프가니스탄에서 아군 사격으로 숨진 미국 병사 팻 틸먼 얘기 때문이다. 처음에 정부는 그가 적과 싸우다가 영웅적으로 전사했다고 열심히 은폐작전을 펼쳤지만, 결국 진실이 나오면서 틸먼 사건은 정권에 또다른 스캔들이 되고 있다. 특히 틸먼의 유족은 벌써 몇년간 그의 죽음의 진상을 파헤치고 있다.

죽고 나서 아부 그라이브에서 주의를 돌리기 위한 정부의 영웅 만들기에 실컷 이용당한 틸먼이지만,  잘생기고 젊은 이성애자 미식축구 선수였던 이 군인에게도 아메리칸 히어로로서 한가지 결격사유는 있었다. 바로 기독교인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매우 지적이고 양심적인 틸먼 가족 전체가 그렇다. 실제로 팻의 동생이자 그 자신 군인인 케빈 틸먼은 형의 시신을 미국으로 송환하는 의식에 목사가 참관해 기도를 올린데 대해 항의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틸먼의 사인을 은폐한 장본인 중 하나인 카우즐라리크 대령의 말이 걸작이다. 틸먼 가족이 사건의 진상을 이렇게도 끈질기게 파헤치는 건 그들이 무신론자이기 때문이란다. 기독교인이라면 아들이 천국으로 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겠지만 무신론자의 관점에서는 벌레에게 먹히며 썩어가는 걸로 끝나기 때문에 팻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라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자신의 은폐공작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기독교 신앙을 들먹이는 건가, 지금. 도덕과 종교가 서로 상충되는 거였던가? 기독교인이라면 천국이라는 사탕발림에 힘입어 군당국과 정권의 부도덕한 거짓을 대충 넘어갔을 거라는 소리? 그리고 틸먼 가족이 그러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국 군인의 사인을 은폐한 자신과 군당국이 도덕적으로 (혹은 종교적으로) 우월하다는 걸까?

바로 이런 걸 보고 기독교 망신이라고 하는 거다. 물론 모든 기독교인이 이딴 식인 건 아니지만, 기독교인에게서 이런 위선이 종종 눈에 띄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원래 양식있는 보통 사람보다 이런 인간들이 눈에 잘 띄는 것도 세상의 이치긴 하지만 말야. 예수가 돌아왔다면 위선자라고 욕을 바가지로 했을 거다.

자신이 기독교인이라고 주장하는 이런 위선자와 확연히 대비되는 것이 바로 무신론자 틸먼 가족의 양심적이고 올곧은 모습. 한 병사, 한 가족의 문제를 넘어 부시 정권의 거짓과 부도덕을 파고드는 이들의 자세는 나처럼 신앙의 문제를 가지고 오랫동안 고민해온 사람에게는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에게 틸먼 가족은 특정 종교를 믿지 않아도 얼마든지 도덕적인 인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또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나는 기독교인이 아니다. 또한 자기 눈으로 세상을 보고, 양심적으로 행동하려고 애쓰는 한 인간이기도 하다. 같은 맥락에서 양심을 외적인 권위에 저당잡히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려고 애쓰는 탈권위주의자이기도 하고. 신에, 국가에, 혹은 다른 권위에 양심을 맡겨놓고서는 '신을 위해서' 혹은 '국가를 위해서' 등의 이유로 어떤 짓이든 정당화하는 태도가 부르는 파국은 역사적으로 너무 많았고, 지금도 너무 많다.

중요한 건 결국 도덕적 신념의 내용이다. 외적인 권위를 위한다는 이유로 도덕적 내용이 공백이 되어버린 양심은 더이상 양심으로 기능할 수 없고, 그 신념은 맹신일 뿐이다. 군국주의, 종교재판, 전쟁범죄, 인종말살... 모두가 국가니 신이니 하는 근사한 정당화를 앞세웠지만, 근본적인 도덕적 공백 앞에서는 공허할 뿐이었다. 도덕성의 결여를 가져오는 권위는 더이상 아무것도 정당화하지 않는다. 일그러진 자아의 모습을 비춰주는 허무한 우상일 뿐.

나는 언제까지나 내 능력껏 진실을 파악하고 내가 최선을 다해 내린 도덕적 판단대로 행동하려고 한다. 권위는 그 판단을 내리는데 도움은 될 수는 있겠지만 그 자체가 도덕일 수는 없기 때문에, 아무리 불완전하고 오류투성이인 판단이어도 개개인의 양심적 판단을 대체할 수 있는 권위는 어디에도 없기에. 그래서 나는 기독교인이 아닌 것이다.
2007/04/25 11:28 2007/04/25 11:28
TOP
  1. 비밀방문자
    2007/04/26 14:51 PERMALINK EDIT/ERASE REPLY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2. 2007/04/28 14:15 PERMALINK EDIT/ERASE REPLY

    종교와 정치는 술자리에서 꺼내지 말아야할 양대 금기사항이라죠[...]

    • 2007/04/29 10:08 PERMALINK EDIT/ERASE

      그러게 말이죠..(..) 신념의 영역을 건드리는 일이기 때문에 왠만해서는 피해야 할 소재인 것 같습니다.

Write a comment

[로그인][오픈아이디란?]

subm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