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대전에서는 미친 듯 옷을 샀다. 옷이 아주 정장인 옷하고 아주 편하게 입을 옷은 있는데 그 중간쯤에 깔끔하게 입을 게 부족했는데, 이번에 그 부분을 보완할 수 있었다. 대전에서나 서울에서나 옷은 이마트가 싸고 괜찮더라.
맨 처음에 롯데마트에서 샀던 건 가을 잠바. 하얀색에 군데군데 금빛과 노란색이 들어갔는데, 헐렁하지 않고 사이즈는 딱 맞아서 운동복으로도, 가벼운 외출에도 괜찮다. 거기다가 하얀 터틀넥 하나 샀고.
다음날인 어제는 이마트에서 정말 여러 가지 질렀다. 하얀 남방하고 목티 (Daiz는 다른 데보다 100 치수가 큰지 입어보니 헐렁하더라), 군청색 앞주름 스커트, 진회색 바지, 붉은 체크무늬 튜닉과 짧은 쟈켓, 검은 인조가죽 튜닉형쟈켓, 카키색 벨트 코트. 그리고 같이 가신 (정확히는 너 옷 좀 사야겠다고 날 끌고가신) 아빠 잿빛 스웨터까지 해서 돈 좀 썼다. 하지만 가지수에 비해서는 정말 얼마 안 쓴 거고 옷도 괜찮게 사서 뿌듯하다. 오늘은 목티 + 앞주름 치마 + 인조가죽 쟈켓으로 맞춰입고 나왔다.
모범적이고 상식적인 옷을 질러서 가방에 바리바리 챙겨넣고 서울에 와보니 지난달에 질렀던 희한한 옷들도 와있어서 기분이 더욱 좋았다. 나한테는 단순하고 정석적인 옷이 어울리는 건 아는데, 고딕펑크/본디지 풍에도 완전히 미련을 버리진 못하겠단 말이지. (9월 말에 있던
귀국 환영회 때 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질렀던 옷 중 하나는 '버진 고쓰'인가 뭔가 하는 스타일의 하얀 탑. 레이스 달려서 예쁘장한 스타일인데 로키는 입어보니 사진의 모델만큼 가슴이 훌륭하지 못한 것을 새삼 깨닫고 좌절모드. 저런 당당한 몸매가 아니면 옷이 덜 산다. (...) 그래도 뭐 나쁘진 않다. 옷 장식은 사진보다 훨씬 반짝거리고, 사진보다도 속옷 느낌이다. 여름 오기 전에는 이것저것 껴입어야 할, 보기만 해도 추운 스타일.
또 하나는 아래 사진의 제품하고 비슷하게 바늘땀이 분홍색이라서 눈에 확 들어오는 카키 바지다. 천은 녹색이 아닌 잿빛이고 허리 부분도 훨씬 덜 요란스럽다. 바짓단에 조이는 끈도 분홍색이고. 내 사이즈가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하나 큰 걸 샀더니 아니나다를까 헐렁하다. 벨트 하나 질끈 조이면 별 불편은 없을 듯. 터프한 느낌의 탱크탑이 잘 어울릴 것 같은 분위기다. 그런 관계로 여름 될 때까지 봉인이려나.
짧은 치마는 두 장 질렀는데, 그 중 하나는 내가 산 게 마지막이어서 더 이상 사이트에 사진이 안 나온다. (위에 카키 바지도 그래서 다른 제품 사진을 대신 올린 것.) 치마 하나는 아래 나오는 흑백 플리츠 스커트. 허리 앞에는 사진처럼 검은 레이스 끈으로 조이는 장식이 있고, 길이는 상당히 짧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양심적으로 타이츠 없이는 못 입겠더라. 위의 하얀 탑하고 같이 입어보니 괜찮다.
또 다른 미니스커트는 진한 녹색인데 위에 것보다 더 짧고, 앞에서 단추와 지퍼로 잠그는 꽤 귀여운 스타일이다. 역시 탱크탑이 잘 어울리는 분위기라서 여름까지는 봉인일지도. 여름이 온다 하더라도 역시 타이츠 없이는 입기 어렵다.
역시 물건이 다 나가서 사진이 없어진 마지막 지름 품목은 그물형 벨트다. 네팔에서 자투리 실크를 재활용한 제품이라는데, 갖가지 색의 실이 엮여 있어서 아주 화려하다. 허리 부분은 수가 놓여 있고, 그물 부분이 허리에서 발까지 늘어진 채 밑에 작은 조개껍질이 달려서 무게추도 되고 걸을 때마다 딸각거린다. 롱스커트 위에 차는 게 정석이겠지만 아예 미니스커트나 바지 위에 두르는 것도 특이할 듯.
하여튼 뭔가 옷이 엄청나게 굴러들어온 주말이다. (돈은 굴러나가고..(...)) 실용적이면 실용적인 대로, 쓰잘데기 없으면 없는 대로 즐거움을 주는 상품들. 자본주의여 영원하라! (?)